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단무지, 고구려 스님이 일본인 위해 고안

  • 문화
  • 송교수의 우리말 이야기

[우리말]단무지, 고구려 스님이 일본인 위해 고안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53. 단무지

  • 승인 2016-05-28 00:12
  •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11월이면 겨울을 앞두고 단무지용 무 수확이 한창이다./사진=연합 DB
▲11월이면 겨울을 앞두고 단무지용 무 수확이 한창이다./사진=연합 DB


단무지는 왜무だいこて: 大根 즉 단무로 담근 일본식 짠지를 일컫는데 이를 달리 ‘왜무짠지’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단무지는 일본에서 건너온 담금 음식임을 알 수 있다.

이 ‘단무지’는 굵기가 가늘고 길이가 긴 왜무(네리마 다이꽁) 곧 단무를 통째로 처마 밑이나 담 위에 얹어서 시들시들하게 바람에 한동안 말려 소금에 절인 뒤 나무통의 쌀겨 속에 담가 무거운 돌로 눌러서 얼마를 두면 스스로 발효하여 고들고들하면서 담백하고 단맛이 나는 음식이다. 이것이 전통적인 일본 단무지다. 따라서 요즈음 우리 시장에서 판매되는 노란 색깔의 말리지 않은 단무지와는 그 맛이 많이 다르다. 지금도 일본에 가면 이 전통적으로 담근 단무지를 맛볼 수 있다.

이 단무지의 일본식 이름은 본래 ‘다꾸앙たくあん:澤庵’ 이었는데 해방이후 일본식 언어의 정비 때 ‘왜짠지’, ‘단무지’ 등으로 바꾸어 쓰다가 차츰 단무지로 정착하였지만 아직도 일부 층에서는 이 이름이 일본어인줄 모르고 ‘다꾸앙’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이 ‘다꾸앙’에 대한 내력이 한국의 스님과 관련이 있는 줄을 아는 이는 드물다.

고구려 때에 학식이 높은 스님으로 택암이 있었다. 이 택암 스님은 일본으로 건너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널리 포교를 하는 한편 당시 미개한 일본인들에게 여러 가지 한국의 문물을 전하기도 하였다. 그가 남쪽 규슈지방을 다니다 보니 그곳 사람들은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가늘고 긴 무를 그냥 날로 먹기만 하였지 저장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는 긴 겨울 동안을 칩거하면서 일본지방의 풍토에서는 무, 배추 등의 채소가 우리나라처럼 발효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우선 수확을 한 무를 시들시들 할 때까지 바람에 말려서 소금에 절인 뒤 나무 통 속 쌀겨에다 담그고 무거운 돌로 눌러 얼마동안을 지낸 뒤 꺼내어 반찬으로 먹도록 하였다.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그렇게 만든 무의 맛이 일본인들의 입맛에 알맞았다. 이것이 지금 먹고 있는 ‘다꾸앙’의 원조인 셈이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이 단무지 만드는 방법을 일본의 전국을 돌며 전파시켰다. 따라서 그들은 고마운 마음에 그 스님의 법호인 택암澤庵을 음식의 이름으로 사용하였다. 그 택암이라는 한자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 바로 ‘다꾸앙澤庵’이다.

그러므로 ‘다꾸앙’은 고구려의 스님 ‘택암’에서 유래된 것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 뒤 일본인들은 이 담금 방법을 원용하여 무 뿐만 아니라 오이나 각종 채소를 절여서 담가 먹게 되었다. 이처럼 절여서 담근 음식을 일본인들은 ‘쓰께모노漬物’라 하는데 이 ‘쓰께모노’는 우리네 김치처럼 일본을 대표하는 부식이 되었다.

그 ‘쓰께모노’의 대표적인 이 ‘다꾸앙’은 일제 식민지 통치를 겪으면서 우리 식탁에도 자주 오르게 되었는데 그것을 일본식 이름대로 ‘다꾸앙’이라 했다.

해방 이후 일본어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다꾸앙’을 단무로 담근 것이라 하여 단무에다 담글 지漬 자를 붙여 ‘단무지’로 오늘날 정착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늦가을 일본 규슈지방에 가면 산언덕바지에서 해풍에 단무를 대대적으로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의 말에 의하면 이렇게 3개월 동안을 말린 뒤 겨울 내내 쌀겨 속에 담가 두었다가 일본의 전국으로 보급을 한다고 한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한성일이 만난 사람 기획특집]제97차 지역정책포럼
  1.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2.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3.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4.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5.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