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정치인의 지혜와 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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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정치인의 지혜와 초심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 승인 2026-06-08 17:19
  • 신문게재 2026-06-09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시사오디세이 김용태 무역협회 대전본부장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
#1. 2001년, 그는 불과 31세의 나이로 디트로이트 시장에 당선됐다. 거침없는 언변, 세련된 스타일로 '힙합 시장'이란 별명을 얻으며 미국 정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유서 깊은 자동차 도시였지만 날로 쇠락하던 디트로이트를 젊은 감각으로 부활시킬 것이라는 시민들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지 않아 실망으로 변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세금으로 가족용 고급 차를 이용하고 호화 만찬을 즐기는 등 공금 유용과 사치를 일삼았다. 고교 동창을 시청 요직에 앉히고, 시에서 발주한 대규모 건설 사업권을 빌미로 계약업체들을 협박해 거액의 뇌물을 뜯어냈다. 결국 연방검찰의 수사로 비위가 드러나 불명예 퇴진에 이어 2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3년 디트로이트시의 공식 파산 선언에 결정적 도화선이 된 그의 이름은 콰메 킬패트릭(Kwame Kilpatrick)이다.

#2. 미국 역사학자들이 선정하는 '역대 최고의 미국 시장' 순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인물. 157cm 키에 애칭 '작은 꽃(Little Flower)'으로 불렸던 그는 대공황기인 1934년부터 1945년까지 뉴욕시장을 세 차례 연임하며, 부패와 범죄로 얼룩졌던 뉴욕을 청렴하고 현대적인 세계 최고 대도시로 탈바꿈시킨 거인이었다. 취임하자마자 부패한 정치 세력과 전쟁을 벌여 학연, 지연, 정치적 배경을 배제하고 오직 실력과 전문성만으로 공무원을 채용하는 인사 쇄신을 단행했다. 그는 공화당원이었지만 민주당 출신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가장 많이 이끌어냈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이탈리아·유대계 이민자 출신으로서 대공황기 극심한 고통을 겪은 하층민과 이민자들을 위해 복지 및 생활 안정 정책에 집중했다. 신문 배달 파업으로 주말 만화를 볼 수 없게 된 아이들에게 라디오 방송에서 만화 대사를 생생하게 읽어준 일화는, 그의 따뜻한 초심과 진정성을 보여준 제일 유명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탁월한 업적을 기려 뉴욕의 공항에 이름이 붙여진 그는 피오렐로 라과디아(Fiorello La Guardia)이다.

두 시장의 사례는 공직자에게 능력보다 더 근본적인 무언가가 필요함을 알려준다. 6·3 지방선거를 통해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 주사위가 '6'이란 최상의 성과를 낼지는 임기 동안 당선자들의 역할 수행에 달렸다. 경제 활성화, 청년의 취업과 정착, 교육 혁신 등 산적한 문제들이 그들의 어깨에 얹혀 있다.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조정하고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 일꾼인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많다. 용기, 정직, 추진력 등등. 하지만 이 모든 덕목이 제대로 발현되려면 먼저 '지혜'가 뒷받침돼야 한다. 킬패트릭은 능력이 없어서 실패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이익보다 공익을 헤아리는 지혜가 없었기에 무너졌다. 반면에 라과디아는 당파를 초월해 시민에게 필요한 것을 꿰뚫어 보는 지혜로 뉴욕을 바꿨다.

지혜에는 긍정적인 사회적 외부 효과(positive social externality)가 있다. 지혜로운 지도자의 판단과 행동이 사회 전체에 전염성 강한 긍정적 영향을 끼쳐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 지혜의 밑바탕에는 '지적 겸손'이 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며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다른 사람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

성공한 지역 일꾼들은 이런 지혜와 함께 뚜렷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거창한 정치적 구호 대신 삶의 질을 높이는 일자리·교통·복지 등 피부에 와닿는 정책에 집중하면서 당선 당시의 초심을 퇴임 때까지 잃지 않았다. 또 지역민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권력을 분산해 독선을 스스로 견제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의 딜립 제스트 박사와 토머스 믹스 박사는 "고금의 문헌을 통틀어 가장 일관되게 포착되는 지혜의 핵심 특성 중 하나는 공익 증진과 사익 초월"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일꾼으로 뽑힌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하며, 지혜로운 정책 추진을 당부한다./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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