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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교수는 1월31일 오후 2시 서울 LW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년 국가균형발전사업 평가자문단 위촉식에서 우동기 위원장으로부터 자문단장 위촉장을 받았다. 이 날 행사에는 국가균형위 위원장과 실국장, KEIT 원장, 그리고 새로 위촉된 전국의 전문가와 공무원 중심으로 구성된 평가자문단 위원 131명이 참석했다. 이에 육동일 교수를 서구 둔산중로 54 센티온빌딩 401호에 위치한 육동일 단장 연구실에서 만나 취임 소감과 그동안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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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사업 평가자문단은 2022년 균특회계로 지원된 총 406개 사업을 종합평가하고, 차년도 균특회계 예산편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사업별 성과 계획을 점검하고, 지자체 컨설팅과 우수사례 선정 활동을 하게 됩니다. 자문단장은 지역지원계정과 지역자율계정 사업 10개 분과의 평가위원회를 총괄·관리합니다. 분과장 회의를 주재해서 이수 사항을 공유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위해 매우 중요한 직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균형발전 역할을 제시하고 성과를 평가해 우수시책을 시상하고, 미진한 사업은 맞춤형 컨설팅을 해주고 전국의 전문가집단인 131명의 평가위원들이 451개 사업을 평가할 것입니다. 시군구 공무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서로 공유하고 벤치마킹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의지를 심어줄 계획입니다. 3월과 4월, 5월에 밀도 있게 평가해 6월에 대통령께 보고하고, 9월과 10월 중 우수사례 보고대회를 대전에서 유치할 생각입니다. 대전의 5개 구청이 우수사례로 선정될 수 있도록 신경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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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를 명예롭게 마치고 벌써 3년이 지난 지금까지의 인생은 행복하고 보람 있었습니다. 수많은 제자들을 육성했고, 지방자치를 위해 활동해오면서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기여하는 삶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학계와 지역사회에서 인정받았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해왔으니 아쉬움 속에서도 만족합니다. 인생이 계획한 대로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주어진 일에 정성과 최선을 다한 결과 늘 생각하지 못한 기회와 성과가 따랐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기대와 성원을 받고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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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현실정치에서 계속 장벽에 부딪치셨지요.
▲ 교수 후반기는 전문가로서의 한계와 답답함을 느껴 정치 현실에 뛰어들어 변화를 직접 주도하고 싶었는데 뜻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속상하고 힘도 들었지만, 현실에 부합하는 강의와 연구를 할 수 있는 성과도 있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진 보람도 있습니다. 그간 저와 현실정치의 관계는 계속 엇박자가 났습니다. 2010년까지는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의 권유와 섭외가 끊임없이 지속 됐었습니다. 그렇지만 교수로서 할 일이 많았기에 모두 사양했습니다. 그러나 교수로서의 업적을 나름 이룬 이후 정치권을 노크했을 때는 여건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대체로 교수들이 정치에 도전하면 일회성에 그치지만 저는 계속 노크 중입니다. 윤 대통령 시절에는 지역특별위원회 인수위원을 맡아 자문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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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는 제 인생을 바친 고마운 대학입니다. 그렇지만 지방자치시대에 적응을 못하고 대학의 뿌리이자 중요한 교육시장인 충남도를 놓치면서 큰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공주대, 천안공대 등과 대학통합을 했어야 했는데 외면한 결과입니다. 한밭대와의 통합으로는 궁여지책이지만, 논리와 명분과 실리가 약합니다. 더욱이 짪은 시간에 자리 잡은 자치행정학과를 통폐합시킴으로써 지방자치시대에 각광 받고 있는 유망한 학과를 본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우를 범한 점은 큰 오판이고 개인적으로 분통한 일이었습니다. 33년 동안 공을 들이고 제 역랑과 에너지를 투입해서 충남대와 전국의 아이콘이 된 학과를 하루아침에 없앤 충격과 허탈감은 컸습니다. 이런 오판들이 결국 지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남은 희망은 대전·충청권 메가시티 조성에 앞장서서 충청권에서 충남대가 지역거점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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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충남대학교 재직 시부터 지금까지 늘 대전의 발전과 침체를 지켜보며 분석하고 연구해 미래비전, 발전전략과 정책을 제시해 왔습니다. 더 발전할 수 있는 대전이 도시쇠퇴 위기를 겪고 시민들이 분열되어 있는 현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대전시민들의 화합과 통합 속에 미래비전과 목표에 대한 범시민공감대를 만들고 지역의 인재와 역량을 총결집해서 풀어가야 합니다. 여기에 제 역할이 있다고 보고 늘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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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방자치 부활 즈음인 1990년대부터 방송에 적극 출연해서 중앙방송을 비롯해 대전 KBS, MBC, TJB 에서 토론방송 진행자와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현재도 KBS 라디오 시사토크 대전세종충남 <명품지방시>에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반부터 6시까지 인기리에 고정출연하고 있습니다. 2021년 4월21일 ‘대세남 명품지방시’에 처음 출연했는데 매번 다른 주제로 지역의 이슈를 다루는 시사프로그램을 위해 준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저는 지역에 대해 더 깊숙이 관심을 갖게 되고, 지역 이슈와 현안을 어떻게 풀어야 될지 제시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게 됩니다. 저는 방송매체가 시민교육의 효과를 높이는데 영향력이 있음을 일찍부터 인지하고 공을 들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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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삶을 뒤돌아보면, 제가 선택해서 결정된 것보다 오히려 엉뚱하게 결정된 일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교수가 되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가 아닌데도 우연히 그쪽으로 흘러가게 된 점도 그렇습니다. 교수로서 전공한 행정학과 지방자치도 제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친구가 즉흥적으로 써낸 대학원서 때문입니다. 제가 이루려는 목표 대신 다른 것들이 성취된 경험을 비추어볼 때 인생의 길은 운명적이거나 종교적인 큰 뜻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경기고 시절 고3병으로 시름시름 앓기도 하고, 경영학과에 가려고 했다가 행정학과에 가게 되고, 재미없이 지낸 게 후회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학을 결심하고 미국에 가서 MBA 공부를 하게 된 거죠. 미국에 있을 때 IMF에서 일할 기회도 있었는데 아버님이 한국으로 부르시는 바람에 귀국해 충남대 교수가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많이 사랑해주셨고 좋은 교육 혜택도 주셨으니 아버님 말씀을 거역하기 어려웠죠.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부모님의 남다른 교육열 덕분에 남동생 육동원도 미국 유학 다녀온 후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교수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니 내가 꼭 원하는 일이 안 이루어지더라도 다른 기회가 온다는 것이 제가 얻은 인생의 교훈입니다. 인간의 한계와 무력함을 느끼게 되면서 겸손함을 배우고, 기독교에 귀의한 아내를 따라 저도 대흥침례교회 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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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일생에 있어서 가장 기뻤던 기억은 경기고 합격 소식을 듣고 어머니, 아버지가 함께 기뻐하셨던 모습입니다.
