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목련의 이른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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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목련의 이른 개화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 승인 2025-04-01 16:25
  • 신문게재 2025-04-02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백향기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해마다 이맘때면 연한 새잎이 돋아나고 꽃 몽우리가 제 몸을 조금씩 내미는 나무가지들을 보며 신비로움을 느끼곤 한다. 때를 어떻게 그렇게 아는지 겨우내 빈 가지만 흔들며 서있던 나무들의 가지 끝에서 조금씩 몽우리가 맺히고 가지 끝에서 연한 속살을 조금씩 내밀기 시작하는 것은 신비 자체이다. 그런데 나무마다 시기가 달라서 어떤 나무는 서둘러 꽃을 내미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간을 두고 여유를 부리며 꽃잎을 내미는 나무들도 있다.

나무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은 제각각 봄에 반응하는 민감함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사람도 제각기 나름의 제 성격을 타고 나는 것이려니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나와 성격이나 성정이 다른 사람들도 이해가 되고 어찌 모두 나와 같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좀 너그럽고 넓은 마음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 때를 스스로 알고 움직이는 자연의 신비에 놀라기도 하지만, 같은 종류의 나무라 해도 서있는 장소가 양지인지 그늘인지 따라서도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사람도 환경에 따라 저렇게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그런데 이번 봄에는 유독 목련 한그루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남편이 근무하는 학교의 건물 앞에는 꽤 오래된 목련이 한 그루 있는데 이 목련은 해마다 근처에 있는 다른 목련에 비해 유난히 일찍 꽃을 피우고 꽃도 너무 소담스럽게 만개해서 매년 남편이 봄이 되면 사진을 찍어 "벌써 목련이 이렇게 꽃을 피웠네"하고 사진을 보내 주곤 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에이, 작년 사진 아니야? 무슨 목련이 벌써 이렇게 소담스럽게 꽃을 피워?"하고 믿지 않을 정도로 일찌감치 서둘러 꽃을 피우곤 하는 목련이었다. 그래서 같은 목련이라도 나무마다 각자의 성정이 다른 모양이다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무엇이 그리 급해서 매년 이렇게 다른 목련들에 비해서 그렇게도 빨리 서둘러 꽃을 내밀고 활짝 피우는 것일까 하는 것이 은근히 궁금했었다. 아마도 성격이 급하거나 무엇인가 빨리 결실을 맺고 싶은 욕심이 과하거나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내가 이렇게 빨리 꽃을 피우는 목련에 유난히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다. 그림을 지도하다 보면 사람마다 모두 자기 성격과 개성이 그림에 알게 모르게 나타난다. 그림의 내용 뿐 아니라 그림을 배우고 그리는 과정이나 태도에서도 그 사람의 성격이 잘 나타나곤 한다. 그런데 간혹 기초를 잘 다지고 그것을 반복해서 연습을 해야 할 시기에 있는 사람이 빨리 무엇인가를 그려내고 싶어하고, 실제로 아직 그 단계에 가지도 않았는데 멋진 그림을 그려 내고 싶은 욕심에 미리미리 앞서 나가려는 경우를 보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코 좋은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니 기초작업부터 해나가자고 하면 빨리 무엇인가 그려내도록 해주지 않는데 불만을 가지기도 한다. 그림을 그려 나가는데에는 대상을 포착하고 묘사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란 대부분 재미가 없고 인내를 필요로 해서 뚝심있게 견디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비단 그림 만은 아닐 것이다. 멋진 연주를 하고 싶은 사람은 악기를 연주하는 자세나 방법, 악보읽는 법, 그것을 익히는 연습곡 등을 지루할 정도로 꼼꼼하게 익힐 것을 요구받고 그것이 몸에 익을 때까지 반복하게 된다. 멋진 서예가를 꿈꾸는 사람은 처음부터 멋진 글씨 쓰는 것이 아니라 먹을 가는 방법, 붓을 다루는 방법, 획을 긋는 방법 등 멋진 글씨와는 거리가 있는 기초연습을 수없이 반복하게 될 것이다. 예술뿐 아니라 운동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학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년 일찍 꽃을 피우던 그 목련은 올해도 예외없이 일찌감치 꽃을 피우더니 지난주에 남편이 보내온 사진 한 장이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때아닌 3월 폭설에 너무 일찍 만개한 꽃이 다 떨어지고 만 것이다. 모든 것은 때가 있고 과정이 있는 것이니 그것을 의연하게 견디어 내는 뚝심있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 모두에서 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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