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입가를 '잔즐잔즐' 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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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입가를 '잔즐잔즐' 하게 하는 책

그 다 이를 말인가 외 3권 소개

  • 승인 2023-07-06 08:51
  • 수정 2023-07-06 15:44
  • 신문게재 2023-07-07 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김병섭 시집
그 다 이를 말인가 표지
◆'그 다 이를 말인가', 김병섭 지음, 도서출판 b="짜드라웃는 뭇소리 빗소리 귀넘어듣다가 시삐 한 손 접은 날갯죽지를 들추며 쌀비 그치고 소서께 들판이 얼룩소 되면 뜸 뜸 팟다리 깊드리 울려오려나 입꼬리가 잔즐잔즐하는데요"(50p, 풍년비 오는 날 中)

사라지는 순우리말과 사투리가 돋보이는 정감넘치는 시집이다. 태어난 곳에서 평생을 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쉽지 않은 삶을 사는 김병섭 시인이 세 번째 시집 '그 다 이를 말인가'를 펴냈다.



충남 태안에서 태어나 환갑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그곳에 사는 김병섭 시인은 태안·서산 말투, 즉 지역 사투리가 넘치는 시를 쓰고 있다. 이번 시집 역시 지역 사투리와 또 순우리말, 옛말들이 철철 넘치는 시로 엮였다. 총 59편의 시가 실려 있다.

사투리는 서울, 즉 중앙과 먼 거리에 있는 지역의 말이다. 그런데 교통과 교육, 매스미디어 발달과 국가적인 표준어 교육의 효과 등으로 인해 사투리는 오늘날 거의 추방됐다. 지방에서도 노인들을 제외하면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따라서 사투리를 사용하면 소통이 불가능한 현실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사투리를 이용해 시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인은 여기에 대해 "낱말이 눈에 설고 입에 붙지 않아 꾀까다롭겠지만 예부터 내려온 말이고 위아래로 끊긴 겨레말이며, 어버이나 동네 어르신이 노상 하던 입말"이며 시를 쓰면서 그런 말 대신 "알아먹기 힘든 생각씨로 둘러대지" 않으려 한다고 대답한다.

책을 보면 시인은 사투리로 쓰인 시어를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뜻풀이를 곁들여 놓고 있다. 그 뜻을 살피면서 시집을 읽어 나가다 보면 은근히 옛 우리말이나 사투리가 전해주는 어떤 진한 삶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웰다잉
웰다잉 표지
◆'웰다잉 본향으로 돌아가는 길', 람 다스& 미라바이 부시 지음·유영일 옮김, 올리브 나무='잘 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은 물론 인생의 마지막을 편안하게 맞이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부모와 친지, 사랑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지켜줄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도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웰다잉'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웰다잉은 그동안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며 평안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셰익스피어의 명언처럼, 인생의 총결산인 죽음의 순간이 편안하면 '인생을 잘 살았다'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어떤 것이 잘사는 것이고, 어떻게 해야 잘 죽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 앞에서 미국 정신계의 전설인 람 다스가 자신의 죽음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자신이 온 생애를 통해 터득한 '지혜의 보물창고'를 열어 보인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인생을 바꾸어 준 멘토'로 여겼을 만큼 미국 사회에 그가 끼친 영향은 깊고 넓다. 책에서 저자는 '편안한 죽음을 준비하는 삶의 기술'을 설명한다.

임종을 앞둔 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법도 소개한다. 사람들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삶의 의미와 목적에 큰 의문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삶에 대한 의심, 불확실성, 후회, 슬픔을 경험할 수 있다. 저자는 이때 사랑의 마음으로 그들의 믿음, 두려움, 꿈, 고군분투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떠나는 사람한테도 '다 괜찮을 것'이라고 안심시키고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청주
청주에 다녀왔습니다 표지
◆'청주에 다녀왔습니다' 원도심편, 김파카 지음, 샘터='청주에 다녀왔습니다 원도심 편'은 일러스트레이터 김파카가 자신만의 감성으로 청주를 여행한 일지다. 청주의 잘 알려진 장소뿐만 아니라 도심과 떨어진 어느 동네의 골목 안, 발길이 닿지 않은 작은 상점까지 둘러보고, 로컬의 정겹고 생생한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했다.

여행의 목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여행지에서 하루 혹은 그 이상을 보내며 경험과 감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은 의미 있는 여행을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 그중 청주 여행이 처음인 사람 혹은 청주를 가 봤더라도 잘 알지 못해 제대로 여행을 즐기지 못한 사람에게 청주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의 감각적인 문화예술 도시의 모습과 옛 정취를 간직한 외곽의 정겨운 면면을 만날 수 있고, 청주만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다. 여행을 하기 전 가볍게 훑어보고, 저자처럼 장소를 선별해 직접 찾아가 그곳에서의 느낌을 기록한다면 '나만의 특별한 청주 여행'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청주는 전국 어디서든 2시간 정도 시간을 들이면 도착할 수 있는 도시로, 뛰어난 접근성과 문화예술, 역사, 자연 등 여행을 통해 만끽할 수 있는 요소를 골고루 갖춘 곳이다. 특히 문화예술의 집결지인 원도심은 옛 담배공장을 현대식 문화예술 복합시설로 탈바꿈한 문화제조창을 중심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직지'의 간행 장소에 지어져 그 역사적 의미를 잇고 있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은 물론 2년마다 열리는 청주공예비엔날레, 유·무형 문화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야간형 콘텐츠 청주문화재야행, 삼겹살거리, 벽화마을과 카페 거리가 있는 수암골 등을 소개한다.

꿀벌의 예언
꿀벌의 예언 1 표지
◆'꿀벌의 예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 열린책들=전 세계 3000만 부, 한국어판 누계 3000쇄를 돌파한 신화적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이 나왔다.

이 작품은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가 꿀벌이 사라지고 인류 멸종의 위기를 맞은 2053년 지구를 보고 온 뒤, 미래를 바꾸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르네가 다녀온 30년 뒤의 미래는 겨울임에도 지구 온난화가 극심해져 기온은 43도가 넘고, 전 세계 인구수는 150억 명에 달하는 충격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꿀벌까지 사라지면서 식량이 부족해 곳곳에서 폭동이 벌어진다. 인간들은 식량 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핵무기까지 동원해 세계 대전을 벌이고 있다.

미래의 르네는 현재의 르네에게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에 쓰여 있다는 걸 알려 주고, 르네는 인류를 구할 실마리가 적혀 있는 예언서를 찾아 전생의 자신을 찾아간다. 놀랍게도 예언서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던 전생은 무려 1000년 전,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출정한 십자군 기사였고, 르네는 전생의 자신과 함께 예언서에 얽힌 거대한 모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간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끊임없이 오가면서, 르네는 미래를 구할 힘은 현재의 바로 이 순간에 있음을 깨닫는다.

한국 독자들을 만난 지 30년이 되는 특별한 해에 펴내는 이 책은 그간 천재적 이야기꾼으로서 진화를 거듭해 온 베르베르의 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독특한 작품이다. 1, 2부로 나뉘어 특유의 독보적인 과학적 상상력에 과거와 미래를 성찰하는 역사적 사유도 더해 한층 확장된 스케일의 색다른 재미를 보여준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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