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치, 공동체성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치, 공동체성

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자율융합학부 교수

  • 승인 2025-02-24 10:15
  • 수정 2025-02-24 12:18
  • 신문게재 2025-02-25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4010801000544400020711
김정태 교수
12·3 계엄사태와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면서 지난 두 달 반 동안 가슴에 돌을 얹어 놓은 듯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이 야당이 밉다고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했다는 사실보다도 더 믿기지 않았던 것은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과 계엄에 관련된 장군 중 어느 누구도 불법적 행위를 거부하며 자신의 직을 건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강압적 계엄 조치와 더불어 탄핵심판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적 분열은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내가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훼손시켰다. 내 자신이 불안정한 사회 질서의 일부로 인식되면서 소속감이 약화되었다. 탄핵심판을 두고 나타난 정치적 분열과 갈등은 시민들 사이의 공감과 신뢰를 훼손하고 공동체의 정서적 유대감을 약화시켰다.

공동체성은 공통의 생활공간에서 상호작용하며 유대감을 공유하는 집단을 말한다. 하나의 공동체는 일반적으로 집단 내 상호작용을 통한 소속감, 집단 내 상호 영향력, 집단을 통한 필요의 충족, 공유된 정서적 연결 등을 통해 공통된 문화를 공유하게 된다.

공동체성은 한 국가의 흥망성쇠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번 계엄사태와 탄핵심판의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적 사회적 분열과 갈등은 우리의 공동체성 붕괴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만약 우리가 국가의 공동체성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 한다면 우리는 쇄락의 길을 갈 것이 뻔하다.

나 같이 위아래로 '낀 세대'인, X세대라고 불렸던 90년대 초반에 대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공동체성이 여전히 강하다. 우리 위로는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서 보릿고개를 겪으며 산업화의 전사로서 전투적인 삶을 살았던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아래로는 경이로운 경제 발전과 정보화시대로 대표되는 밀레니엄 세대가 있다. 그 뒤로는 태어났을 때 이미 휴대폰이나 인터넷이 존재해서 어릴 때 그걸 갖고 놀았고, 지금은 인공지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MZ세대가 있다.

X세대인 나는 산업역군들인 부모 세대가 일구어 놓은 고도 경제성장의 열매를 처음 따먹은 세대로서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남아 있다. 학교에서는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유교적 가치관이 여전히 남아 있는 세대다. 50대인 지금은 연로한 부모님을 봉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당연한 세대이다. 내가 대학생 때 휴대폰과 삐삐가 나와서 개인주의가 탄생했지만, 내 세대는 여전히 공동체성이 뼛속 깊이 박혀 있어서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밀레니엄 세대와 MZ 세대는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중요한 세대이다. 이들은 풍요로운 세상을 사는 것이 당연하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하지 못 한다. 학교에서는 수업만족도 조사를 통해 스승은 사라지고 교사나 교수를 평가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를 살고 있다. 부모가 내게 사교육을 시켜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나중에 부모를 봉양한다는 생각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불쌍하게도 극심한 청년실업을 겪으며 욜로를 추구하는 세대이다.

우리 사회에서 혈연과 가족으로 끈끈하게 결속됐던 공동체성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급속한 사회적 다양성의 증가와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면서 약화했다. 사실 젊은 세대들의 공동체성이 부족한 것은 부모 세대의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 게다가 이번 계엄사태와 최고위층의 무책임함이 불러일으킨 정치적 분열과 사회적 갈등은 공동체성의 붕괴를 초래하고 말았다.

우리의 공동체성을 살리는 한 가지 방법은 국민들의 마음에 공동체를 살리는 의로움의 가치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다. 그 해법은 공동체를 해친 악인에게는 철퇴를 가하고 공동체를 살린 의인은 상을 주는 것이다. 우리 공동체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인과 위험과 불이익을 감수한 의인을 발굴해서 파격적인 포상을 하여 모범을 삼을 것을 제안한다.

일제강점기 독립투사의 후손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서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흥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자. 또한, 상부의 불법한 명령을 거부하며 용기 있게 의로운 양심을 보여준 채 해병 사건의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과 계엄회의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며 사표를 던진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과 같은 이들을 포상하고 중용한다면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자율융합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1조원대 'AI모빌리티' R&D사업추진심사 대상 지정
  2. [독자칼럼]방학 중 아동 식사·돌봄 공백,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과제
  3.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한국새농민 대전시회, 협력농장 벼 수확 행사
  4.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5. 전국장애인체전 개막 D-7… 세종시, 역대 최다 메달 정조준
  1. 인미동 "대전·충남행정통합, 시민과 함께 답 찾아가야"
  2. 세종시 사격팀 맹위… 전국장애인체전서 메달 싹쓸이
  3. 천안 K-컬처박람회, 주말 맞아 '가족·한류 맞춤형' 콘텐츠 쏟아진다
  4. 중기중앙회, '옐로우 플리마켓' 참여 소기업·소상공인 모집
  5. [현장취재]제27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 2026 대전사회복지대회

헤드라인 뉴스


박용갑 의원 "간병 파산·살인 해결 위해 간병비 급여화 필요"

박용갑 의원 "간병 파산·살인 해결 위해 간병비 급여화 필요"

‘간병 파산과 간병 살인’ 등 과도한 간병비 부담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줄이기 위한 이른바, '간병비 3법'이 발의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6일 대표 발의한 의료급여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으로,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간병비를 급여화하는 게 핵심이다. 박 의원실이 제공한 국회입법조사처와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환자와 보호자가 간병비로 지출한 비용은 2008년 3조 6000억원에서 2018년 8조원을 넘었고, 2025년 연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논산다문화] 논산시, 탑정호의 밤, 빛과 음악으로 물들다
[논산다문화] 논산시, 탑정호의 밤, 빛과 음악으로 물들다

논산시 탑정호의 밤하늘이 화려한 빛으로 물들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낮에는 평온한 호수의 매력을, 밤에는 빛과 음악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경관을 선사하는 탑정호는 지역 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탑정호의 야경은 형형색색의 분수가 어둠 속에서 일제히 솟구치며 시작된다. 중앙의 대형 물기둥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치솟아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 조명이 잔잔한 수면 위에 번지며 탑정호를 거대한 무대로 변모시킨다. 특히 호수 뒤편으로 길게 뻗은 출렁다리의 은은한 조명은 분수쇼와 어우..

천안법원, 장기요양급여비용 부정 수급한 요양원 대표 벌금형
천안법원, 장기요양급여비용 부정 수급한 요양원 대표 벌금형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은 근무하지 않은 딸 명의이용 부정 수급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북구 한 요양원 대표 A씨는 2022년 7월 자신의 딸이 실제로 사회복지사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인력추가배치가산금을 7회에 걸쳐 신청하면서 1971만1090원을 지급받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장기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강태규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해 장기요양급여비용을 부정 수급했다"며 "이러한 범죄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

  •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집중하는 수험생들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집중하는 수험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