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벚꽃엔딩은 '쓰레기' 엔딩…쓰레기 몸살 앓는 둔산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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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벚꽃엔딩은 '쓰레기' 엔딩…쓰레기 몸살 앓는 둔산대공원

봄소풍 즐기러 나온 상춘객들 쓰레기 무단투기
공원 내 야외쓰레기통 없어 시민들 불편 호소
대전시 "야외 쓰레기통 앞으로도 설치 안한다"
시민들도 환경 문제 고민해볼 수 있는 캠페인 교육장으로 활용해야

  • 승인 2022-04-17 10:21
  • 수정 2022-04-17 10:48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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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대공원 모습. 잔디밭 광장엔 봄소풍을 즐기러 온 시민들로 가득하다. (사진=정바름 기자)
"쓰레기 어떻게 처리하지?", "그냥 화장실에 버리고 와"

16일 오후 4시 대전 서구 둔산대공원. 봄 소풍과 뒤늦은 꽃구경을 즐기러 온 시민들로 공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공영주차장은 만석. 끝내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한 차량이 도로 갓길에 줄지어 차를 대놓고 있었다.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음식을 먹으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잔디밭 풍경과 달리 공원 주차장 한쪽 선별진료소는 사람 한 명 없이 썰렁. 지난 11일 전국 선별진료소의 신속항원검사 업무가 종료돼 한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공원은 꽃놀이 후폭풍을 겪고 있었다. 걷는 도중 무언가 발에 밟혀 살펴보니 '쓰레기'. 공원 바닥에는 먹다 버려진 아이스크림 곽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공원 바닥과 수풀 사이에는 시민들이 처리하고 가지 않은 쓰레기들이 굴러다녔다. 쓰레기통이 없는 공중화장실에는 일회용 쓰레기들이 뭉텅이로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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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대공원 내 화장실 모습. 일회용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사진=정바름 기자)
완연한 봄과 함께 둔산대공원에 상춘객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심한 쓰레기 몸살을 앓고 있다. 공원 내 야외 쓰레기통이 없어 쓰레기를 다시 가져가야 하지만 무단으로 버려지고 있다. 매점 앞 테이블 사정도 마찬가지. 다 먹은 컵라면 용기와 음료수 캔이 그대로 놓여있어 이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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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 앞 테이블. 쓰레기들을 처리하고 가지 않아 지저분한 모습이다. (사진=정바름 기자)
쓰레기를 갖고 가지 않기 위해 인근 카페에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한 카페 운영자는 "커피값을 결제하며 쓰레기를 처리해달라고 건네는 분도 계셨는데 밖에서 나온 쓰레기를 갖고 와서 버려달라고 하는 것도 언짢지만 일회용과 재활용이 분리도 안 된 쓰레기봉투를 그대로 내밀어 직접 꺼내 처리하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일부 시민들은 공원 내 야외 쓰레기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민 김모(30) 씨는 "쓰레기를 되 갖고 가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대부분 쓰레기를 밖에서 그 즉시 처리하길 원한다. 차라리 야외에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만들어 시민들이 올바르게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나을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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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조경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하지만 공원 측은 앞으로도 야외 쓰레기통은 설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밭수목원 관계자는 "공원 내 쓰레기통이 없는 건 대전시가 예전부터 일괄적으로 공원 내 쓰레기 없앴으며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야외 쓰레기통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긴 하지만 설치하게 되면 음식물까지 버려 위생상 더 나빠질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원에서 다량의 쓰레기가 발생하는 만큼 단순히 야외쓰레기통 설치, 계도활동만으로는 안된다며 행정에서 시민들도 쓰레기 문제에 체감하고 고민해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남이섬은 섬에서 배출되는 다량의 쓰레기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조형물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재활용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야외 쓰레기통을 두되 시민들과 함께 관리하는 방식의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쓰레기를 어떻게 분리 배출해야 하는지 교육장으로 활용해보는 사후 프로그램을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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