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계엄으로 드러난 민주주의의 모습들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계엄으로 드러난 민주주의의 모습들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 승인 2024-12-09 10:25
  • 신문게재 2024-12-10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신기용
신기용 변호사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리고 계엄 선포 2시간여 만에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고, 12월 4일 오전 4시 30분경 국무회의 의결로 계엄 해제가 선포됐다. 우리나라 헌정사에 영원히 기록될 이번 일을 목도하며 교차했던 생각들을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하자마자 든 생각은 '전쟁이 벌어졌구나!'였다. 아무리 휴전상태라고는 하나 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해 왔는데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교전에 관한 소식은 들리지 않고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유가 발표되면서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다른 한편으로는 의아함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계엄은 군사력을 동원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발령 요건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고, 특히나 계엄령이 군사독재의 방편으로 악용되었던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볼 때에 더욱 억제되어야만 한다. 전쟁이나 대재난이 아니라면 발령되어서는 안된다. 계엄 선포의 이유를 접하며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이유이다.

그 의아함을 넘어 공포심을 들게 하였던 것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에 의하여 처단한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령이었다. 이는 헌법에서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계엄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마련해 놓았던 입법부의 권한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만일 군사력이 동원되어 정치활동을 이유로 국회의원들을 체포하고 이로써 재적위원 과반수라는 계엄 해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적법성을 다툴 여지도 없이 위헌적인 계엄상태가 유지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헌법을 통해 오랜기간 공고히 유지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체계가 자칫 한 순간의 군사력 사용으로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는 취약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순간이다. 차후에 계엄 당시 국회의원 체포조가 운영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하기도 했는데 사실이 그렇다면 절대 묵과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말 다행히도, 계엄선포 단 2시간 만에 국회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계엄 해제가 결의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의 민주주의가 튼튼하게 자리잡혀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며, 출근길을 답답하게 하는 교통체증이 계속되는 모습을 보며 이 평화로운 일상의 감사함을 되새기기도 했다.

사실 이번 사태는 오래 전부터 모순이 있다고 느낀 민주주의의 딜레마 같은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바로 '야당은 나라가 잘못될수록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특정 정당을 지칭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 어느 정당이든, 나라가 평화롭고 정치가 안정된다면 집권 여당이 다음 선거에서도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게 될테니 야당으로서는 그 반대의 결과를 바라게 될 수 밖에 없게 되는 구조가 민주주의의 모순으로 다가온 것이다.

몇 차례 정권이 뒤바뀌는 과정에서 특히나 양당제가 공고화될수록, 당론이라는 명목의 획일적인 당파적 주장이 남발될수록 더욱 이와 같은 야당의 딜레마가 고질적인 문제가 되어가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토론과 설득을 통해 국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결정을 도출하기 위한 정치의 본질은 잊혀지고 정쟁과 혼란만이 원래 모습인 것처럼 당연시 될까봐 더욱 걱정되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바라보며 이런 모순점이 곪아 터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번 계엄 선포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계엄은 곧 독재로 이어질 수 있고 우리나라의 근간인 민주주의의 최대의 적은 독재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위대함을 동시에 보여주었던 이번 사태가 더 성숙한 정치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2. 파주시, ‘마장호수 휴 캠핑장’ 운영 재개
  3. 천안 삼은1번가 골목형상점가, '길거리 오픈축제' 개최
  4. 2025 K-축제의 세계화 원년...날아오른 국내 축제는
  5. 충남도의회 "학교급식 종사자 체계적 검진 지원"
  1. [기획] ㈜아라 성공적인 글로벌화 "충남경제진흥원 글로벌강소기업1000+ 덕분"
  2. 대전 특성화고 지원자 100% 넘었다… 협약형 특성화고 효과 톡톡
  3. [사설] 특성화고 '인기', 교육 내실화 이어지나
  4.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5. "대전하천 홍수량 5~8% 늘어"vs"3년 만에 과도한 상향 아닌가" 갈등

헤드라인 뉴스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대전시가 이재명 정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서 트램 등 핵심 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대거 확보하면서 주요 현안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트램을 비롯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웹툰클러스터 예산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이날 4조 3000억원을 감액하고,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해 정부안인 728조 원 규모로 전격 합의한 것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주요 현안 예산 반영 여부를 여의도..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 대전에서 수출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원·달러 환율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환율이 10~20원만 변동해도 회사의 수익 구조가 즉각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A대표는 "원자재 대금 결제에 적용되는 환율이 중요하다 보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환율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면서 지역 수출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를 사들여 수출하는 구조를 가..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서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2차 국무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해 12월 3일 우리 국민들이 피로써 쟁취해 왔던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 질서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그렇지만 국민의 집단 지성이 빚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위대한 빛의 혁명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