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면 공교육이 살아날까?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면 공교육이 살아날까?

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자율융합학부 교수

  • 승인 2024-09-23 14:26
  • 신문게재 2024-09-24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4010801000544400020711
김정태 교수
'500만 학생을 위한 500만 개의 교과서' 교육부는 이 구호를 외치며 내년부터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등의 교과목에 우선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고, 2028년까지 전 과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부에 의하면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 기회를 지원하고자 AI를 포함한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학습자료와 지원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학생 개인별로 AI가 학습 진단과 분석을 통해 학습 수준과 속도를 반영한 최적화된 맞춤학습 콘텐츠로 배우고 교사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업을 설계하며 학부모는 자녀의 풍부한 학습활동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야심찬 도입을 앞둔 AI 교과서에 대해 학부모, 교사, 전문가들의 우려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 5월 자녀들의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의 과사용과 문해력 저하,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며 AI 교과서 도입을 미뤄달라는 청원이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올라왔다. 또한, 경향신문에 의하면 한 국회의원실이 공개한 학부모 1000명, 교사 1만9667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의 82.1%는 AI 교과서 도입 전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며, 교사들의 12.1%만이 AI 교과서의 도입에 찬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높은 반대 여론에도 AI 교과서 도입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고 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에 앞서 몇 가지 우려에 답해야 한다.



첫째, AI 교과서 도입은 심각한 문해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2021년 OECD 국제학업 성취도평가(PISA) 결과, 한국 학생들의 사실과 의견 문장을 구분하는 능력은 25.6%로 최하위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 학생들의 평균 식별률은 47%로 평균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디지털기기 활용 수업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글쓰기 능력,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이에 반하여 중국, 핀란드, 스웨덴, 캐나다, 프랑스, 호주 등의 여러 해외 선진국들은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이유로 학교 내 디지털기기 사용 금지를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둘째, 디지털기기 중독과 과의존은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의 두뇌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한겨레는 2024년 1월 15일 자 기사에서 김대진 가톨릭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쓰면 뇌에 변화가 올 수 있고, 스마트폰에 중독된 청소년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충동 조절, 행동 조절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뇌에서는 쾌락과 보상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스마트폰 자극은 도박 마약과 같은 수준으로 분비된다고 한다.

셋째, 정작 AI 디지털교과서로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들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에 더해 AI 기술을 다루는 역량까지 갖추어야 한다. 교사들은 아직 실물로 접해보지 못한 디지털교과서를 당장 다음 학기부터 수업에 적용해야 하니 혼란스럽다고 한다. 교실에서 AI 교과서는 상호작용 부족과 소통과 협업의 기회의 축소로 학습 경험이 단조로워질 수 있다.

그런데 정작 현행 문제풀기 방식의 기존 학습 방식으로는 AI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실제로 판단하고 활용함으로 정보를 창의적으로 재생산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교사와 학생의 학습 개념과 방법론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 AI교과서를 도입한다면 디지털 기술에 학생들을 종속시켜 자기주도적인 학습역량을 형성하기 힘들 것이다.

근본적으로 AI교과서를 도입하면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한 유대감이 높아질까? 조금만 자기 자식이 손해를 보는 듯하면 교사를 협박하며 학폭신고를 하는 학부모들의 태도가 개선될까?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 지금 대한민국의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회복하는 것이다.

/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자율융합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2.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 유성선병원 변승원 전문의, 산부인과내시경학회 학술대회 우수상
  4. 대전시의사회, 성분명 처방 의무화 반대 성명…"의약분업의 기본 원칙 침해"
  5. 자치경찰제 논의의 시작은..."분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
  1. 함께 노래하는 대전 의사들 20년 맞이 정기공연…디하모니 19일 무대
  2. 아산시 소재 고등학교에 나흘 사이에 2번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
  3. 나에게 맞는 진로는?
  4.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5. 대전대덕우체국 노사 재배 고구마 지역에 기부

헤드라인 뉴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 '바로타'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 하루 평균 이용객 3만 명에 달하며 대중교통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복청은 '더 나은 바로타'를 위한 5대 개선 과제를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을 넘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대동맥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BRT 롤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의 대중교통 핵심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BRT '바로타'를 세계적 수준의 BRT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행복청에 따르면..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육군 제32보병사단은 10월 16일 세종시 위치한 예비군훈련장을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훈련시설로 재개장했다. 제32보병사단(사단장 김지면 소장)은 이날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개장식을 갖고 시설을 점검했다.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국방개혁 4.0의 추진과제 중 하나인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그동안 예비군 훈련 간 제기되었던 긴 대기시간과 노후시설 및 장비에 대한 불편함, 비효율적인 단순 반복형 훈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추진됐다. 제32보병사단은 지난 2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