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날개 없는 천사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날개 없는 천사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 승인 2023-10-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대덕구 비래동 자원봉사회는 10월 18일 오전, 비래동에 사시는 어떤 독거노인 댁을 방문했다. 그리곤 '모도리' 봉사를 했다.

참고로 '모도리'란 빈틈없이 아주 여무진 사람'을 뜻하며, '모도리 봉사'는 그날처럼 독거노인 등 신체활동이 부자유스러운 분을 위해 가정을 방문하여 집의 쓰레기를 깔끔하게 치우고, 비우고, 털고, 쓸고, 닦고 열심히 청소하여 마치 새집처럼 만들어 드리는 역할을 의미한다.



민망할 정도로 수북한 각종 쓰레기와 신문 다발, 1회용 음식물 포장 용기 등은 정말이지 태산을 이룰 만큼 엄청났다.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는 또 다른 고문을 강요했다.

그런 데도 비래동 자원봉사회원들의 거듭되는 대청소 요청에도 어르신께서는 막무가내로 반대하셨다. 이처럼 한번 어떤 물건을 가지게 되면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습관을 일컫는 표현을 '호더스증후군'(Hoarder syndrome)이라고 한다.



'저장 강박증'이라고도 불리는 호더스증후군은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집안에 온갖 것들을 잔뜩 쌓아두고도 전부 다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서 어느 것 하나도 쉽게 버리질 못한다.

저장 강박증은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가치가 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모아서 저장하는 증상을 보인다. 저장 강박증을 가진 사람은 물건을 쌓아놓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함을 느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저장 강박증의 원인은 뇌의 손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두엽의 기능 이상과 후두엽 피질의 활동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수준보다 느린 상태를 말하는 후두엽의 대사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증상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많이 사서 보관하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재구매하는 등의 강박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물건을 정리하고 보관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여 일상생활의 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

그런데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으는 증상으로 인해 집 안에 물건이 쌓여 발 디딜 틈이 없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이 버리지 못하는 것은 비단 물건만이 아니다. 최우선은 재물이다.

죽을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거늘 영원할 줄 착각하는 것이다. 이어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관, 신념 등 보이지 않는 것 중에서도 버려야만 하는 게 사실은 상당히 많다.

하여간 비래동 자원봉사회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성실하게 마무리까지 잘 마쳤다. 대전자원봉사센터 시민기자단 단장으로 4년째 활동하면서 숱한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거기서 거둔 수확은 정말 많다. 먼저,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길을 가는 나그네라는 사실의 발견이다. 그러므로 잘 사는 것(Well-being)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죽는 것(Well-dying)도 꽤 중요하다.

평생 덜 먹고, 덜 입고, 부들부들 아낀 덕분에 재산이 많은 노인이 있는 반면, 자식조차 외면하고 버려진 가난한 노인도 적지 않다. 이렇게 가족과 사회로부터도 방기(放棄)된 병약한 빈곤 노인을 돌보는 것 역시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 대부분은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모금 형태로 선행을 이어가고 있음을 쉬이 보게 된다.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릴 때는 자기에게도 몇 방울 정도는 묻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봉사는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날도 경험했지만 자원봉사자는 역시 '날개 없는 천사'라는 생각에 동행한 나 또한 적이 흐뭇했다.

홍경석/ 작가, 소설 <평행선> 저자

평행선-홍작가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