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지역소멸의 파도를 넘는 혁신의 닻(An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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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지역소멸의 파도를 넘는 혁신의 닻(Anchor)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 승인 2026-04-28 17:44
  • 신문게재 2026-04-29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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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호 단장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지역 경제의 쇠퇴를 넘어 '지역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와 지자체는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의 정책이 단순히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지역에 머물며 혁신 생태계를 이끌어갈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 구축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이는 대학이 지역 발전의 허브이자 닻(Anchor, 이하 '앵커') 역할을 수행해 '지역에서 교육받고 지역에 정주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앵커'란 지역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자본과 일자리, 인재를 끌어모으는 구심점을 의미한다.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더라도 그들이 일자리와 문화 인프라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버린다면 지역의 미래는 없다. 핵심은 '정주'에 있다. 청년들이 지역에 남도록 하기 위해 대학은 지자체, 기업과 운명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제 대학은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혁신의 앵커로서 새로운 역할과 방향성 정립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역성장 앵커로서 대학은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과 대응 전략을 펼쳐야 할까? 관련해서 필자의 소속 대학에서 추진한 지산학 협력 모델 몇 가지와 함께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현장 밀착형 인재 양성과 '직주락' 정주 환경 구축이다. 단순한 학문 전달을 넘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고 이들이 지역에 정착할 환경을 통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우리 대학에서는 전담조직을 출범시키며 '직장(職), 주거(住), 오락(樂)을 한 곳에서 누리는 정주도시 구현'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지역 산업 수요에 맞춘 현장 인재 양성, 지역 현안 해결 및 꿀잼도시 조성 등 구체적인 8대 과제를 실행하고 있다. 교육이 곧 취업과 지역 내 풍요로운 삶으로 직결되도록 대학의 시스템을 지역 맞춤형으로 전환한 것이다.

둘째, 청년 주도의 로컬창업 생태계 조성과 지역 문화의 융합이다. 청년이 스스로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어야 한다. 우리 대학에서는 '0시 축제'에서 11개 대학과 함께 아트 플리마켓을 운영했다.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로컬 제품을 판매하며 실전 창업 역량을 발휘했고, 외국인 유학생도 동참해 지역 주민과 교류하는 글로벌 정주 환경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콘텐츠 중점대학'으로서 충남 논산에서 '논산멘터리 1박 2일' 프로그램을 진행, 청년들이 직접 인구소멸 위기 지역을 탐방하며 로컬 브랜드 혁신과 창업 생태계 활성화 정책을 제안하는 등 지역문제 해결의 주체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셋째, 대학의 전문성을 활용한 직접적인 지역사회 현안 해결이다. 대학이 보유한 우수한 역량과 인적자원을 상아탑 밖으로 끌어내어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우리 대학은 대전 서구와 업무협약을 맺고 '청년창업지원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대학의 전공 교수가 센터장을 맡아 전문성과 추진력을 더하고, 청년창업가 발굴·육성, 맞춤형 프로그램 지원 등 실질적인 청년창업 활성화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지역사회 깊숙이 들어가 지자체의 행정력과 대학의 전문성을 결합함으로써 앵커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학이 보여주는 지산학 협력 성과와 상생의 발자취는 생존의 기로에 선 지역대학들이 나아가야 할 명확한 이정표이다. 이러한 전략이 전국적으로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지자체, 대학, 산업체 간의 칸막이를 허무는 탄탄한 협력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다.

지역소멸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국가적 사안이 되었다.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로의 정책 변화는 지역 대학에 위기이자 확실한 기회이다. 대학이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지역 산업을 이끄는 나침반이자 청년 정주의 굳건한 '앵커'가 될 때, 비로소 지역은 다시 힘찬 박동을 시작할 것이다. 대학과 지역이 운명 공동체로서 함께 손을 잡고 그려나갈 상생의 지도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성장동력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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