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스포츠, 사람이 먼저다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스포츠, 사람이 먼저다

국가인권위원회 문은현 서기관

  • 승인 2020-10-28 08:14
  • 수정 2020-10-28 13:50
  • 신문게재 2020-10-29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문은현1111
문은현 서기관
충남 천안시에 있는 한 중학교 배구부 감독이 지난 1월 전지훈련 과정에서 학생 선수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다. 당시 상황은 학부모가 찍은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겼고,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관련 기관에서도 조사에 나서며 지역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다.

2018년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에게 수년간 폭행·성폭행을 당했다고 공개하자, 스포츠계 피해자들의 폭로가 줄을 이었다. 당시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바람이 불었고 이후 정부와 국가인권위도 특별조사반을 구성해 스포츠 인권문제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조사단이 지난해 11월 초·중·고 5274개 학생 선수 6만 3211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응답자 5만 7557명 중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9035명,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학생은 8440명, 2212명은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최근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는 손흥민 선수가 지난 시즌 월드클래스 선수들만 한다는 ‘10(득점)-10(도움) 클럽’에 가입한 기세를 지금까지 잇고 있다. 출전했다 하면 골이다. 손흥민의 아버지(손웅정) 씨는 부상 때문에 일찍 접어야 했던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아들을 통해 이루고자 했고, 둘째 아들인 손흥민을 세계적인 선수로 키우면서 결실을 봤다.



이 과정에서 당시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에 본인의 아들을 그대로 맡기는 것보다는 본인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축구 기본기를 아들이 완벽하게 익힐 수 있게 하도록 어린 나이에 유럽에서 학업과 축구수업을 병행했다. 하지만 손흥민 선수가 정규 수업 중에도 합숙훈련을 받아야 하는 한국에서 학생 선수로 성장했다면 과연 그는 지금의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우리의 학교에서는 스포츠 특기생들이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혹여나, 수업에 들어가도 수업에도 따라가지 못한 현실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이미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 개념을 도입했고, 미국의 경우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이전 학기에 85% 이상 출석해야 대회에 참가할 수 있고, 정규 수업 중 훈련도 금지에 연습이나 대회도 없다. 일본도 학교 운동 운영 원칙에서 평일에는 2시간만 훈련을 허용하고 주말 연습도 전일 연습을 금하고 있다. 대회 출전을 주말에 했을 경우는 평일 중 하루를 쉬도록 하며 아침 운동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충남 천안의 이번 교사의 폭행사건은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 시스템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학교 현장에서는 지금도 엘리트 전문 체육이 지속하고 있다. 피해 당사자들은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자신의 미래를 걸고 부정과 싸워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

충남의 청소년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학교운동부 운영과 관리 방안에 대해 충남교육청은 학생 선수와 학부모, 학교운동부 지도자의 인권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스포츠 상담은 물론 심리 상담까지 병행할 수 있는 전담코치 배치를 점차 확대해야 한다. 또 학생 선수 자치회 조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폭언과 폭행을 용납하지 않는 운동부 지도자 행동강령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 운동선수를 포함한 모든 학생이 정규수업에 참여하면서 체육수업을 듣고, 그러면서 특기가 있는 학생들은 운동선수로 성장하면서, 운동하는 과정에서도 인권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는 자유롭게 관련 기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본인들의 미래를 코치나 감독에게 저당 잡히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장기적으로 국가대표나 메달을 따지 못해도 누구에나 다양한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문은현 서기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3.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