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42. 입동에서 바라보는 정치적 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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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142. 입동에서 바라보는 정치적 해빙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11-06 12:00
  • 수정 2025-11-06 13:18
  • 신문게재 2025-11-07 18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오늘은 입동입니다. 농경 사회에서 입동은 '생장의 끝이자 저작의 시작'이었습니다. 들녘의 일은 마무리되고, 여름과 가을을 거치면서 싱싱했던 생명들은 우리 눈에서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내면의 생명력은 땅속으로 스며들며 다음의 봄을 준비합니다. 그래서 겨울은 죽음이 아니라 쉼이며 회복의 계절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흔히들 생명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숨은 성장'이라고 하겠지요.

먼저, 오늘 입동을 맞아 겨울의 상징과 철학적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습니다. 시간의 흐름에서 본다면 겨울은 정지되어 있고 침묵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철학적으로 본다면 사유의 계절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생명의 순환에서 본다면 겨울은 죽음과 재생의 경계에 있으나 끝은 새로운 시작의 전제라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는 것이지요. 인간의 내면적으로 본다면 겨울은 성찰과 고독의 계절이기 때문에 외부의 시끄러움이 멈추고 인간의 본질로 돌아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겨울은 멈춤의 계절이지만 이 멈춤은 단순한 정지가 아니라 깊이를 만드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정치가 얼어붙었다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정치 상황은 겨울에 들어선 것입니다. 진영 간의 갈등과 혐오가 팽배해 있고 모든 담론은 굳어져 있어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정치 상황을 한 발 물러서서 관조해 보면 한 시대의 열정이 식은 정치적 겨울은 새로운 질서를 잉태하기 위한 잠복기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감정적 대립이 지나치기 때문에 일시적인 냉각기가 필요합니다. 가정에서나 친지 간에 갈등이 생기면 냉각기를 거쳐 풀리듯이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이 식어야 방향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 진영 간의 대립으로 대화가 단절된 것은 절망이 아니라 숙성의 시간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적 언어가 너무 극단적으로 치닫기 때문에 우리는 따뜻한 언어를 상실하고 있지요. 그래서 겨울처럼 차가운 계절에 따뜻한 언어를 되찾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겨울이 봄의 서막이듯이 정치적 혹한기는 정치적 봄을 가져오는 준비의 시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입동은 정치적으로 본다면 내면의 해빙을 준비하는 문턱에 왔다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입동이 지나면 땅속은 더욱 얼어붙겠지요. 그러나 겨울이 깊어지면서 봄을 준비할 수밖에 없지요. 사람들도 왜 우리가 얼어붙었는가를 스스로 인식한다면 해빙은 시작될 것입니다. 이러한 자연의 순리가 정치에도 반영되어야 하겠습니다. 정치적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아 사회는 피로감에 빠지고, 시민의 신뢰는 증발하고, 모든 정치적 담론이 얼음처럼 굳고 차가워졌는데 마치 자연의 변화가 생명을 깨우듯, 정치적 열기가 식고 새로운 희망이 태어나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오늘 입동은 단순히 기온이 떨어지는 날이 아니라 사유가 깊어지는 계절의 문이기 때문에, 정치에서도 입동으로 시작되는 겨울에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합니다. 이 겨울에 얼음 밑으로 새로운 변화의 물줄기가 조용히 흐르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 지도자들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시민의 양심, 지성인들의 침묵, 청년들의 문제의식 등,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잠재적 변화의 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지요. 극단적인 세력들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이렇게 정치가 얼어붙은 시대에 맞는 입동은 우리에게 '잠시 멈추고, 더 깊이 성찰하라'는 경고를 무수히 발신하고 있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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