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양군 농어촌기본소득, 군민의 기대는 멈췄고 책임은 흩어졌다

  • 충청
  • 청양군

[기자수첩] 청양군 농어촌기본소득, 군민의 기대는 멈췄고 책임은 흩어졌다

  • 승인 2025-12-12 21:10
  • 수정 2025-12-15 14:00
  • 신문게재 2025-12-15 13면
  • 최병환 기자최병환 기자
최병환 청양주재
청양주재 최병환 기자
“신청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연기라니, 이제는 믿을 수가 없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둘러싼 청양 지역의 분위기는 냉소에 가깝다.

기본소득 신청 연기 소식이 전해진 뒤 읍·면에서는 "한다더니 또 말이 바뀌었다.", "정부 사업은 결국 말뿐"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책의 성패를 떠나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 더 뼈아프다.

군은 정부 방침에 따라 군민에게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신청 안내도 진행했다. 하지만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돌연 제기된 '도비 30% 분담 조항과 확약서 제출'은 모든 흐름을 멈춰 세웠다. 그 결과는 일정 연기, 혼란, 군민 불만으로 이어졌다.

군민은 책임의 방향을 묻고 있다. "이게 군의 잘못이냐"는 질문이다. 결정권이 없는 군은 해명과 민원만 떠안았다. 정책을 설계한 곳도, 조건을 바꾼 곳도 아닌데 불만은 가장 아래로 향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충남도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충남도는 시범사업의 광역 주체임에도 국회 요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도비 30% 요구에 맞서기보다는 10% 부담 안을 제시하며 중간지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 '중간'은 군민에게 책임 회피로 읽힌다.

군민은 묻는다. "도가 앞장서서 설득하고 책임졌다면 상황이 여기까지 왔겠느냐"고. 충남도가 정부와 국회 사이에서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질수록 도정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결정타는 국회와 정부다. 시범사업은 본래 정책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 단계다. 그런데도 국회와 정부는 성과도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지방비 분담을 확약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정책 실험을 스스로 부정하고 재정 부담을 지방으로 떠넘긴 무책임한 정치적 선택이다.

국회의 한 줄 요구로 행정은 멈췄고, 현장은 흔들렸다. 그로 인한 혼란과 불신에 대해 국회는 아무런 설명도 책임도 지지 않는다. 정치가 정책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책임은 일선 행정이, 실망과 불신은 군민이 떠안았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이대로 좌초된다면 실패의 원인은 제도가 아니라 책임지지 않는 구조다. 기대를 품었던 군민에게 남은 것은 소득이 아니라 또 하나의 학습이다. ‘농어촌 정책은 늘 현장에서 멈춘다’는 씁쓸한 경험 말이다.
청양=최병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 이번 주말 흐리고 전국에 강한 비…다음주 소나기 가능성
  2. 대전 RISE 첫 성적표 나왔다… 최대 17억5000만원 차등 지원
  3. 환경단체 "대전시 효과 없는 준설만 거듭"…실효성 있는 재해 방지책 촉구
  4. 세종충남대병원 '최승원 병원장' 취임… 행정수도 거점 병원 노크
  5. [2026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질문으로 사고를 키우고 AI로 미래를 열다
  1. '월명수 판매 혐의' 정명석 첫 재판서 부인… 검찰 "한병에 판매가 40달러였다"
  2. 충남대병원 간담췌외과 김석환 교수, 국제학술대회 최우수 구연상 수상
  3. 소리를 눈으로 보는 에스엠인스트루먼트, 반도체·가스공장 안전제품 생산
  4. [사이언스칼럼]듀얼유스 방산테크, 우주를 경제안보 인프라로 재편하다
  5. "내년 정부 필수의료 회계 신설… 대전도 '지방 공공보건 특별회계' 만들어야"

헤드라인 뉴스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지방선거 기간, 도민 염원과 바람을 수첩에 빼곡히 적었다. 도민 간담회 등 현장소통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하나하나 담다 보니 어느새 수첩은 3권으로 늘었다. 박 당선인은 "수첩 3권의 무게가 3톤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수첩에 도민의 엄중한 명령이 담긴 만큼, 압박감과 무게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박 당선인은 도민의 명령을 단순히 무겁게만 느끼는 것이 아닌,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선거용 구호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통(通)하는 충남 준비위원회 구성도..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대전 0시 축제 존속 여부를 둘러싼 지역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의 대표사업으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허태정 당선인이 재검토를 공언했지만, 최근 이 축제를 둘러싸고 부쩍 달라진 기류 때문이다. 정부가 0시 축제의 관광·상권 활성화 등 0시 축제에 대해 일부 긍정평가를 내놓았고 무턱대고 폐지했다가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안팎에선 0시 축제를 아예 폐지하는 것 보다는 축제 간판을 바꾸거나 축소·개편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지역..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 일정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28년 만의 착공으로 본궤도에 진입한 듯 했지만, 토지보상 지연과 시운전 기간 연장, 수소트램 기반시설 문제까지 줄줄이 드러나며 2030년 개통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민선 9기 인수위에서 공식화되며 여야는 또다시 네 탓 공방에 나선 모습이다. 18일 취재에 따르면, 대전시는 최근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초 목표였던 2028년 말 트램 개통이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