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 맡길 게 따로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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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 맡길 게 따로 있지!

  • 승인 2016-07-11 13:54
  • 신문게재 2016-07-12 22면
  • 이동규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이동규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 이동규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 이동규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아이가 엄마·아빠의 사랑 없이도 제대로 클 수 있을까?

갈수록 이런 본질적인 질문이 빠진 채 살아가는 것 같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무엇이든지 내가 직접 하지 않고 남에게 맡겨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웃소싱이라는 것도 당초에는 사사로운 심부름을 시키는 것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적인 것이건, 아니면 기업의 업무에 관한 것이건 돈만 있으면 맡겨서 다 해결될 수 있으니 아웃소싱은 이제 사회를 움직이는 하나의 시스템이 되었다. 그리고 그 영역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 예를 들어 결혼이나 장례 등에서도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옛날에도 상주를 대신하여 곡을 해주는 사람을 고용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장례의 모든 일을 상조회사가 대신하고 상주는 상조회사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는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세상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아웃소싱은 육아와 교육영역까지 사실상 장악해 버렸다. 이는 육아 및 사교육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전에는 밥상머리 교육이 중심을 이뤘다. 그러나 지금은 학원과 과외교사 등이 이를 대신한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가세하면서 과외 로봇도 참여할 기세다. 과연 교육에서 부모의 자식 사랑이라는 핵심을 빼버린 채, 또한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못하게 하면서 남에게 맡겨버린 상태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부모는 자식에게 세상의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내리 사랑을 준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고, 품에 안고 업어서 키우는 육아법이어서 부모와 자식 관계가 서양의 육아법보다 더 끈끈하게 형성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서양 사람들도 우리나라 육아법을 따라할 정도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는 경제력만 있으면 전통적인 육아법 대신에 태어나면서부터 아이를 산후조리원이나 산모도우미, 나아가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맡긴다. 그리고 교육은 학원이 대신하도록 하고 있다.

학원에서는 소위 스카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학들을 가기 위한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아이들을 성적에 갇힌 죄수신세로 전락시켜 버린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에 타계한 미래경영학자 앨빈 토플러가 지적하듯 한국에서는 미래에 아무 쓸모도 없는 성적 위주 교육에 매일 15시간씩 12년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제4의 산업혁명이라는 알파고 시대가 바라는 창조적 인간교육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모와 자식 간 당연히 있어야 할 자식사랑이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이다.

결국, 부모는 남들처럼 아이를 학원도 보내고 해외 연수도 다 보내줬는데, 걸핏하면 아이가 “엄마가 해준 것이 뭐냐?”라며 대들 때 절망에 빠진다.

이는 부모들이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성적이나 성과만 중시했지 아이가 정작 필요한 것, 즉 부모의 사랑은 주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발달성 트라우마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나라는 소위 '싸가지 없는 아이들'을 양산하는 이상한 나라가 된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다시 본질로 돌아가 아이의 공부만 강조하는 학부모에서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부모로, 아이를 무한 경쟁의 공부 기계로 전락시키는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숨통을 터주고 각자가 자신의 개성을 찾아 창조력을 키우는 교육 현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우선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입시열풍을 사라지게 하고, 최저임금 1만원 시대와 전국민에 대한 기본소득 시대를 열어서 모든 국민이 각자의 재능에 따라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이동규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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