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베트남 식당 5만 곳이 사라졌다, 그래도 외식시장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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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베트남 식당 5만 곳이 사라졌다, 그래도 외식시장은 커지고 있다

김대옥 햇잎푸드 대표

  • 승인 2026-09-08 16:22
  • 신문게재 2026-09-09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대옥 햇잎푸드 대표
김대옥 햇잎푸드 대표
베트남을 방문할 때마다 가장 빠르게 변하는 곳 중 하나가 외식시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달 전까지 손님으로 가득했던 식당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카페나 음식점이 들어선다. 호찌민과 하노이의 주요 상권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빠르다. 한국에서 유명한 외식 브랜드도 속속 베트남에 진출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 태국을 비롯한 해외 브랜드와 베트남 토종 브랜드까지 좋은 상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베트남 외식시장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젊은 인구가 많고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소득 수준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집에서 모든 식사를 해결하기보다 밖에서 친구와 만나고 음식을 즐기는 문화가 강하다. 배달앱과 SNS의 발달도 외식시장을 더욱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외식시장의 전체 매출은 성장하고 있지만 문을 닫는 식당도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상반기에만 베트남에서 5만 개가 넘는 F&B 매장이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은 커지는데 식당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얼핏 보면 모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베트남 외식시장이 쇠퇴하고 있다는 의미라기보다 시장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과거 베트남에서는 좋은 위치에 식당을 열고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한국 음식 역시 'K-푸드'라는 이름 자체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의 인기에 힘입어 떡볶이, 치킨, 김밥, 고기구이 같은 음식이 빠르게 알려졌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베트남 소비자의 경험 수준이 높아졌다. 맛은 기본이고 가격, 서비스, 위생, 인테리어, 브랜드 이미지까지 비교한다. SNS를 통해 새로운 식당이 순식간에 알려지는 만큼 좋지 않은 평가 역시 빠르게 확산된다. 한 번 방문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두 번, 세 번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은 훨씬 어려워졌다.

특히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격 경쟁은 무조건 싸게 파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베트남 소비자 역시 자신이 지불한 돈만큼의 만족을 원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싼 가격'이 아니라 '가격 대비 가치'다. 이 변화는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외식기업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첫 번째는 현지화다. 한국에서 성공한 메뉴와 맛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해서 베트남에서도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음식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현지 소비자의 입맛과 식사 방식, 가격 수준을 이해해야 한다. 현지화란 한국의 맛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맛을 베트남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표준화다. 외식사업이 한두 개 매장에서 끝난다면 뛰어난 조리사의 손맛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매장으로 확장하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가 조리하더라도 같은 맛이 나와야 한다. 소스와 레시피의 표준화, 식재료 공급, 조리 공정 단순화가 필요한 이유다.

세 번째는 원가관리다. 매출이 늘어난다고 반드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임대료와 인건비, 식재료비가 상승하면 매장이 붐벼도 수익이 남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해외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은 수입 식재료와 물류비, 환율까지 고려해야 한다. 메뉴 하나를 개발할 때도 '맛있는가'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팔아서 이익을 낼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나는 베트남 외식시장이 아직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예전처럼 먼저 들어간 사람이 유리한 시장에서 이제는 제대로 준비한 사람이 살아남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식당 5만 곳의 폐업은 베트남 외식시장의 위기를 보여주는 숫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단계로 들어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식당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더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K-푸드의 인기가 한국 외식기업에 문을 열어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인기가 성공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결국 베트남에서도 외식업의 본질은 같다. 맛있는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언제 방문해도 같은 맛과 서비스를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베트남은 더 이상 '가면 성공하는 시장'이 아니다.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커지고 있는 시장이다. /김대옥 햇잎푸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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