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대전문화재단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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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대전문화재단 10년

김희정 시인

  • 승인 2020-10-25 08:45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희정 시인
김희정 시인
대전문화재단이 출범한 지도 10년 세월이다. 10년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강산도 변한다는 댓구가 먼저 떠오른다. 강산이 변하면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조직도 변해있어야 하거나 변해야 한다. 이런 변화의 조짐이 없다면 조직은 존재 유무를 고민해야 할 때다.

며칠 전 대전문화재단 대표가 새롭게 뽑혔다. 이력이나 식견과 능력을 갖춘 분을 잘 골랐다고. 대표를 뽑을 때마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명예스럽지 못하게 물러났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다. 무언가 문제가 있으니까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 텐데 대전시는 그냥 또 그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겼다.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 왜 물갈이하듯이 대표만 바꾸고 어떤 설명도 없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걸까. 문화재단을 관리하는 곳이 대전시가 분명하다면 한 번 정도 문화재단을 점검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물러난 분들이나 직원들이 조금은 덜 불명예스러울 것 같다.

앞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문화재단을 폄훼하거나, 시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인으로서 숟가락 하나 얹어놓다 보니 당연히 문화재단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대전시의 문화정책에 눈길이 쏠리는 것이다. 나와 관련된 단체가 자꾸 언론에 오르내리는 모습 좋아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일로 기사화되면 박수를 치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서 지켜만 보는 입장이니 답답했다.



우선 새롭게 뽑힌 대표님께 축하인사를 먼저 건넨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대표 자리가 공석이었다. 비어있던 시간만큼 시간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대표님은 그만큼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축하의 인사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10여년(2009년 출범)이 흐르는 동안 문화재단 대표들이 어떤 이유에서 왜 임기를 채우지 못했는지 반드시 문화예술인들의 마음에서 복기를 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몇 분의 대표들이 물러날 때마다 든 생각이 있다면 내부의 직원 중에 문화재단 수장을 맡았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이유에서 재단의 대표 자리를 지키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큰 이유 하나를 상상해보면 조직관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나의 상상력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면 외부에서 수장을 모시고 오는 것보다는 내부에서 조직을 잘 아는 직원 중 한 명을 선택해 총대를 메는 게 더 났다고 여겼다. 내부의 직원 중에서 대표가 나왔는데 또다시 명예스럽지 못하게 물러난다면 대전문화재단에 대해 근본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공론화장이 필요하다. 정말 대전문화재단을 잘 추스르고 지역의 문화예술 사업을 총괄할 수 있는 분이 없다면 굳이 외부의 인사를 모시고 올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전국에 많은 문화재단이 있다. 문화재단이 어떤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도 여기서 말할 것 없이 다들 알고 있다. 문화재단이 똑바로 서야 대전의 문화예술도 이웃동네인 청주나 세종과 비교를 당하지 않는다. 그동안 대전문화재단 대표들이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데에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조직이 있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대전시이다. 다음으로 대표를 잘 보필하지 못한 문화재단 직원들이다.

이제 막 대표로 오셨는데 축하의 말을 많이 해드리지 못하고 무거운 말만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런 것이 작금의 대전문화재단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눈감고 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대전 시민들이고 다음으로 문화예술인들이다. 정말 이번만큼은 전직 대표들처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난관들을 건너가야 하는지 내부 직원들의 의견은 물론이고 외부의 인사들도 자꾸 만나 귀를 열어야 한다. 더불어 대전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전문화재단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좋은 입김을 불어 넣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자세다. 힘든 자리에 오신 새로운 대표님께 축하의 인사보다 좋지 않은 말만 앞세워 미안하다.

/김희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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