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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족 모임이 24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 의대 교육관에서 열린 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
2011년 나는 임신중이었다. 천식이 있어 호흡기가 안좋은 나를위해 남편은 가습기를 틀어주고, 가습기의 청결을 위해 살균제를 넣어주었다.
이상하게 그날 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나는 기분 탓이거나 내몸이 안 좋은가 생각했다.
3일정도 숨을 못쉬는 밤이 계속됐다. 나는 나흘째 되던 날 남편에게 숨을 못쉬겠으니 가습기 좀 꺼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날은 평소처럼 편히 잠들 수 있었고 그날 이후 가습기를 켜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치명적인 독성이 확인됐으니 사용을 권고하라는 내용이 방영됐다. 뉴스에 나온 제품은 우리 집에서도 사용됐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바로 그 제품이었다. 얼마 후 마트에서 해당 제품은 전량 회수 및 폐기됐다.
최근 의문의 폐질환 사망사건의 원인으로 가습기살균제가 지목된 가운데 5년만에 관련업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이 ‘살인가스’로 인해 23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1500여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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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족 모임 총회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 의대 교육관에서 피해 증언을 듣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연합뉴스 |
특히 피해자 중에는 임산부와 영유아가 많았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직접 가습기 살균제를 사와서 넣어준 아빠는 소중한 아내와 아이를 잃었다. 죽음의 영문도 모른채 말이다.
‘자신이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며 자책하는 이 아버지의 한을 어느 누가 풀어줄수 있단 말인가.
이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 레킷벤키저의 신현우 전 대표가 26일 검찰에 소환돼 17시간의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제품을 판매했던 대형유통업체들도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5년동안 모른척 하던 그들의 사과가 와닿지 않는다. 검찰 수사와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이미 어떠한 사과와 보상으로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보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라도 검찰이 조사에 나선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이번엔 한점의 의혹도 없는 조사가 이뤄지길 빈다.
나는 아직도 언론의 가습기 피해뉴스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만약 계속 저 제품을 썼더라면? 상상조차 하고싶지 않다.
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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