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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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현실

서한나 '보슈' 대표

  • 승인 2022-06-06 08:01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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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나 '보슈' 대표
중도일보에 MZ세대 필진들이 모였다. 'D-MZ'(Daejeon-MZ generation)는 변혁의 최전방에 서 있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전하기 위해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나는 언쟁을 싫어한다. 행복은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오기에 언쟁할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입장이 다른 사람을 늘 만나게 되어있다. 그럴 때면 최대한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오늘 저녁 뭐 먹지, 이따 어디 가지…스트레스받지 않기 위한 방편인데, 살다 보니 논쟁하는 자리에도 설득하는 자리에도 자주 가게 되었다.



아이디어 회의에서 사원은 아이디어를 내고, 부장은 아이디어를 듣는다. 사원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통해 유행과 경향을 파악하고, 부장은 페이스북에 꽃 사진이나 낚시 사진을 올린다. 친구 맺고 있는 관계와 과거의 성취가 세계의 전부다. 그러니 사원이 이야기하는 현실은 딴 세상 이야기 같다. 부장과의 대화가 답 없이 막힐 때 사원이 쓰는 방편은 다음의 세 가지다. 그러셨구나, 그러셨어요. 그랬을 것 같아요.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강자는 약자를 설득할 필요가 없다. 세상은 강자에게 편리하도록 조직되어있다. 약자는 생존하려면 설득해야 한다. 가령 장애인은 이동권 사수를 위해 시위하고 청원하는 등 비장애인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내가 어릴 때 배웠던 설득의 기술은 모르는 아저씨가 부르면 싫어요, 안 돼요, 엄마 곧 오실 거예요, 하고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크고 나서는 그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설득이 아니라 판을 바꾸는 권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논리로 무장한대도 기존의 룰 안에서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는 힘들다.



활동가로 살면서 직급이 높은 남성과 술자리를 할 일이 많았다. 그들은 하소연했다. 요즘 젊은 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어요. 그리고 부장님이 떠올리는 그 이름 모를 직원을 걱정했다.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부장에게 두 사람의 가치관이 다를 가능성이나 공감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답에 나는 깨닫게 된다. 그의 답은 정해져 있다는 것을.

나는 이렇게 답해야 했다. "힘드시죠. 요즘 애들이 워낙 버릇이 없어서.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소주를 따라드리며) 그래도 우리 부장님 정도면 젠틀하신 편이에요." 지위가 낮은 이들은 각자 처세법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공감받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 경험이 없다. 내가 구르고 눈치 보며 어르신 대하는 법을 익힌 것처럼 여러분도 치열하게 노력하여 젊은 사람 대하는 법을 터득하시기를.

이 글을 읽고 설득되는 부장은 거의 없을 거로 생각한다. 설득은 그런 것이니까. 나는 그보다 연대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말 걸고 싶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사를 둔 사람에게 전략을 공유하고 싶다. "공략하지 말고 낙후시켜라."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선생님의 전략이다.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소중하다. 미래로 갈 마음이 없는 사람을 억지로 데리고 갈 필요는 없다. 그를 그대로 둬라. 돌아보면 그는 뒤에 있을 것이다.

/서한나 '보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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