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홍청도, 홍충도, 청공도, 그리고 충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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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홍청도, 홍충도, 청공도, 그리고 충청도

  • 승인 2012-01-18 10:52
  • 신문게재 2012-01-19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충청도’. 수모를 많이 당한 이름이다. 충주, 청주, 공주, 홍주(홍성)를 이리저리 조합하며 충공도, 청홍도, 홍충도, 공충도 등으로 바뀌었다. 환관 김처선이 연산군을 비판했을 때는 청주를 빼고 공주를 넣어 충공도가 됐다. 중종 때 충주가 강등되면서 청공도, 명종 때는 충주 출신이 모반에 연루되자 공청도로 변한다.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강원도가 강춘도나 원춘도, 전라도가 전광도나 광남도로 도명이 바뀐 전례도 있으나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충공도, 충홍도, 청공도, 청홍도, 공충도, 공청도, 홍충도, 홍청도로 모자라 '충'과 '청'이 싹 달아난 공홍도까지 있었다. 내상 또한 깊었다.

그런데 '충청도 양반' 별칭은 왜 나왔을까? 서울 사대부들은 살얼음판 정국의 '잠수 타기' 장소로 충청도를 택했다. 생존 전략상 너무 깊이 숨지는 않았다. 풍습과 지리상 서울에 가까운 충청도에서 후일을 도모했다. 『택리지』에 “권세와 이익에 쏠리는 경향이 짙다”고 지역 정서를 그린 배경에는 이런 사정도 반영됐다. 그러나 필자는 이중환의 행간에서 충청도민의 유연함이나 다양성, 조화로움을 읽는다.

▲ 정상기(1678~1752)의 '동국지도'
▲ 정상기(1678~1752)의 '동국지도'
▶다양성, 복잡성을 말할 때 프랑스 치즈 얘기를 꺼낸다. 치즈의 종류는 265가지, 324가지, 360 또는 365가지 등 분류 나름이다. 400~500가지로 볼 수도 있다. 대통령이 된 드골 장군은 1년 날짜만큼이나 치즈가 많은 나라를 통치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치즈 숫자는 자기 주의주장과 견해를 상징한다. 1인의 대통령과 6000만명의 왕이 산다는 프랑스가 유지되는 원천은 무엇일까? '자신이 동의하지 않음'을 허용하는 톨레랑스(관용) 정신의 덕이다.

프랑스의 치즈처럼 일본에 가면 400여 종류나 되는 라면에 입이 쩍 벌어진다. 그런 일본인들이지만 정치 성향은 '왕단순'의 단무치 무침 같다. 160여 가지 김치를 먹는 우린 어떨까? 박김치·장김치를 먹는 서울 사람과 갓김치·굴깍두기를 먹는 충청도 사람과 전복김치·파래김치를 먹는 전라도 사람, 깻잎김치·우엉김치를 먹는 경상도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김치만큼이나 정치판이 복잡다단한가. 그러지는 않다. 까다로운 프랑스에는 게임도 안 되고 일본보다 조금 더 까다로운 정도다. 정치적으로만, 부분보다 전체라는 시각적 통일성으로 볼 때 대구나 광주는 (통일성은 모르나) 다양성은 부족하다. 대전과 충남, 충북은 안 그렇다. 대전과 충남이 다르고 선거구별, 동네별로 다르다. 남편과 아내도 같지 않다. 유권자도 없고 정책 없이도 되는 무주공산이 아닌 것이다. 민심이 살아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쏠림이나 배타가 지배하는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는 테스트베드(시험무대)가 될 수도 있는 곳, '싹쓸이'와 '텃밭'이 풍기는 일당 독점의 창조적 파괴가 가능한 곳, 음식에 비유하면 비빔밥을 가장 닮은 곳이 충청도다. 전주 비빔밥, 진주 비빔밥보다는 대전 비빔밥, 천안 비빔밥, 청주 비빔밥이 향토음식이라면 알맞춤하게 어울렸을 것 같다.

▶설날이면 비슷비슷한 떡국을 먹는다. 떡국에 지방색은 있겠으나 몇몇으로 분류할 만큼 재료와 맛이 평준화돼 있다. 나름의 복잡성은 띠지만 한국정치도 딱 이만큼이다. 그 속에서 개개인 목소리의 어울림이 정치 선진화다. 민심도 모르고 설 민심이라며 나다닐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충청도를 멍청도로 보거나 만들지 말라는 거다. 겪을 대로 겪었다. 충공도, 청홍도, 공충도, 공청도, 홍충도, 홍청도 등의 역사적 상처로도 지겹도록 충분하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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