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AI 강국의 조건 '인재 정착'에 달렸다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AI 강국의 조건 '인재 정착'에 달렸다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 승인 2025-07-29 10:00
  • 신문게재 2025-07-30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김용성 교수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2019년 12월, 인공지능 시대에 발맞춰 정부에서는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를 앞서나갈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여러 국가에서 인공지능 전략을 앞다퉈 내놓았고, 한국도 빠르진 않았지만 나름 적절한 시기에 전략을 발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국가전략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인재양성이었다. 그중 눈여겨볼 것이 바로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인재 양성을 위해 인공지능 대학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5년 반이 흘렀고, 이제 그 성과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할 시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토록 원하던 인공지능 석박사 학위자들이 여러 인공지능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급인재들이 대한민국에 잘 정착하고 있을까?

다양한 조사 결과를 보면 결과는 암담하다. 한국의 AI 인재 순유출입수는 인구 1만 명당 -0.36명으로 OECD 38개국 중 35위를 기록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연구소(HAI)가 발표한 'AI 인덱스 2025'에서도 우리나라는 이스라엘, 인도, 헝가리, 터키에 이어 다섯 번째로 AI 인재 유출이 많은 국가로 나타났다.

국내 대학 졸업자가 평생 쓰는 공교육비가 약 2억 1483만원이고, 이들이 해외로 거처를 옮길 경우 세수 손실은 1인당 약 3억 4067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 현실은 한국 납세자가 미국과 중국 같은 AI 강국의 인재 확보를 위해 돈을 대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81.9%가 AI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에서 양성된 우수한 AI 전문가들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해외로 이주하면서, 정작 국내 산업 현장에서 일할 인재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양적 부족을 넘어 고급 인재들이 국내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현재 AI 인재 이동 패턴을 보면 명확한 계층화가 드러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연구에 따르면 국내 S급 인재는 미국·캐나다 등 해외 빅테크 기업으로, A급 인재는 국내 대형 IT 기업(네이버, 카카오 등)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제조업 분야는 대기업조차 AI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메타(Meta)는 최근 경쟁사 최고급 인재 영입에 1명당 최대 연봉 1400억 원을 제시하는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OpenAI의 한국인 정형원 박사도 유사한 조건으로 영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전 세계에서 인공지능을 제대로 다룰 핵심 개발자는 수백 명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이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앞으로 인공지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러한 글로벌 인재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무엇인가? 우리 지역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대덕연구단지는 전국적으로 우수한 연구환경을 갖춘 대학, 연구소 등이 포진돼 있어, 연구자들이 성장하기에 상당히 좋은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배출된 AI 분야 인재가 한국이라는 환경 속에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주 큰 숙제이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인재 양성이 아니라 인재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는 이제 단기 성과주의를 넘어서는 장기적 비전, 창의성을 존중하는 연구 환경,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자금 지원 등이 절실하다. 대덕연구단지 같은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우리가 정작 그곳에서 자란 인재들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한 정책 실패를 넘어 국가적 자원 낭비가 될 것이다.

5년 반 전 세운 원대한 계획이 진정한 성과를 거두려면, 이제는 '키우는 것'에서 '머물게 하는 것'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때다. AI 인재들이 떠나지 않고 머물 이유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AI 강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설] 최교진 교육장관의 '교권 보호' 언급
  2. [월요논단] 교통약자의 편리한 이동을 위한 공공교통
  3. [사설] K-스틸법으로 철강산업 살려내야 한다
  4. 지질자원연 창립 77주년, 새 슬로건 'NEO KIGAM 지구를 위한 혁신'
  5. 특구재단 16~17일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투자주간'
  1. 대전권 4년제 수시 경쟁률 상승… 한밭대·우송대 선전
  2. [홍석환의 3분 경영] 무능한 리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3. 폭우에 도로 잠기고 나무 쓰러져…당진서 알레르기 환자 긴급 이송
  4. 9월 무더위 계속…16일 충남 서해안 강우
  5. 조선 조운선 '마도4호선' 첫 발굴 10년만에 선체인양…나무못과 볏짚 활용 첫 확인

헤드라인 뉴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이재명 새 정부가 금강 세종보 '철거 vs 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찬반 양측 모두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미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정부부터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행복도시 내 '금강 친수보' 건립으로 추진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선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철거'란 상호 배치된 흐름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보'와 태생이 다르나 같은 성격으로 분류되면서다. 지방정부 역시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환경부가 밀어부치기식 정책 추진을 할..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건설 승인을 받지 않고 주택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전국적으로 8만787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주택법을 피하면서 주민 복리시설이나 소방시설 등 엄격한 규제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 데다, 정부의 주택통계 작성과정에서도 빠져 부실한 관리를 초래해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국토교통부로 받은 ‘주택신축판매업을 영위하는 개인·법인 가동사업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모두 8만7876개의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신..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가 추석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 2000톤을 공급한다. 최대 900억원을 투입해 과일·한우 등 선물 세트를 최대 50% 할인하며, 전국에 2700여 곳의 직거래장터를 개설한다. 정부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의 가격·수급 안정을 위해 공급을 확대한다. 공급 물량은 농산물 5만톤, 축산물 10만 8000톤, 수산물 1만 4000톤 등 17만 2000톤으로, 평시의 1.6배 규모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