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보존이냐 반도체 교육이냐… 충남대 연구소 부지 갈등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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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보존이냐 반도체 교육이냐… 충남대 연구소 부지 갈등 장기화

대학본부 결정과정 두고 교수·학생·단과대 이해 충돌
환경보존 주장과 교육·연구공간 부족 논리 대립 양상
부지변경 땐 착공 지연… 반도체공동연구소 차질 우려

  • 승인 2026-01-13 18:08
  • 신문게재 2026-01-14 6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반도체
13일 충남대 소나무숲 지킴이가 학내 반도체공동연구소 건립이 예정된 리기다 소나무숲 부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부지 변경을 촉구했다. (사진=정바름 기자)
충청권역 반도체공동연구소 건립 부지인 충남대 소나무 숲을 둘러싼 학내 구성원 간 이견이 해가 바뀌어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며 소나무 숲을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과 반도체 교육·연구 공간이 부족해 조속히 건립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대학본부와 교수회, 단과대학 간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문제가 자칫 학생 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최근 소나무숲 부지 건립을 두고 학생들도 잇달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14명의 충남대 학생이 조직한 '충남대 소나무숲 지킴이'는 학내 소나무숲 부지 인근에서 환경단체, 진보정당, 교수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리기다 소나무 숲을 파괴하는 대학본부의 불통 행정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조직한 연대는 자연과학대, 인문대, 간호대 등 여러 단과대 학생들이 속했다.

학생 연대는 앞선 대학본부의 연구소 부지 결정 과정이 비민주적이며 생태를 파괴하는 조성 방식 역시 옳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학생 연대는 11월부터 한 달간 소나무숲에 연구소 건립을 반대하고 부지 변경을 요구하는 재학생·시민 5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자료를 대학본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학생 연대 측은 "원래 건립부지는 소나무숲이 아닌 드론실습장이었으나 학내 시설공간조정위 서면 투표와 전 총장 결정에 따라 부지가 변경됐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 단과대 구성원조차 사안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라며 "문제를 제기할 통로도 없는 상황이라 반대하고 있다. 학교에선 나무를 옮겨 심는다고 하지만, 숲에 많은 과목과 작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데, 재조림을 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충남대 반도체융합학과 등 이공계열 학생들은 연구소 건립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2024년 충남대에 반도체융합학과가 신설돼 연구소 시설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건립이 늦어지면서 학생들이 타과 강의실을 전전하는 실정이다. 올해 신입생이 들어올 경우 임시로 마련한 실험 공간마저 부족할 문제에 처해 반도체융합학과 재학생들도 지난해 대학 곳곳에 대자보를 부착하고 부실한 교육 환경에 항의 중이다.

대자보를 통해 반도체융합학과 학생들은 "현재 부지선정 문제로 사업이 지체돼 학생들의 학습권은 물론, 우리 대학의 미래 경쟁력까지 위협받고 있다"라며 "신입생이 입학하면 강의와 실험 수업을 진행할 최소한의 공간조차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보존 논란 중심에 있는 소나무 숲은 토종 소나무숲이 아니라 외래종 리기다 소나무숲으로, 오히려 다른 식물 성장을 억제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수종"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충남대는 2023년 교육부의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건립사업에 선정돼 학내 연구소 조성을 추진했다. 나노·반도체 산업 인재를 양성하고 충청권 대학들과의 시설·장비 등 연구 인프라 공유가 골자다. 하지만, 기자재값 상승으로 연구소 시설 설계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착공 시점 역시 늦춰진 상태다.

이 과정에서 2023년 학내 시설공간조정위에서 결정한 연구소 건립 예정 부지가 뒤늦게 지적사항에 올랐다. 지난해 충남대 교수회와 인문대 교수 등 일부 구성원들이 인문대학 인근인 소나무숲 부지에 연구소를 건립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성명을 내놨다. 대학본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단대 간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연구소 건립 부지를 변경할 경우 설계를 다시 해야 해 조성 비용과 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충남대 반도체공동연구소 건립 추진 관계자는 "원안대로 진행 중이고 올해 하반기 착공 예정"이라며 "지난해 11월 교육부와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건립을 추진 중인 대학들이 모여 올해 착공해 2028년 준공하기로 이야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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