가장 슬펐던 순간은 어머니와의 영원한 이별이었습니다. 각 당에서 러브콜을 많이 받던 시절이었는데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고 끝내는 돌아가시면서 출마를 포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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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교수로서 이루고 싶은 게 더 많았고,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치적인 제안들을 사양하게 됐죠. 학계에서 목표를 이뤘고, 충남대에서 사회과학대학장을 역임했고, 대전발전연구원장을 역임했고, 대통령 소속 위원회 위원도 했고, 여러 가지 이룬 게 많지만 전문가는 자문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한계를 보고 정치가가 되어 조금 더 영향력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던 거죠. 전문가와 교수로서는 사회와 지역에 봉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정치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하구나 싶어 정치적인 도전을 했던 겁니다.
양 분야의 접목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폴리페서’라는 오해도 있지만 정치 발전과 학문의 발전을 위해 양 분야의 괴리는 좁혀져야 합니다. 저는 두 분야에서 다 성공은 아직 못했지만 지방자치시대 누군가는 앞장서서 가야 할 길입니다.
-교수님의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일까요?
▲평생 대학교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제자들을 키운 점입니다. 전문가로서 인정과 평가를 받고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보람입니다. 건강이 뒷받침돼서 여전히 노력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행복입니다. 머리 숱이 많고, 안경도 안 쓰고, 돋보기도 안 쓸 정도로 시력이 좋으니 책을 보기 좋고, 젊어 보인다 소리를 들어서 좋습니다. 강의 준비와 방송 준비를 마치고 났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2006년부터 4년간 대전발전연구원장을 역임했는데 그때 당시 시장님이 순수하게 전문가를 찾아 저를 발탁해주셨습니다.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과 충남대 사회과학대 학장, 행정대학원 원장을 역임하고 나니 대전발전연구원장으로 위촉받았습니다. 연구원장 시절 최선을 다했는데 대전의 침체와 인구 감소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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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습니다. 제가 오래전 중도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을 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이슈나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인터뷰와 칼럼, 동정 소개 등으로 큰 혜택을 입었습니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도와준 신문과 방송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오늘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 인생을 뒤돌아 보니 많은 감회와 애정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저를 세상에 알려주고 찾아주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니 고맙죠.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중도일보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오랜 시간 함께 얘기를 나눈 한성일 국장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고해성사를 한 듯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실까요?
▲ 이제 싫든 좋든 벌써 지역 원로의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지역의 원로다운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지역에서 받아온 기대와 지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지역에 도움이 되고, 지역에 봉사하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대전과 세종과 충청 발전을 위해 그간 축적한 지혜를 전부 쏟고 싶습니다. 그리고 많은 기대와 성원을 보내주신 지인들과 제자, 시민들께 봉사로 보답하는 길이 남은 숙제입니다. 또한 연로하신 아버님을 비롯해 사랑하는 가족들과 그간 미뤄둔 즐거운 시간과 추억을 쌓는 일도 마지막 숙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에도 집 뒷산 우성이산(화봉산)을 올랐습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화봉산을 오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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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로 얻은 교훈이자 지금도 강조하고 싶은 주장이 정치, 행정, 지방자치의 이론이 실제 현장과의 접목을 통해 사회변화에 기여하지 못하면 가치가 없는 공허한 이론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치와 행정 지방자치의 현장이 이론의 길잡이를 받지 못하면 사회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은 퇴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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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정리 한성일 편집위원(국장)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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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성장하고, 군복무와 국내외 학업을 마친 후 충남대에서 33년간 재직했다. 충남대 교수 재직 중 세종시 출범에도 기여한 대표적인 충청 출신 학자다. 대전중앙초, 대전중, 경기고, 연세대를 거쳐 미국 뉴해븐대 경영대학원과 컬럼비아대 공공정책대학원 및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9년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를 마치고 현재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간 대전발전연구원장,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충남대 사회과학대 학장 및 행정대학원 원장 등을 역임하며 지방자치분야 학문발전은 물론 국가와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현실정치에도 참여해서 그 공로로 홍조근정 훈장, 근정포장, 고주 노융희 지방자치상, 대전개발대상을 수상했다.
현실정치에도 참여해서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위원장과 유성(을) 당협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최근에는 시군구특례심의위원회 위원,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 위원, 국가균형위 지역균형발전사업 평가단장을 맡는 등 왕성한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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