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버터나이프 크루를 향한 칼날

  • 오피니언
  • D-MZ:청년칼럼

[D-MZ] 버터나이프 크루를 향한 칼날

안다혜 회사원

  • 승인 2022-08-22 10:11
  • 수정 2022-08-22 11:04
  • 신문게재 2022-08-23 10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안다혜
안다혜
중도일보에 MZ세대 필진들이 모였다. 'D-MZ'(Daejeon-MZ generation)는 변혁의 최전방에 서 있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전하기 위해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 사업 '버터나이프 크루'는 마땅히 없어져야 할 사업이다. 성평등 추진 사업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라면 말이다. 버터나이프 크루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지금 퇴장하게 된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버터나이프 크루는 성평등 문화 확산, 젠더 갈등 완화, 공정한 청년 일자리 환경 조성, 청년 고립·우울감 극복을 위한 마음 돌봄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에 따라 성인지 교육 캠페인, 여성 저임금·고위험 노동자의 인터뷰집 발간, 마음 돌봄 프로그램 등이 실행됐다. 올해에는 성평등 담론을 분석한 뉴스레터 발행, 스타트업 내 성폭력·성희롱 관련 가이드 제작 사업, 지역 여성 청년 예술가들과 시민이 함께하는 연수 프로그램 등이 선정돼 활동할 예정이었다.

참가 선정을 마친 버터나이프 크루는 6월 30일 여가부 장관의 축사와 함께 출범식을 올렸다. 하지만 'FM 코리아'를 중심으로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서 비난이 쏟아졌고 바로 다음 날 박민영 대변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사업이 내년부터 폐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3일 뒤 국민의 힘 원내대표 권성동 의원 또한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올렸다. 여가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해당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뒤이어 여가부는 사업 전면 재검토를 통보하며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을 중단시켰다.

권성동 의원이 성평등 추진 사업을 향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너무 차가우니 환불해 달라는 말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비판이 일자 "성 평등과 페미니즘이 그렇게 중요하면 자기 돈으로 시간 내서 하면 된다"는 말로 응했다. 불과 며칠 전 정부는 UN과 함께 우주 분야의 성 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우주와 여성 워크숍'을 진행한 바 있다. 국제적인 페미니즘은 세금으로 해도 되고 국내의 페미니즘은 국민의 사비로 해야 한다는 것인가. 국내 성평등 사업은 '세금 낭비'라는 프레임을 씌워 일방적으로 폐지해 놓고 국제 성평등 사업을 주최하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가부는 사업 중단에 대해 남성 참가자가 적다는 이유를 들었다. 작년에 비해 남성 참가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로 반박하자 일반 청년이 참가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애초에 남성 참가자가 많은 사업이었다면 '여성 참가자가 너무 적다'는 이유로 폐지되었을 리 만무하다. 일반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을 구분하는 것도 문제적이며 일반 청년으로 이루어진 일반 성평등 문화 사업은 무엇인지 또한 의문스럽다. 이렇듯 성평등 추진 사업 폐지를 둘러싼 다양한 형태의 모순은 성평등 추진 사업의 필요성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버터나이프 크루 중단 기사에 띄워진 '오직 민생'이라는 표어 앞에서 발언하고 있는 권성동 의원의 사진을 본다. 권성동 의원에게 민생이란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 유저의 기분인 듯하다. 그러나 민생은 혐오 발언으로 가득 한 인터넷 페이지에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이 거주하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원짜리의 작은 원룸,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갈 수밖에 없는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 현장, 문화 인프라에서 소외된 지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창작 활동 현장. '오직'이라는 단어로 강조했던 민생은 버터나이프 크루가 뛰어들고 조명했던 바로 그 현장에 살아있다./ 안다혜 회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연서면 월하리 폐차장서 불…"주민 외출 자제"
  2. 아산시, 전통시장 주차환경 "확 바뀐다"
  3. 한국 수묵 산수화 거장 조평휘 화백 별세… 충청 자연을 '운산산수'로 남기다
  4. [상고사 산책](16)별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 오성취루와 『환단고기』 석재의 천기누설
  5. 충남 선거구 획정, 행안부 재의요구 현실화… 도의회 6일 원포인트 임시회 다시 연다
  1. '정진석 공천 반대' 김태흠, 지선 예비후보 등록 연기
  2. 세종시 조치원 'A아파트' 입주민, 6일 일상 복귀한다
  3. 더불어민주당 장기수 천안시장 후보, "원팀으로 일하는 캠프 꾸릴 것"
  4. 이장우 "더욱 위대한 대전으로"… 재선 대전시장 출사표
  5. 충남도, 금강수목원 매각 재추진…"땅만 팔고 분쟁 위험은 세종에" 공분

헤드라인 뉴스


문동주 시즌 아웃 가능성…한화 이글스, 구세주는?

문동주 시즌 아웃 가능성…한화 이글스, 구세주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와 연이은 부상으로 시즌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선발진의 핵심인 문동주마저 부상으로 수술이 예정되면서 시즌 아웃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리그 하위권 추락 위기 속에서 대체 자원 발굴에 성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5일 한화에 따르면 문동주는 현재 오른쪽 어깨 관절와순 손상 등의 부상으로 인해 검진을 진행한 병원으로부터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수술 여부는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수술이 진행될 경우 시즌 아웃이 불가피할 것..

전남 보성 `녹차 마라톤` 흥행… 세종시에 투영한 모습은
전남 보성 '녹차 마라톤' 흥행… 세종시에 투영한 모습은

'달려야 산다'는 신조어로 연결되는 러닝 열풍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기제로 주목받고 있다. 파크 골프와 함께 전국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지역마다 흥행 가능한 마라톤 및 러닝 대회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신청 가능한 대회만 올해 117개로 파악되고, 전체적으로 300~4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종시에선 4월의 조치원 복사꽃 마라톤대회(21회)와 10월 한글축제의 한글런(3회)이 가장 큰 규모 대회로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어울림 마라톤 대회와 천변 러닝 대회 등 지역민 참가 중심의 대회도 열리고 있..

[지역민 염원, 대덕세무서 신설] 대전 세정 수요·공급 불균형… 불편은 지역민·기업 몫?
[지역민 염원, 대덕세무서 신설] 대전 세정 수요·공급 불균형… 불편은 지역민·기업 몫?

(가칭) 대덕세무서 신설을 둘러싼 요구가 경제계와 산업계, 시민단체 등 지역 각계로 확산되며 공론화되고 있다. 이에 중도일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정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등 지역의 현안을 짚어보고, 출마 후보들이 지역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6·3 지방선거 아젠다, 대덕세무서 신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세정 수요·공급 불균형 ② 경제계, 시민단체도 한 목소리 ③ 현실화 위해선 정치권 역량 결집 필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덕세무서 신설 목소리가 지역 전반으로 확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

  • 올해 첫 모내기로 본격 영농 시작 올해 첫 모내기로 본격 영농 시작

  •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