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금값 폭등 시대, 연금술은 다시 부활할까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금값 폭등 시대, 연금술은 다시 부활할까

조재완 한국원자력연구원 경제성분석실 선임연구원

  • 승인 2025-03-06 16:45
  • 신문게재 2025-03-07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306095139
조재완 한국원자력연구원 경제성분석실 선임연구원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금반지를 예물로 하겠노라 호기롭게 약속한 예비 신랑이라면 눈앞이 캄캄해질 법도 하다. 돌잔치를 준비하는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예쁜 돌반지 한 돈(약 3.75g)을 흔히들 챙겼지만, 요즘은 1g이나 2g짜리를 찾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금이 부담스러운 선물 대열에 올라선 셈이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 배경으로 국제 정세 불안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꼽는다. 경제가 휘청이면 귀금속 중 압도적 존재감을 지닌 금에 자금이 몰리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골드러시가 떠오른다. 직접 금광을 찾으러 떠나고 싶은 충동이 드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요즘 다이아몬드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랩 다이아몬드(lab diamond)라는 이름으로 장신구 시장에 꽤 널리 퍼져 있다. 그렇다면 눈부신 기술 발전을 이루고 있는 지금, 금도 실험실에서 뚝딱 만들 수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조금 뒤에 하도록 하자.



금을 만드는 마법이라 불리는 기술, 바로 연금술이다. 연금술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 아니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설이 있다. 납과 같은 흔한 금속을 금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숱하게 있었지만, 하나같이 실패했다. 그래도 이 과정을 통해 학문으로서 화학이 발전했다니, 인간의 집념이 결국 현대 과학의 기반을 닦았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 연금술을 뜻하는 영어 단어 alchemy가 화학을 뜻하는 chemistry의 어원이라고 한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금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금에서 느껴지는 영롱함이 아닐까 싶다. 반짝이는 빛을 영원히 잃지 않는 신비로움은 금의 화학적 안정성 덕분이다. 물이나 공기와 거의 반응하지 않아 빛바래거나 부식되지 않는다.



그리고 세공하기도 쉬워 복잡하고 화려한 문양을 내기에 적격이다. 덕분에 고대부터 왕관, 보석 등 장신구에 필수 재료가 되어왔다. 최근엔 금을 극도로 얇게 펴서 식용으로도 사용한다. 하지만 몸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니 황금똥을 만드는 호사스러운 장식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현대에서 진짜로 연금술을 가능케 하는 기술은 무엇일까? 답은 바로 입자가속기(particle accelerator)다. 입자가속기란 수소나 헬륨 같은 원자를 초고속으로 가속해 총알처럼 발사하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쉽다. 어떤 물질을 과녁처럼 세워두고 입자를 쏘면 원자핵이 맞아 깨지면서 새로운 물질이 생긴다. 언뜻 보면 게임 속 SF 무기 같지만,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글렌 시보그(Glenn Theodore Seaborg)가 이를 실험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비스무트 금속을 입자가속기에 넣고 고에너지 입자를 쏘았다. 그러자 비스무트 원자핵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금 원자로 변해버린 것이다. 연금술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이 기술로 시보그는 엄청난 부를 쌓았을까? 현실은 전혀 달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입자가속기를 돌리는 데 드는 비용이 시간당 5000달러다. 금 1온스(약 28g)를 생산하려면 자그마치 1000조 달러가 들어간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기술적으로는 금을 만드는 일이 가능할지 몰라도, 경제성이 전혀 없으니 사실상 무의미한 시도라는 얘기다.

자연산 다이아몬드는 이미 인공 다이아몬드에 왕좌를 내줄 위기에 놓였다는 말이 나온다. 실험실 다이아몬드가 품질도 뛰어나고 값도 훨씬 저렴해 장신구 시장에서 점차 인기를 얻고 있으니 말이다. 반면 금은 아직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흉내 내기가 불가능하다. 언젠가 머잖은 미래에 인공 금이 실제 유통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은 좀처럼 보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은 왠지 모를 설렘을 준다. 인간의 상상력은 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오늘도 연금술을 꿈꾸는 이들의 상상력이 마냥 허무맹랑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조재완 한국원자력연구원 경제성분석실 선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1.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2. 농식품부 '농촌재능나눔 대상' 16명 시상
  3. 작은 유치원 함께하니, 배움이 더 커졌어요
  4. 충남경찰, 21대 대선 당시 선거사범 158명 적발… 직전 대선보다 119명↑
  5. 서머나침례교회,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연말 맞아 이웃사랑 후원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을 세종시가 아닌 대구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한 데다, 11월에 혁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의원(비례)이 ‘대법원 세종 이전법’을 발의한 터라 논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이견으로 대법원 지방 이전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차규근 의원(비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권칠승 의원과 함께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법원의 부속기관도 대법원 소재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