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암세포 면역 미세환경 깨우는 침술, "항암면역 조용한 열쇠"

  • 사회/교육
  • 건강/의료

[건강]암세포 면역 미세환경 깨우는 침술, "항암면역 조용한 열쇠"

조정효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센터장

  • 승인 2025-08-10 15:53
  • 신문게재 2025-08-11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1)동서암센터 센터장 조정효 교수
조정효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센터장
대전한방병원 동서암센터는 1991년에 개설된 국내 최초 대학병원 부속 통합암치료 시설로 서양의학적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전통적 한의암치료와 근거기반의 보완대체의학을 결합한 진료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 사단법인 대한통합암학회로부터 '통합암 인증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조정효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센터장의 도움말로 면역항암치료의 최신 연구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암세포 구성 복합적 환경을 공략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수술, 방사선치료, 화학요법 중심의 방식에서 면역치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종양 면역 미세환경(TIME, Tumor Immune Microenvironment)'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암세포 주변의 면역세포, 기질세포, 신경세포, 혈관 및 림프 구조 등이 구성하는 복합적 환경으로, 암세포의 생존, 성장, 전이, 면역 회피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면역미세환경은 암 치료의 새로운 표적이 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의학의 대표 치료법인 침 치료가 종양 면역 미세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2023년 발표된 한 논문은 침 치료가 종양 면역 미세환경 내 선천면역과 후천면역 체계를 조절함으로써 종양 면역 반응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학적·임상적으로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선천면역은 외부 병원체에 대한 신속한 방어반응을 담당하며, 면역 시스템의 첫 번째 방어선이다. 침 치료는 이 선천면역 요소 중 여러 세포군에 영향을 미친다. 자연살해세포(NK 세포)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주요 세포로, 침 치료는 이들의 수와 활성을 증가시키며, 면역 사이토카인 분비를 촉진해 종양 억제에 기여한다. 특히 전기침은 항암화학요법으로 유도된 면역억제 모델에서도 NK 세포의 독성능을 회복시켜, 면역력을 재건하는 데 효과적이다.

▲침 치료, 종양면역 미세환경 균형

대식세포는 또 다른 핵심 선천면역세포로, 염증 유발형(M1)과 면역억제형(M2)으로 분화되는데, 침 치료는 이 균형을 염증 유발형(M1) 쪽으로 유도해 종양성 면역억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조직 내 세포 내 환경 정상화와 연계된다. 비만세포(mast cells)는 조직 내 염증 반응과 관련되며, 면역미세환경에서 종양혈관 신생과 면역조절에 깊이 관여한다. 침 자극은 비만세포의 탈과립 작용을 조절하고, 조직 내 히스타민 분비를 변화시켜 면역 반응을 국소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중추신경계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는 뇌전이와 관련된 면역미세환경 내 변화를 유도한다. 침 치료는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함으로써 신경 염증과 통증 과민반응을 완화시켜, 암성 통증과 신경전이 환경 조절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었다.

후천면역은 특정 항원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면역계로,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면역 반응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침 치료는 후천면역의 주요 구성 요소인 T세포와 B세포에 작용하여 면역미세환경 내 면역 균형을 조절한다. 세포성 면역의 핵심인 T세포 중 CD8+ 세포독성 T세포는 종양세포를 직접 제거한다. 그러나 종양환경에서는 면역관문 단백질에 의해 그 활성이 억제된다. 침 치료는 이러한 억제경로의 발현을 낮추고, 세포의 비율을 회복시킴으로써 면역기능을 정상화한다.

실제로 골전이성 통증을 가진 실험쥐 모델에서 전기침은 T세포의 수를 증가시키며 통증 완화 효과와 함께 면역반응 회복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이는 오피오이드 기반 약물과는 다른 기전을 가지며, 보완·대체의학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B세포는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로, 침 치료는 상황에 따라 항체 분비를 억제하거나 증가시키는 이중 조절 기능을 한다. 수술 후 면역억제 상태에서 회복을 촉진하고, 자가면역 질환이나 알레르기에서는 과도한 항체 생성을 억제해 면역 균형을 회복하는 작용을 한다.

