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고속전철로 중부권 경쟁력 키우자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고속전철로 중부권 경쟁력 키우자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0-11-04 13:34
  • 수정 2020-11-04 14:51
  • 신문게재 2020-11-05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이재영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올해 6월, 수도권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작은 도시국가를 제외하곤 단연 세계 최고수준이다. 수도권의 과밀 우려로 수도 이전을 계획할 즈음인 1970년 인구비율이 28.7%였으니 50년 사이에 두 배가 된 것이다.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이유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집적의 이익(agglomeration economy)' 때문이다. 산업·교육·문화·교통 등이 모여있을 때,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로 인한 폐해(집적 불이익)는 굳이 말을 덧붙일 필요도 없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집적이익은 극대화하고 불이익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다른 지역으로 대체·분산시키는 것이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가장 타당성 높은 대체·분산가능 지역은 대전·세종권이다. 넓게는 중부권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집적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 경쟁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수도권보다 훨씬 큰 잠재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물리적 거리로 인해 집적이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대전·세종권에는 3만 6000여 명의 석·박사가 종사하며 연구개발특구 총연구개발비 10조 가운데 8조를 쓰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6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오송생명과학단지가 있다. 세계적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중이온가속기, 방사광가속기 역시 여기에 있다. 그뿐 아니라 행정기능(행정부처)과 진행 중인 입법기능(국회)이 모여있는 곳이 대전·세종권이고, 중부권이다.

그러나 이들 기능은 따로 떨어진 섬들이다. 관문 공항인 청주공항에서 기초과학연구원까지 대중교통으로 2시간, KTX 오송역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까지 2시간이 걸린다. 국제경쟁력은 고사하고, 국내에서조차 고립된 섬인 것이다.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미래 심장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청주공항은 중부권 유일의 공항이지만, 운항노선의 한계로 지방공항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부 이남의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3~4시간씩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접근성이 개선된다면 청주공항의 활성화도 충분히 가능하다.

연구개발특구와 국제과학 비즈니스 벨트가 대전·세종만의 먹거리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연구·행정기능을 묶어줄 필요가 있다. 도시 간 행정통합을 논의하고 중부권 관문 공항인 청주공항을 활성화하는 방법 역시 교통으로 묶어서 동일 생활권으로 만들어 주어야 가능한 얘기다.

대안은 있다. 시속 120㎞ 수준의 고속전철로 각 기능을 연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고속전철을 이용해서 대덕연구개발특구, 국제과학 비즈니스 벨트,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연구기능과 대전·세종의 행정과 입법 기능을 연결하고, 청주공항~KTX 대전역~오송역을 연계하는 방안이다.

이들 기능을 연결하면 청주공항을 기점으로 60㎞, C자 형태의 고속전철노선을 구상할 수 있다. 고속전철은 대심도 굴착방식으로 공사 기간과 공사비를 절약하고, 핵심기능에만 정차역을 둬 이동성을 좋게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청주공항까지 20분이면 접근할 수 있다. 권역 내 각 기능 간에는 10여 분이면 접근할 수 있다. 오송에서 청주공항까지는 기존선로가 있으므로 이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충청권 광역철도를 건설하고 있기는 하지만 목적과 기능 면에서 크게 관련성이 없다.

어떤 일이든 처음이 어렵다.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 먼 미래의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 과밀의 역기능이 걱정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인 연구기능 활성화가 필요하다면 지금부터라도 논의를 시작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해본다.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INS 기밀 유출 있었나… 보안문서 수만 건 다운로드 정황에 수사 의뢰
  2.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3.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4. [춘하추동]새로운 시작을 향해, 반전하는 생활 습관
  5. 수도권 뒤덮은 러브버그…충청권도 확산될까?
  1.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2. 3대 특검에 검사 줄줄이 파견 지역 민생사건 '적체'…대전·천안검찰 4명 공백
  3.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4. aT,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 위해 총력 대응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