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기록-66]‘숲은 무대, 계곡물은 음향, 달빛은 조명’… 충북 영동서 펼쳐질 ‘세계전통예술페스티벌’

[10년간의 취재기록-66]‘숲은 무대, 계곡물은 음향, 달빛은 조명’… 충북 영동서 펼쳐질 ‘세계전통예술페스티벌’

2023 세계전통예술페스티벌, 내달 8일~10일까지 영동 물한계곡 ‘사계절 펜션엔 캠핑장’과 ‘물한계곡 민박’서 개최
최윤영 (주)컴퍼니들림 대표, “소박하지만, 세계적인 축제 만들 것”

  • 승인 2023-08-28 11:32
  • 수정 2023-08-28 14:18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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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댄서, 기타리스트, 민요 명창, 류트연주자, 문화예술평론가까지 모인 국내·외 연주자들이 지난 19일 충북 영동군 물한계곡 인근의 한 원두막에서 작지만 큰 무대를 선보였다. 원두막 내에 피아노가 설치돼 있는데, 이 원두막은 누구나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김보선 사진작가>
플라멩코 댄서, 기타리스트, 민요 명창, 류트(기타와 비슷한 현악기) 연주자, 그리고 문화예술평론가까지. 이들은 우리의 전통음악과 서양음악 등으로 구성된 '원 팀'이다. 이들에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라는 틀에 박힌 단어는 서로 공유하지 않는다. 마음 가는 대로, 몸이 이끄는 대로 노래와 춤을 섞어 예술을 만들어가는 그야말로 하나의 팀이다. 나무와 새, 동물, 물소리, 심지어 미생물까지도 이들에겐 모두 예술적 가치다. 이들은 흥이 나면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고, 그 분위기에 맞춰 행위 예술을 이어갔다. 문화예술 평론가는 이들의 춤과 노래, 행위 예술에 대해 표현할 수 없는 해설로 분위기를 띄운다. 국내·외 예술가들로 구성된 원팀이 지난 주말 또다시 뭉쳤다. 이들은 지난 19일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계곡 내 '사계절 펜션엔 캠핑장'에서 세계적인 축제를 구상했다. 또 작지만 큰 무대를 직접 선보였다. 이날 영동 삼도봉 위에 뜬 달은 이들이 마련한 작은 무대에 조명이 돼 줬고, 펜션 인근 계곡물은 이들의 노래와 춤에 리듬을 맞춰줬다. 이들만의 '작은 축제'는 이렇게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세계적이지만,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2023 세계전통예술페스티벌'이 내달 8일부터 10일까지 충북 영동군 물한계곡 사계절 펜션엔 캠핑장과 물한계곡 민박에서 각각 펼쳐진다. 3일 간 이어질 세계전통예술페스티벌은 지난 19일 영동 사계절 펜션엔 캠핑장에서 모인 '원팀'처럼 세계 10여개국(총 30여명)에서 모인 예술팀과 예술가들이 작지만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그 중심엔 최윤영 (주)컴퍼니들림 대표가 있다. 지난 19일 그를 만났다. 최 대표가 만들어가는 세계전통예술페티벌은 무엇인지, 세계 어느나라 예술가들이 모여 어떤 예술을 펼치는지 등을 자세하게 물었다. 그의 첫 마디는 "이번 축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재밋는 축제가 될 것이다.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직접 봐야 이해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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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 (주)컴퍼니들림 대표. 그는 김선도 이장이 운영 중인 '물한계곡 민박(제2 행사장)' 대나무 숲에서 공연 무대를 구상하고 있다.<김보선 사진작가>
◆일문일답



-'2023세계전통예술페스티벌', 어떤 축젠가.

"2023세계전통예술페스티벌은 전통예술를 공유하는 축제다. 글로컬 문화의 활성화와 세계 속 한국문화의 자리매김을 위해 시작됐다. 여러 나라의 고유 예술을 토대로 전통과 전통이 교감하고 서로 성장하는 축제라고 보면된다. 상업적, 상품화되고 일괄적으로 생산되는 대중예술이 아니다. 자연친화적, 저탄소, 지속 가능한 축제를 지향하는 축제다."



-'세계축제'로 추진된다. 어떤 나라와 팀들이 참여하나.

