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근대교육기관 설립한 선교사 '친필 서간문집'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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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근대교육기관 설립한 선교사 '친필 서간문집' 복원

배재학당 설립자 아펜젤러·3대 교장 벙커가 이어쓴 1005쪽 서간문집
대한제국 시기 외교·정치·사회 상황과 서양식 근대교육 변화상 담아

  • 승인 2026-02-16 10:59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사진3. 아펜젤러 친필 서간문집
아펜젤러 친필 서간문집 (사진=배재대 제공)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교육기관인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 선교사의 친필 서간문집이 복원된다.

한국전쟁 이후 발견됐던 이 서간문집은 교육과 외교 등 한국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는 사료다.

16일 배재대에 따르면, '헨리 게르하트 아펜젤러 친필 서간문집'이 국가기록원 복원 사업에 선정됐다.

서간문집은 중요한 역사적 사료로 인정받아 국가기록원의 보존 처리, 정밀 스캔으로 디지털 파일로 복원돼 연구자와 시민에게 공개된다.

1005쪽에 달하는 서간문집은 배재학당 설립자인 아펜젤러 선교사(H. G. Appenzeller, 1858-1902)와 배재학당 제3대 교장인 달젤 A. 벙커(Dalzell A. Bunker, 1853?1932)가 써 내려간 기록물이다.

1897년 1월부터 1900년 9월 28일까지 아펜젤러 선교사가, 1900년 10월부터 1901년 10월 8일까지는 벙커 교장이 이어서 작성했다.

서간문집은 뉴욕 선교본부 실무담당·사무국 편집총무 활동, 대한제국 시기 배재학당 교장으로 학교 운영, 선교지 선교사에게 보낸 서신과 보고서, 이승만과 주고받은 서신, 배재학당 우물을 정부에서 무단으로 퍼가는 것에 대한 항의 서한을 고종에게 올린 한글 진정서, 배재학당 인근에 주둔한 시위대 부관에게 보낸 편지 등 선교·교육·외교·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구체적인 기록이 담겨 있다.

사진1. 아펜젤러 친필 서간문집(표지) (1)
아펜젤러 친필 서간문집(표지) (사진=배재대 제공)
이밖에 미국 출신 선교사이자 고종의 독립운동을 보좌한 호머 베절릴 헐버트, 스크랜튼 등 당시 정치·외교 무대였던 서울 정동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과 오간 서신이 담겨 학술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재학당 설립 초기 운영과 선교사 활동을 통해 서원 중심의 전통 교육에서 서양식 근대교육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1차 사료로 당시 사회·문화를 이해하는 데 주효한 가치를 지녔다.

서간문집은 오랜 기간 제한적으로 공개돼 근현대사 연구자들에게 '비밀의 방'으로 불릴 만큼 궁금증의 대상이 됐다.

장기간 보관 과정에서 보존 상태가 악화하면서 최근엔 관람이 제한됐다. 연세대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나일성 명예교수 주관으로 1986~1989년 연세대 국학연구원 동방학지(東方學志)에 활자화해 게재했으며 원문 친필 자료 전체가 공개된 사례는 없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자료의 장기적 보존과 활용을 위해 국가기록원 복원 사업을 신청해 선정됐다. 보존 처리·디지털 파일 복원이 완료되면 필사본 제작 등 절차를 거쳐 연구자와 국민에게 공개해 한국 근대교육사와 근대사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 예정이다.

김종헌 배재학당역사박물관장(배재대 건축학과 교수)은 "서간문집은 1953년 한국전쟁 종전 후 피난길에서 서울 정동으로 돌아온 배재학당 이선희 교사가 지하실에서 발견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라며 "배재학당 초기 교육 현장 분위기 뿐 아니라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전환되던 시기 서양 선교사의 시선으로 기록된 한국 근대교육과 정치·사회 상황을 담은 보기 드문 자료"라고 설명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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