▲면역기능 회복으로 약물 한계 보완

면역미세환경은 그 구조와 조성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세포 간 상호작용과 신호전달 경로가 얽혀 있다. 한의학의 침 치료는 이러한 복합성을 '전신적 조절'이라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특히 '정기(正氣)를 보하고 사기(邪氣)를 제거한다'는 고전적 개념은 면역기능 회복이라는 현대의 치료목표와도 궤를 같이 한다. 물론, 현재까지의 연구는 동물실험과 임상 전단계 수준이 많으며, 침 치료의 구체적 분자기전, 용량-반응관계, 시술 표준화 등에 있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면역미세환경을 조절하는 다중 타깃의 면역 기전은 기존 단일 타깃 약물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으며, 침 치료가 향후 면역항암치료의 보조 또는 증강 요법으로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조정효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센터장은 "우리가 가진 가장 오래된 의술이, 가장 최신의 치료 전략에 새로운 가능성을 더하고 침 치료는 단순한 대체요법이 아닌, 암 치료의 중요한 한 축으로 진화하고 있다"라며 "항암면역의 문을 여는 조용한 열쇠가 될 수 있고 자연과 인체의 조화에서 출발한 한의학이, 암이라는 현대의 질병과도 조화롭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희망을 준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도움말=조정효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암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체육회 종목단체 회장 숨진 채 발견돼 경찰 조사중
  2. 대전 특수학교 입학대란에 분교 설립 추진… 성천초 활용은 검토 미흡
  3. 공공기관 2차이전 실효성 위해 지역 상생협력 강화해야
  4. 세종시교육청 '학폭 지원단' 뜬다
  5. 2025 대전 0시 축제 평가회
  1. 글로컬대학 30 본지정 발표 임박…충청권 대학 운명은?
  2. 유성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공개회의 무단 녹취·촬영 사과하라’
  3. 대전 대덕구 한솔제지 신탄진 공장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
  4. 코레일과 에스알 통합 이번에는 결론 날까
  5. 수리연-대전교육청 10~11월 '2025 예술융합프로그램' 운영

헤드라인 뉴스


`22년 폐허` 도비도·난지도, `한국판 골드코스트`로 만든다

'22년 폐허' 도비도·난지도, '한국판 골드코스트'로 만든다

충남도가 22년간 폐허로 방치돼 오던 당진 도비도·난지도의 시계를 다시 돌린다. 도는 두 곳에 1조 6800억여 원을 투입해 대규모 해양관광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김태흠 지사는 2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도비도특구개발 참여기업 7개사 대표, 대일레저개발㈜ 대표와 '도비도-난지도 해양관광복합단지 조성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각 기관과 기업은 올해부터 2031년까지 583만㎡ 부지에 총 1조 6845억 원(국비 103억·지방비 252억·민자 1조 6490억)을 투입, 글로벌 수준의 해양관광·레저·치유 복합단지..

한국시리즈 마지막 기회 한화이글스, 역전 조건은?
한국시리즈 마지막 기회 한화이글스, 역전 조건은?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LG트윈스가 이번 주 대전에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고 혈전을 벌인다. 3게임 차로 다소 불리한 상황이지만 한화가 수성을 노리는 LG를 상대로 짜릿한 반전 승수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KBO에 따르면 24일 오전 기준 프로야구 전체 구단 중 승률 1위 구단은 LG, 2위는 한화다. LG는 83승 3무 51패로 승률 0.619를 달리고 있으며, 한화는 80승 3무 54패로 0.597을 기록하고 있다. 두 구단의 격차는 단 3게임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채 순위 방어를 노리는 건 LG다. 양 팀의 경기..

대전 아이 울음소리 커지자 유통업계 매출도 방긋... "엄마들 지갑 열어라"
대전 아이 울음소리 커지자 유통업계 매출도 방긋... "엄마들 지갑 열어라"

대전 출생률이 커짐에 따라 지역 유통업계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 엄마들 지갑을 열기 위한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시장 확장성을 늘리는 모양새다. 24일 대전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아 관련 매출이 호조세를 보이며 신장하고 있다. 영·유아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를 잡기 위해 확장성에 나서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이는 대전 출생아 수 증가와 맞물린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인구동향을 보면, 대전의 7월 출생아 수는 622명으로, 6월(615명)보다 7명 늘었다. 2025년 1~7월 전체 합계로는 4..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찾은 장동혁 대표…‘나노·반도체사업 당 차원 적극 지원’ 대전 찾은 장동혁 대표…‘나노·반도체사업 당 차원 적극 지원’

  •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산책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산책

  • 추석맞이 송편·전 나눔 ‘훈훈’ 추석맞이 송편·전 나눔 ‘훈훈’

  • 유성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공개회의 무단 녹취·촬영 사과하라’ 유성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공개회의 무단 녹취·촬영 사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