"10여개국 총 30여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스페인의 전통예술인 플라멩코 무용수 Ann-Cathlin La Cobriza, 우리의 민요와 플라멩코, 월드뮤직으로 한국-스페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듀오 토케토리, 브라질의 퍼커셔니스트 JP do Valle, 젊은 민요 명창 최윤영, 곽동현, 전병훈이 함께하는 광예단, 유럽과 아랍의 전통음악 콜라보 밴드 어쩌다, 중세 전통악기로 연주하는 즉흥 연주팀 WMA, 미술과 음악, 영화 3부문 동시에 등재된 예술인이자 문화예술평론가 예필 최정욱, 한지 오브제, 입체조형 등을 이용한 예술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로즈 박, 장르의 벽을 허무는 미래적 모더니즘 단청화 작가 박일선의 전시회 등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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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 (주)컴퍼니들림 대표와 플라멩코 무용수 Ann-Cathlin La Cobriza'… 최 대표(민요 명창)와 플라멩코 무용수도 이 축에 참여하는데, 두 예술가는 '물한계곡 민박(제2 행사장)' 대나무 숲에서 동선을 맞춰보고 있다. <김보선 사진작가>
-우리가 알만한 세계적인 팀은 없나.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플라멩코 무용수 Ann-Cathlin La Cobriza, 경기민요를 바탕으로 우리음악을 선보이는 '경기음악연구회', 국악으로 아카펠라를 연주하고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토리스의 곽동현, 2015년 KBS 국악대상 및 퓨전 국악 그룹 토케토리로 스페인-한국에서 활동을 하는 민요명창 최윤영, 젊은 명창 소리꾼 전병훈,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중인 한지오브제 입체조형 예술퍼포먼스 예술인 로즈 박 등이 출연한다. 이들의 음악성은 국내를 넘어 세계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세계'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세계라는 의미를 큰 세상이라는 물리적인 규모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세계는 아주 좁다. 서로가 서로의 이웃이며 가까운 형제이기도 한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소박한 축제이면서 세계적인 축제라고 보면 된다."

-세계예술축제라는 타이틀답지 않게 영동의 작은 캠핑장에서 진행된다. 이유는?

"우리는 규모와 지역에 영향을 받지 않는 축제다. 우리가 무엇보다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자연'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은 축제에 참가한 세계 예술인들에게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세계 예술인들에게 이런 점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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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계곡 내 '사계절 펜션 엔 캠핑장'에 모인 국내외 예술가들. <김보선 사진작가>
-공연장이 사실, 숲속이다.

"숲은 대자연의 심볼 같은 것이다. 그 속에 존재하는 나무, 새, 동물들과 미생물까지도 예술적 가치가 있다. 우리는 자연을 사랑한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충북 영동의 아름다운 환경을 찾아서 공연하게 된 것이다."

-영동군 물한계곡 주민들도 참여하나.

"그렇다. 영동군 물한리1리 김선도 이장과 사계절캠핑장의 조성빈 대표, 조영제 물한2리 이장, 손현권 중말마을 반장, 이경배 임업후계자 등이 페스티벌 운영위원으로 위촉됐다. 이들의 인적, 물적 후원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우리 페스티벌의 가장 중요한 자연식을 준비해 주실 경상도민요보존회의 어머님들에게 감사드린다."

-관중이 없다면 '그들만의 축제'로 보여질 수 있다.

"페스티벌 즉, 축제는 함께할 수 있고 즐겁고, 교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상업적이거나 규모만을 앞세워 졸속으로 진행되는 대단위 축제들이 실패로 막을 내렸다. 우리는 흥행보다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함께하는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축제다. 수천, 수백이라는 숫자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다. 소수의 인원이라도 이번 축제를 통해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인 전통예술, 자연, 그 속에서 이뤄지는 교감을 느끼고 즐기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리고 이러한 소규모 축제의 양상은 이미 유럽을 위주로 해외 많은 축제들에서 엿볼 수 있다. 이제는 이런 축제가 소위, 뜨는 축제라는 생각된다."

-세계 전통예술축제인데, 예산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예산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감이다. 세계 여러 예술가들이 서로 교감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서로 십시일반 도움을 줬다. 많은 분들이 후원해 줬고, 도움을 주셨다. 잊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안전에 중점을 뒀다. 모두 즐겁게 축제를 즐기고,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가는 게 이번 축제의 핵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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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무용수 Ann-Cathlin La Cobriza. <김보선 사진작가>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축제는 규모가 커야 한다. 무조건 사람은 많이 와야 한다. 상업적이거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무엇인가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장벽이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에 개최될 2023세계전통예술페스티벌의 요지는 그런 것이 아니다. 과잉생산과 상업적 접근은 사람과 사람의 유대관계를 끊었고 예술의 정신을 잊게 만들었다. 또 자연의 훼손과 자원의 고갈을 잃게 했다. 인류가 발전하며 쌓아온 전통예술에는 가장 큰 역할이 있었다. 그것은 자연의 하나로써, 사회의 일원으로써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것이다. 우리는 매회를 거듭하며 이 정신을 잃지 않을 것이다."

-충북서 '세계 축제'를 연다. 축제의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가.

"우리는 이번 축제를 통해 전통과 전통의 콜라보를 선보인다. 그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때로는 주체가 되고 때로는 주변인으로서 우리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번 축제의 핵심 포인트는 단순히 무대만이 아닌 히피 캠프를 통해 물한계곡 곳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전시, 연주, 퍼포먼스를 통해 전통예술이 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느껴보는 것에 중점을 뒀다."

-해마다 추진되는가?

"매년 세게전통예술페스티발 WTAF은 추진될 것이다. 장소와 시간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형태의 축제로 변모 해 갈 예정이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전통예술로써 서로 교감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모임과 크고 작은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는 이번 2023세계전통예술페스티벌 및 부대행사 히피캠프를 통해 세계 전통예술들 간의 교감과 콜라보로 전통예술이 가지는 온전한 의미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가고 싶다. 그리고 그 속에 가장 핵심 메시지인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이라는 부분을 일깨우고자 한다."
영동=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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