[유난한 식탁 :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원 간다구요?

  • 경제/과학
  • 유통/쇼핑

[유난한 식탁 :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원 간다구요?

  • 승인 2021-12-02 14:21
  • 수정 2021-12-02 14:31
  • 신문게재 2021-12-03 10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컷-비건







동물원·아쿠아리움·야생동물 카페는 '학대'

'좋아한다' 의미 되돌아봐야…

 

KakaoTalk_20211129_135556684
대전의 한 앵무새카페.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앞세우기보다 식물과 그들이 속한 생태계의 안녕을 빌어주는 것, 그리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 과연 무엇이 식물이 행복해지는 길인지 묻고 그 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것."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작가는 책 '식물과 나'에서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식물을 무단채취하는 사례가 많다며 학습을 통해 '제대로' 좋아할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우리의 문화는 올바른 방법인지 묻고 싶다. 동물을 좋아한다며 동물원·아쿠아리움·야생동물 카페에 그들을 가둬놓고 전시·유흥을 위해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의 앵무새 카페에 직접 방문해봤다. 앵무새들은 좁은 철장에 갇혀 있고 손님이 원할 때만 나올 수 있었다. 몸집이 제법 큰 한 커다란 앵무새는 부리로 종일 철장을 뜯고 있었다. 오픈 시각에 맞춰서 한 부자가 손을 잡고 앵무새 카페에 방문했다. 교육을 위해 자녀와 야생동물카페에 가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동물과 교감하는 방법보단 마음대로 소비하는 방법을 가르칠 뿐이다. 동물이 좁은 공간에 밀집 사육되고 인간과 접촉하며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하는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KakaoTalk_20211129_135849684
대전의 한 동물원.
2018년 오월드에서 퓨마가 탈출하며 동물복지 문제가 제기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동물을 가둬놓고 소비하고 있었다. 오월드에서 동물이 탈출한 일은 퓨마뿐만이 아니다. 2002년 개원 당시 사바나 원숭이가 탈출했고, 2008년에는 열대지방에 사는 왈라루가 온실 사육장을 탈출해 인근 산에서 얼어 죽은 채 발견됐다. 같은 해에는 재규어가 탈출을 시도했다가 포획됐다. 동정여론은 잠시 어린 자녀와 함께한 가족들 다수가 동물원을 찾았다. 기자가 직접 동물원을 방문해보니 우리 안에 있는 일부 동물들은 무기력하게 누워있거나 좁은 공간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한 자리를 맴돌거나 같은 지점을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반복 행동, 자신의 배설물을 먹거나 털을 뽑는 등의 자기 학대 행위, 온 종일 누워서 잠만 자는 무기력한 행동은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낳은 이상행동으로, '정형행동(stereotyped behaviour)'이라고 한다.

KakaoTalk_20211129_135617757
대전 신세계 백화점 아쿠아리움.
지난해 사람과 동물 모두가 행복한 동물원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제1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이 발표됐다. 주요 내용은 동물원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 야생동물카페 등 전면금지, 질병·공중보건, 안전관리 체계 구축, 생물 다양성 보전·연구·교육 기관의 역할 강화, 동물 사육·수의 이력 전산화·공유, 국내외 협력 강화 및 거점동물원 구축·운영이다.

동물권 행동단체 카라는 "좁고 열악한 사육환경 뿐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쉬거나 사람의 손길을 피할 공간조차 주어지지 않아 동물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라며 "이로 인해 정형행동이나 자해 등 정신적 질환을 보이는 개체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이라고 했다. 이어 "누구나 돈만 내면 생명을 내 마음대로 만지고 관찰할 수 있는 경험을 한 아이들이 생명을 존중하는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4.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