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과학의 날] 위기를 기회로, 한국 '기술 자립' 이끄는 화학연 코팅기반솔루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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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과학의 날] 위기를 기회로, 한국 '기술 자립' 이끄는 화학연 코팅기반솔루션센터

한국화학연구원
2019년 일본발 수출규제 때 활약, 소부장 국산화 등 국내 기업 기술자립 일등공신
장비 두루 갖춰 코팅 분야 기술개발 원스톱 지원… 과기정통부 국가연구시설 지정

  • 승인 2025-04-15 16:57
  • 신문게재 2025-04-16 7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 제조업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반도체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 장비 등 핵심 산업 분야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 국가적 위기 속에서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 코팅기반솔루션센터는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롤투롤(R2R) 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첨단 코팅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의 기술 자립화에 앞장서고 있는 코팅기반솔루션센터는 소부장 국산화의 숨은 주역이다.

[사진6-1] 화학연 CI
▲국내 유일 습식·진공코팅 동시 수행 인프라=화학연 코팅기반솔루션센터는 2010년 '화학소재솔루션센터'로 출발했다. 설립 초기부터 국내 중소기업의 취약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해왔다. 센터는 국내 유일하게 습식코팅과 진공코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의 소재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기술인력이 취약하고 수요기업과의 수직적 거래관행 등으로 고위험이 따르는 기술개발과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기업들을 위해 고가의 장비인프라와 공정기술을 제공해 소재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테스트베드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이끌고 있는 조성근 센터장의 설명이다.

센터는 롤투롤 습식코팅장비, 롤투롤 스퍼터, PE-CVD 등 대형장비와 소형 평가장비를 두루 갖추고 있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태양전지, 자동차용 필름 등 다양한 분야의 코팅 기술개발을 원스톱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우수한 시설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국가연구시설(N-Facility)로 지정되기도 했다.





▲국가연구시설(N-Facility) 위상과 역할=국가연구시설(N-Facility)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연구 인프라를 선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동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다. 코팅기반솔루션센터는 국내 유일의 코팅 특화 연구시설로서 국가연구시설로 지정돼 한국 소재산업 발전의 핵심 인프라로 인정받았다. 이를 통해 센터는 단순한 연구시설을 넘어 국가 소재기술 개발의 중요한 거점으로서 위상을 확립했다. 이는 센터가 보유한 장비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축적된 공정기술과 노하우가 국가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에는 센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2] 한국화학연구원 코팅기반솔루션센터
한국화학연구원 코팅기반솔루션센터 연구진들. 화학연 제공
▲일본 수출규제의 위기, 기술 자립화의 기회로=코팅기반솔루션센터가 진가를 발휘한 것은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다. 특히 규제 품목 중 하나인 불화폴리이미드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필수적인 고경도 하드코팅 필름 개발을 위해 센터의 고사양 롤투롤 코팅공정과 노하우를 활용, 국내 8개 기업을 대상으로 258건의 기술 지원을 실시했다.

조성근 센터장은 "사실 일본 수출규제 이전부터 이미 우리 센터에서는 국산화를 위한 기반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며 "투명 도전성 코팅, 초소수성 코팅, 개스 배리어 코팅 등 다양한 소재공정기술을 연구해왔다. 그래서 수출규제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불화폴리이미드 하드코팅 소재 사업화에 성공했고 해당 기업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불화폴리이미드 하드코팅 양산 공정 개발에 성공해 국산화 기간을 크게 단축시킨 성과는 센터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중소기업의 은나노와이어(AgNW) 기술 지원을 통해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용 필름소재의 수출이라는 성과도 올렸다. 이 밖에도 24개 기업을 대상으로 288건의 은나노와이어 관련 기술 지원을 진행하며 차세대 투명 도전성 코팅 필름 개발에 기여했다.



▲첨단 코팅기술 개발의 요람=코팅기반루션센터는 단순히 기술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자체적인 첨단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속 코팅 공정 기술, 화학 증착 장비를 활용한 가스 배리어 공정 기술, 불소계 고분자 복합타겟 및 스퍼터링 공정기술, 대면적 전기변색필름 등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소재 기술을 개발해 특허와 논문 성과로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불소계 고분자 복합타겟 및 스퍼터링 공정기술은 세계 최초로 대면적 롤투롤 스퍼터링이 가능한 기능성 불소계 고분자 타겟 제작 기술로, 23편의 논문과 13건의 특허(국내 10건·해외 3건) 성과를 거뒀다. 이 기술은 기존 습식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경친화적인 건식 나노 박막 공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코팅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코팅기술은 단순히 물질을 표면에 바르는 기술이 아니라 나노 수준의 정밀한 제어가 필요한 첨단 기술이다. 센터는 기초연구부터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3] 한국화학연구원 코팅기반솔루션센터
▲중소기업의 기술사업화를 위한 파트너=코팅기반솔루션센터의 가장 큰 성과는 중소기업의 기술사업화를 가속화했다는 점이다. 센터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제품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국내외 시장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 예로, 전자제품용으로 사용되던 은나노와이어 잉크를 이용한 신규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국내 기업의 면상 발열 제품(온열매트) 사업화를 지원했으며, 2차전지 분리막 코팅 소재의 평가와 필름화 공정지원을 통해 신규 사업 진출을 도왔다.

센터는 이 외에도 코팅 관련 교육과 기술 교류회 개최 등 기업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국내 코팅 산업 생태계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단기적인 기술 지원을 넘어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첨단 코팅장비와 핵심기술=코팅기반솔루션센터가 보유한 장비는 크게 습식코팅공정과 진공코팅공정 설비로 나눌 수 있다. 습식코팅공정에는 파일롯 롤투롤 습식코팅장비 등 대형장비와 작은 폭을 코팅할 수 있는 실험실용 롤투롤 코팅 장비, 시트 코팅장비 등 다수의 소형장비가 있으며, 진공코팅공정으로는 파일롯 롤투롤 스퍼터와 PE-CVD 등 대형장비와 ALD등 다양한 소형장비를 갖추고 있다. 또 패터닝 공정, 표면처리 공정 등 다양한 공정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장비들도 보유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고청정 클린룸에서 운영되는 롤투롤 습식코팅 장비다. 기업지원에 가장 많이 쓰이는 이 장비는 테스트베드 대표장비 중 하나로,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이차전지, 태양전지용 전극필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자동차용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롤투롤 공정기술은 연속 생산이 가능해 생산성이 높고 대면적 코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특히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차세대 전자기기에 필수적인 유연소재 제조에 핵심 기술이다.

[사진5] 한국화학연구원 전경사진
화학연 전경
▲글로벌 소재강국으로의 도약, 그 중심에 코팅기반솔루션센터가 있다=코팅기반솔루션센터는 앞으로도 기존 핵심품목 국산화를 넘어 전 세계로 경쟁력을 확대하고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스타트업-강소기업-으뜸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다. 소재부품산업 관련 기반구축사업을 통해 자동배합장비, 레이저 패터닝 장비 등 화학산업과 디스플레이 분야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첨단장비들을 지속적으로 계속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넓은 범위의 첨단 소재 개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재 기술은 제품 경쟁력의 핵심이다. 특히 코팅 기술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태양전지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미·일 등 주요 선진국과의 기술력 차이가 크고 소재분야의 무역역조가 심한 상황에서, 코팅기반솔루션센터와 같은 국가연구시설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조 센터장은 "앞으로도 기업과 소재 연구자들과의 협력 연구를 통해 상용화와 기술이전에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미래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신규 코팅기술 개발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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