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알타이 연맹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알타이 연맹

강병호 배재대 교수

  • 승인 2025-09-01 10:15
  • 신문게재 2025-09-02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풍경소리
강병호 배재대 교수
역사적으로 중앙아시아와 한반도는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돌궐과 고구려는 6세기 중엽부터 관계를 맺었으며, 초기에는 대립도 있었지만, 점차 동맹과 우호로 발전했다. 551년 돌궐이 고구려 백암성을 공격했으나, 607년 고구려가 돌궐에 사신을 보내고 외교 교섭을 하며 협력을 강화했다. 이 동맹은 수·당 같은 강대국을 견제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고, 실크로드를 매개로 군사·문화 교류를 이어가며 상호 영향력을 주고받았다. 이러한 역사는 오늘날 다자 연합 구상을 추진하는 데 있어 역사적 정당성과 문화적 기반을 제공한다.

언어학적으로 한국어는 알타이계 어족에 속하는 언어로 분류되며, 몽골어·튀르크어·만주어 등과 같은 계통으로 연결된다. 이는 역사적·문화적 유사성뿐 아니라 언어적 친연성에서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반면 중국어는 알타이계 언어와는 문법 구조·어휘·발음 체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한국이 문화·정서적으로 중국보다 알타이 문화권과 더욱 가깝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복합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 에너지·광물의 해외 의존 심화, 지정학적으로 고조되는 중국의 압박이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40년까지 약 25% 감소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한 '한미동맹 유지'나 '대 중국 관계'만으로는 생존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인구·자원·안보·외교 네 축을 종합한 능동적이고 실용적인 중장기 연합 구상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하나의 해법이 '알타이 연맹(Altai Alliance)' 구상이다.

알타이 연맹은 대한민국을 주축으로 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튀르키예, 키르기스스탄 등 국가들을 협력 파트너로 상정하며, 총인구 약 1억 6250만 명 규모의 중견 다자연합체다. 이들은 유라시아 대초원(Steppe Belt) 문화권에 속하며, 고대 흉노·돌궐·위구르·몽골 제국의 중심지로서 중국 왕조와의 역사적 대립과 교섭을 반복해 왔다.

튀르키예는 오스만 제국의 후예로 중앙아시아와 언어·문화적 기반을 공유하고, 헝가리는 아시아 유목민 계통과의 역사적 연관성을 가진다. 이런 역사·문화적 공통성은 오늘날에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한 경계심과 자주 외교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튀르키예는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 부르며, 6·25 전쟁 당시 보여준 군사적 지원과 희생을 양국 관계의 토대로 삼고 있다.

인구 구조에서도 협력 잠재력은 크다. 한국이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는 반면, 우즈베키스탄과 몽골은 35세 이하 청년층 비율이 60% 이상이다. 이 청년 인구는 산업·기술·자본과 결합할 경우 제3의 성장 경제권 형성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교육, 청년 창업 지원, 기술훈련센터 설립 같은 장기 프로젝트는 양측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촉진할 수 있다.

자원 분야에서도 시너지가 크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2%이며, 전략광물의 상당 부분을 중국과 호주에 의존한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 몽골은 희토류 부존량이 풍부하며, 튀르키예는 가스관을 통해 에너지 허브 역할을 한다.

안보 협력 가능성도 높다. 한국은 2024년 세계 6위 방산 수출국으로, 헝가리와 튀르키예는 이미 한국산 무기 도입·공동생산을 논의 중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으며, 한국의 첨단 방위산업 기술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무엇보다 알타이 연맹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지정학적 균형축이 될 수 있다. 일대일로 참여국 일부는 부채와 정치 개입에 반발하고 있으며, 한국은 AI·K-콘텐츠·그린 에너지·스마트 의료 등 비강압적이고 기술 중심의 파트너십을 제공함으로써 대안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이 구상의 실현을 위해선 정부의 전략 수립, 국회의 초당적 네트워크, 산업계의 시장 분석과 투자 계획이 필수다. 초기 단계부터 공동 프로젝트와 파일럿 사업을 운영해 실질적인 성과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타이 연맹(AA)은 국가 생존과 국제 영향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강병호 배재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與野 행정수도특별법 합의처리로 "세종시 완성" 의지 증명해야
  2. 대전시, 시내버스 이용 에티켓 홍보 확대
  3. 대전서 연이틀 배터리 충전 화재… 전기 이동수단 이용 증가에 '안전주의보'
  4. [문화 톡]노금선 전 MBC 아나운서의 화려한 귀환
  5. 성광진·임전수·이병도·김성근 충청권 민주진보교육감 "초광역 협력 약속"
  1. [내방] 백동흠 대전경찰청장 등
  2. 맹수석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단일화 재논의 제안에 후보들 반응 '싸늘'
  3. 'IBS 과학문화센터' 일상 속 과학을 만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4. 안전지도 해도 사고 나면 무조건 교사 책임?…사라지는 학교 현장체험학습
  5. [충남도정회고록]남기고 싶은 이야기(15회) 백제문화권 종합 개발사업을 추진하다

헤드라인 뉴스


"무색해진 여야 약속" 세종 행정수도법, 지방선거 전 통과 불발

"무색해진 여야 약속" 세종 행정수도법, 지방선거 전 통과 불발

세종 행정수도특별법(이하 행정수도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첫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위헌 소지와 국민적 공감대를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사실상 지방선거 전 제정이 불발되면서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던 여야 지도부의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행정수도 완성을 골자로 발의된 특별법 5건(황운하·강준현·김종민·김태년·엄태영·복기왕 등 대표 발의)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지만 심사를 보류했다. 앞서 행정수도법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14일 소위에도 상정됐지만 65개..

대전 지방선거 광역 및 기초단체장 대진표 완성 전운
대전 지방선거 광역 및 기초단체장 대진표 완성 전운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대전 광역 및 기초 단체장 여야 대진표가 완성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직 단체장들이 등판 예열을 마치고 본격 링에 오르는 가운데 곳곳에서 '리턴매치'가 성사되며 선거 열기가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2018년 이후 8년 만에 대전에서 3선 구청장이 배출될는지도 촉각이다. 22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동구청장 후보로 황인호 전 동구청장을, 서구청장 후보로 전문학 전 시의원을 확정했다. 이로써 대전시장과 5개 구청장을 포함한 지역 단체장 선거 구도가 모두 완성됐다. 대전시장..

중동전쟁 여파 나프타 68% 급등… 생산자물가 7개월 연속 상승
중동전쟁 여파 나프타 68% 급등… 생산자물가 7개월 연속 상승

중동전쟁 여파로 나프타 가격이 68% 급등하는 등 생산자물가가 7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5.24(2020=100)로 전월 대비 1.6%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는 2025년 9월 이후 7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가 이처럼 장기간 상승한 것은 환율과 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 1~7월 이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에너지 절약 동참해주세요’ ‘에너지 절약 동참해주세요’

  • 자연 속 힐링 요가 자연 속 힐링 요가

  • 실전 같은 소방훈련 실전 같은 소방훈련

  • 도심 속 눈길 사로잡는 영산홍 도심 속 눈길 사로잡는 영산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