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학교, 가장 안전한 배움터가 되길…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학교, 가장 안전한 배움터가 되길…

원영미 편집부장

  • 승인 2025-11-26 09:55
  • 신문게재 2025-11-20 18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원영미1
집에 그림이 한 점 있다. 결혼선물로 받은 것인데, 중학교 1힉년 때 담임 선생님이 주신 그림이다. 화사한 초록빛의 산과 나무 풍경이 담긴 그 그림을 볼 때마다 선생님이 떠오른다.

영어과목을 맡으셨던 선생님은 작은 키에 하얗고 예쁜 얼굴이셨다. 또 글씨를 무척이나 잘 쓰셨다. 그 선생님을 많이 좋아해서 13살 어린 나이에 닮고 싶었던 것 같다. 선생님을 좋아하면 그 과목도 공부를 잘하게 된다고 하는데, 예쁜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영어단어·문장을 달달 외워가며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선생님이 아파서 입원하시면 친구들과 함께 병문안도 가고 방학이면 선생님과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작년에 이사 올 때 다 어디로 갔는지 그 편지들이 모두 다 사라져 많이 아쉽다.

나중에 선생님이 다니셨던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대전으로 와 다시 뵈었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건강문제로 일찍 퇴직하시고 그림을 그리셨다고 했는데 그때 그리셨던 한 점을 결혼선물로 주신 것이다. 잊지 못할 최고의 선물이다. 선생님과 함께했던 학창시절은 즐거웠고 따뜻했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는 내 기억 속 모습과는 많이 다르게 다가온다. 올해 2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돌봄교실을 마치고 귀가하는 1학년 학생에게 교사는 "책을 주겠다"며 시청각실로 유인한 뒤 천인공노할 일을 저질렀다. 범행 전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장소도 사전에 선택했을 정도로 계획성이 짙었다. 이 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해당 교사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에 대해 최근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가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음에도 그보다 낮은 '무기징역'이라는 판결이 나온 것에 불복한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교사가 학생을 살해하다니…. 과연 지금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어떤 존재일까. 학교는 아이에게 정말로 안전한 장소인가. 선생님은 학생들을 사랑해주고 보호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경계해야할 대상인가. 이 사건은 많은 질문과 불안을 던졌다.

매일 아침 두 아이를 깨워 학교에 보내는 엄마인 나는 세상 어느 곳도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아 서글프다. 또 한편으론 이 사건으로 인해 교실에서 아이들과 부대끼고 교감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있는 많은 선생님들에게도 아픈 상처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추억할 수 있는 선생님이 있다는 것은 최고의 선물인데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선생님을 꼭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초등생 살해교사'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만한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합당한 처벌이 없다면 비극은 또 일어날 수 있어서다. 등·하교 알림시스템 등 아동 안전망을 더 촘촘히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 나아가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마음건강을 지키는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 되기를 기대한다.

원영미 편집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인구 71만명 돌파
  2. 기나긴 공방 끝, 지천댐 건설 동력 확보… 기후부, 충청권 메가프로젝트 용수 수요에 '다목적댐' 추진
  3. 교육비 격차 벌어졌는데 장학금은 평균 웃돌아… 대전 대학 엇갈린 지표
  4. "몸무게 23.6㎏ 저는 대전샛, 우주탐험 준비마쳤어요"
  5. 한밭대 총장선거 3파전…‘연구·재정·산학협력’ 해법 경쟁
  1. 충남대 국립공주대 통합신청서 통과…구성원 찬반투표 본격화
  2. 충청권 시·도지사 李대통령에 핵심 현안 관철 촉구
  3. 특진·포상 받은 수사, 무죄 나면?… 경찰개혁 ‘사후검증’ 과제
  4. 충남대병원 구윤서·권은진 교수, 어지럼 진단부터 치료·재활 플랫폼 개발 착수
  5.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목원대, 전공의 벽 허물고 AI 대학으로 혁신

헤드라인 뉴스


특진·포상 받은 수사, 무죄 나면?… 경찰개혁 ‘사후검증’ 과제

특진·포상 받은 수사, 무죄 나면?… 경찰개혁 ‘사후검증’ 과제

경찰 송치 이후 불기소나 무죄로 뒤집힌 사건까지 추적해 기존 수사 성과를 다시 평가하는 시스템 마련이 경찰개혁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이 사건 무작위 배당과 수사심사 강화, 우수 수사관에 대한 포상·승진 확대 등을 추진하는 만큼 잘한 수사뿐 아니라 결과가 뒤집힌 수사도 사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거나 수사 실적으로 특별승진이나 포상을 받은 뒤 해당 사건이 불기소나 무죄로 끝난 경우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인사에 반영할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경찰 범죄 수사..

담배꽁초 하나에 유성 카센터 2억 화재… 항소심도 벌금 500만원
담배꽁초 하나에 유성 카센터 2억 화재… 항소심도 벌금 500만원

담배꽁초를 제대로 끄지 않은 채 버려 2억 원이 넘는 화재 피해를 낸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2-2형사부는 실화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 씨는 2025년 3월 23일 낮 12시 13분께 대전 유성구의 한 카센터 앞에서 담배를 피운 뒤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가 현장을 떠난 뒤 약 4분 만에 카센터 건물 외벽에서 불이 났고, 외벽과 천장 등이 타면서 수리비 약 2억 1125만 원 상당의 피해..

2030년 행정수도 거점의 광역교통망 촘촘히 구축
2030년 행정수도 거점의 광역교통망 촘촘히 구축

충청권이 행정수도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그물망 광역교통망으로 한층 가까워진다. 2029년 대통령 세종 집무실,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시대를 앞두고 메가시티, 즉 광역연합의 시너지 효과도 커질 전망이다. 청주공항~KTX오송역~조치원역~대전역~세종터미널~유성터미널~KTX공주역까지 각 지역 교통 거점에다 국회 세종의사당을 잇는 별도 노선들도 속속 계획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 청장 강주엽)은 28일 청주국제공항(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에서 제34차 행복도시 광역계획권 교통협의회(이하 광역교통협의회)를 열고,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을 재촉하는 비 가을을 재촉하는 비

  • 대입 수시 앞 실기준비 ‘구슬땀’ 대입 수시 앞 실기준비 ‘구슬땀’

  • ‘청렴문화 함께 만들어요’ ‘청렴문화 함께 만들어요’

  • ‘온통대전 2.0’ ‘온통대전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