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밀라노-코르티나 10대 메달리스트와 교실 속 청소년 도전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밀라노-코르티나 10대 메달리스트와 교실 속 청소년 도전

김용하 건양대 총장

  • 승인 2026-03-03 16:36
  • 신문게재 2026-03-04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10대 올림픽 선수와 입시생들은 결과 중심 사회에서 무거운 압박을 견디며 각자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회는 성과보다

clip20260302100239
김용하 총장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10대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하는 장면은 우리 사회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울림을 준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이 세계 정상급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해 내는 모습은, 단순한 스포츠의 감동을 넘어 우리 미래 세대가 가진 잠재력을 확인시켜 주는 상징과도 같다. 차가운 빙판 위에서 수없이 엉덩방아를 찧고, 눈 덮인 슬로프에서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도 끝내 다시 일어나 완주해 내는 그들의 눈빛은 그 어떤 메달의 색깔보다 더 찬란하게 빛난다. 그들이 거둔 성취는 개인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축하하고 기억해야 할 값진 결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메달이라는 결과, 그 찬란한 빛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영광의 이면에는 또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긴 시간의 고독한 훈련, 수많은 좌절과 재도전, 그리고 청소년기에 온전히 감당하기 쉽지 않은 무거운 사회적 압박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 1분 남짓한 경기를 위해 그들은 4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어두운 새벽 공기와 마주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왔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감내해야 하는 경쟁의 무게는 때로 성인들의 세계보다 더 가혹하고 서늘하다. 우리는 이들의 성취를 진심으로 기뻐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너무 이른 시기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는지 엄중히 성찰해야 한다.

이러한 올림픽의 풍경은 대학 입시라는 또 다른 무대에서 매일 도전을 이어가는 우리 고등학생들의 현실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교실 속 학생들 역시 각자의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자신만의 경기를 치르고 있다. 하루하루 주어지는 성적표와 주위의 평가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내야 하고,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수많은 불안과 긴장을 안고 살아간다. 정해진 트랙을 한 치라도 벗어나면 영영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올림픽이 화려한 무대라면, 입시는 한국 사회 청소년들이 가장 고독하고 치열하게 맞서 싸우는 삶의 첫 번째 경기장이라 할 수 있다.

10대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서로 다른 길 위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 공통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너무 이른 시기에 완벽한 '성과'만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들에게 충분히 실패할 권리와, 넘어진 뒤에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허락하고 있는가.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선수나, 원하는 대학의 문턱을 넘지 못한 학생이 곧바로 '좌절'이나 '낙오'라는 이름으로 낙인찍혀서는 결코 안 된다. 결과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과정 속에서 흘린 땀방울이 그 자체로 위대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어른들의 태도가 절실하다.

따라서 대학교는 이러한 청소년들의 숭고한 도전을 단순히 점수대로 줄을 세워 뽑는 '선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최후의 보루이자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이 각자의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지니고 있다. 단 1점의 점수 차이를 넘어, 그 과정 속에서 배우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길러낸 학생들의 끈기와 회복 탄력성을 존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대학은 청소년들이 한 번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든 다시 새로운 꿈의 궤도를 설계할 수 있도록 유연한 교육 시스템과 따뜻한 사회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밀라노-코르티나의 10대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단순한 기록 경신이 아니라, 청소년 특유의 순수한 땀방울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빚어낸 찬란한 상징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좁은 교실 책상 앞에 앉아 미래를 향해 묵묵히 걸음을 내딛는 학생들의 도전 또한 그에 못지않게 위대하고 값진 여정이다.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누가 더 빨리 좁은 정상에 오르는가를 재촉하며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온전히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응원하고 지원하는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봄꽃이 피어나는 시기가 저마다 다르듯, 우리 아이들도 각자의 계절에 맞춰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3월, 입학의 설렘이 가득한 이 시기에 우리 청소년들이 메달과 합격증이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 너머에서 진정한 배움과 성장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제는 대학과 사회가 함께 두 손을 맞잡고, 우리 아이들의 가장 든든하고 책임 있는 동반자가 되어주어야 할 때이다.

/김용하 건양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1조원대 'AI모빌리티' R&D사업추진심사 대상 지정
  2. [독자칼럼]방학 중 아동 식사·돌봄 공백,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과제
  3. 전국장애인체전 개막 D-7… 세종시, 역대 최다 메달 정조준
  4. 인미동 "대전·충남행정통합, 시민과 함께 답 찾아가야"
  5. 세종시 사격팀 맹위… 전국장애인체전서 메달 싹쓸이
  1. 천안 K-컬처박람회, 주말 맞아 '가족·한류 맞춤형' 콘텐츠 쏟아진다
  2. 중기중앙회, '옐로우 플리마켓' 참여 소기업·소상공인 모집
  3. [현장취재]제27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 2026 대전사회복지대회
  4. 천안시, 가을맞이 태학산 가족 산림치유 프로그램 운영
  5. [현장에서 만난 사람]류명렬 대전성시화운동본부 대표회장

헤드라인 뉴스


[산단의 경계, 기업의 한계] 커지는 기업, 가로막힌 확장…대전산단 ‘규제의 벽’

[산단의 경계, 기업의 한계] 커지는 기업, 가로막힌 확장…대전산단 ‘규제의 벽’

사업을 확장하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 역시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지역 산업의 기반이 돼야 할 산업단지가 입주업종 제한 규제로 기업의 이동과 성장을 되레 제약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지역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온 대전산업단지가 재생사업과 산업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현행 규제가 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기업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이전·증설을 추진하지만 업종 제한 등에 막히고, 신규 기업은 입주를 희망해도 업종 제한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기존 기업과 신규 업체가 처한 상황은 달..

"횡단보도 하나 두고 탄방"… 둔산 14구역 `둔산동 편입` 움직임
"횡단보도 하나 두고 탄방"… 둔산 14구역 '둔산동 편입' 움직임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1차 선도지구로 선정된 둔산14구역(한가람·한양)에서 '둔산동' 편입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같은 생할권임에도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둔산동과 탄방동으로 나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6일 서구청 등에 따르면 최근 국민신문고에 둔산14구역 한가람아파트와 한양아파트를 둔산동으로 변경해 달라는 민원을 접수됐다. 현재 둔산14구역은 행정구역상 탄방동에 속해 있다. 반면 14구역 인근에 위치한 13구역(크로바·목련아파트)은 둔산동이다. 두 구역이 인접해 있음에도 행정구역상 동이 나뉘어 있어 주민들 사이에서..

[르포] 트램 공사에 시민 불편 가중…경적·호루라기 뒤엉키고 민원 잇따라
[르포] 트램 공사에 시민 불편 가중…경적·호루라기 뒤엉키고 민원 잇따라

5일 오후 4시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12공구인 중구 서대전 지하차도 일대. 공사장 통제요원의 호루라기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통제요원들이 수신호로 차량 통행을 유도했지만 공사로 좁아진 도로에 차량이 몰리면서 곳곳에서 경적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차량은 통행 안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듯 공사 구간 방향으로 잘못 진입했다. 이를 발견한 통제요원이 다급하게 호루라기를 불며 차량을 향해 뛰어갔다. 요원이 손짓으로 통행 방향을 다시 안내하고 나서야 차량은 방향을 틀어 빠져나갔다. 그 사이 뒤따르던 차량들도 속도를 줄이면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