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용]산불과의 힘겨운 싸움을 끝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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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용]산불과의 힘겨운 싸움을 끝내고

[기고]임헌용 충남도 농림수산국장

  • 승인 2008-06-05 00:00
  • 신문게재 2008-06-06 20면
  • 임헌용 충남도 농림수산국장임헌용 충남도 농림수산국장
▲ 임헌용 충남도 농림수산국장
▲ 임헌용 충남도 농림수산국장
봄은 언제나 우리에게 생명의 위대함과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한다. 꽃샘추위와 불청객인 황사가 찾아오긴 하지만, 그래도 봄은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으로 충만하다.

하지만 매년 봄 우리의 무관심과 부주의로 산림은 몸살을 앓고 있다. 산불 때문이다. 건조한 날씨가 일차적인 원인이라면 사람들의 부주의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특히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산불은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요즘에는 산림이 많이 우거져 한번 산불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대형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애써 키운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힘없이 쓰러질 때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더 큰 문제는 산불피해를 입은 숲이 정상을 되찾기까지에는 자그마치 50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토끼와 고라니, 다람쥐 등의 동물과 새들도 그 때까지는 볼 수가 없다. 까만 재를 뒤집어쓰고 있는 산불현장은 마치 황량한 사막을 방불케 한다.

올 봄에도 충남 지역에 크고 작은 산불이 여러 건이나 발생했다. 원인은 대부분 부주의다. 논두렁과 밭두렁, 산과 인접한 곳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다가 바람에 불씨가 날려 숲으로 옮겨 붙어 불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도와 시`군에서는 마을별로 지도전담반을 편성하여 집중적인 계도활동을 펼쳤다. 연기가 나면 달려가 혹시 산불이 아닌가 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휴일도 없이 24시간 비상대책반을 가동한 채 산불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인 기간 만 석달이 넘는다.

자식을 키워 본 부모들은 그 심정을 안다.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밤에 아프다고 할 때, 애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뛰는 게 부모다. 임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애지중지 가꾸어 온 숲이 산불로 타들어 가는 것을 보면 불구덩이에 들어가 나무 한 그루라도 살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의 숲이 이만큼 울창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숲은 홍수와 산사태 예방, 휴양, 그리고 공기정화 등 공익적 기능에 기여하는 바가 실로 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1년간 숲의 공익적 가치가 국내총생산(GDP)의 8.2%인 65조 9066억 원에 이른다. 국민 1인당 연간 약 136만 원 정도의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이뿐 아니다. 산림 1ha당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순 흡수량은 약 6.82t으로, 일반 주택 4가구의 이산화탄소의 배출량, 일반 승용차 1대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같다고 한다. 우리가 숲으로부터 얻는 혜택은 이처럼 엄청나다.

봄철 산불방지기간이 지난달 25일로 종료됐다. 당초 15일까지였지만, 봄 가뭄이 계속되어 열흘을 더 연장 운영했다. 이제 마음이 한결 놓인다. 한 건의 산불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산불은 진화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다. 올 가을과 내년 봄에도 산불방지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끝으로 산불방지기간 동안 산불예방과 진화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신 산불관계자와 도민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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