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사찰 무량사, 판로 막힌 샤인머스켓 농가에 ‘자비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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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사찰 무량사, 판로 막힌 샤인머스켓 농가에 ‘자비의 손길’

경내 로컬푸드 장터 열어 80박스 완판…신도·관광객 호응 속 대량 추가 주문
정덕 주지스님, “군이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협의한다면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 협력 가능”

  • 승인 2025-10-20 14:37
  • 수정 2025-10-20 15:07
  • 김기태 기자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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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사 경내에서 열린 로컬푸드 장터에서 탬플스테이를 온 신도들이 부여산 샤인머스켓을 구입하고 있다.(사진 김기태 기자)
10월 20일, 부여군 외산면에 위치한 천년고찰 무량사 경내에서는 이색적인 로컬푸드 장터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과잉 생산으로 판로가 막힌 샤인머스켓 농가를 돕기 위해 무량사가 직접 장소를 제공하고, 신도와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를 지원한 것이다.

정덕 주지스님은 "지역의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어야 농촌이 산다"며, "앞으로 군이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협의한다면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협력의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종교적 자비를 넘어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현실적 실천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샤인머스켓 80박스가 단시간에 완판됐다. 특히 한 신도는 시식 후 품질에 감탄해 다음 날 50박스를 추가 주문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명절 직후 흔한 과일로 여겨지던 샤인머스켓이었지만, '무량사'라는 신뢰감과 품질 보증 이미지가 판매 성과를 이끌었다.

무량사는 연간 3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대표 사찰로, 그중 70~80%가 외지 관광객이다. 이들을 지역 농산물의 고정 고객층으로 연결할 경우, 부여 농가들은 유통비용 없이 제값을 받는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이처럼 무량사는 신앙의 공간을 넘어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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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사 로컬푸드 장터에서 구입한 샤인머스켓을 차량에 싣고 있는 신도들의 모습.
현재 부여군에는 5개 농협이 공동 조합법인을 통해 유통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 축구장이나 야구장 등 관외 지역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앞서 "비용을 들여 외부에서 로컬푸드를 여는 것보다, 부여 내부의 유통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먼저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량사의 이번 작은 실천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종교기관과 지역이 함께하는 상생의 유통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덕 주지스님이 보여준 자비의 실천은 지역 공동체가 자립하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열었다.

무량사의 사례는 '지역공동체와 종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천년사찰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로컬푸드 판매는, 지역 농산물의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는 동시에 관광과 소비를 연계한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창출할 수 있다.

부여군과 농협이 이러한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면, 무량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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