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8강 주지육림(酒池肉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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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8강 주지육림(酒池肉林)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4-2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68강 : 酒池肉林(주지육림) 연못을 파서 술로 채우고, 고기를 매달은 나무가 숲을 이룬다.

글자는 酒(술 주)와 池(못 지) 肉(고기 육) 林(수풀 림)으로 조합된 고사성어다.



출처는 십팔사략(十八史略)과 사기(史記)의 하본기(夏本紀)에서 볼 수 있다.



비유로는 극히 호사스럽고 방탕한 잔치의 비유나, 백성들을 도탄(塗炭)에 빠뜨리고 사치와 향락의 세월로 나라를 멸망시키는 군주의 정치행태를 비유하기도 한다.



중국의 고대 하(夏)나라 걸왕(桀王)은 자기가 토벌하여 멸망시킨 유시씨(有施氏)의 나라에서 공물(貢物)로 바쳐진 말희[?姬/매희(妹姬)라고도 함]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말희를 위하여 보석과 상아로 꾸민 호화스러운 궁전을 짓고 그 깊숙한 방에는 옥(玉)으로 꾸민 침대를 놓고서 밤마다 일락(逸樂)에 빠졌다. 또 그녀가 바라는 대로 온 나라 안에서 삼천(三千)명의 미소녀를 모아 그들에게 오색으로 수놓은 옷을 입히고 일대 무악(舞樂/춤추고 노래함)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하나 그것도 자주 보면 싫증이 난다. 자극은 자극을 부르고 사치는 사치를 낳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또 말희의 제안에 따라 왕은 궁원(宮園) 일각에 커다란 연못을 파게 했다. 그리고 그 바닥에는 새하얀 모래를 깔고 연못에는 향기로운 미주(美酒)로 가득 채웠다. 연못 둘레에는 언덕을 만들고 그 언덕에 나무를 심어 그 나뭇가지에 고기(肉)와 육포(肉脯)를 매달아 고기와 포의 숲을 만들었다. 이에 왕은 말희와 함께 작은 배를 타고 술의 연못에 배를 띄어 두둥실 떠서 삼천 명의 미소녀들이 연못 둘레에서 악기에 맞추어 춤을 추고 신호의 북소리가 나면 연못으로 달려가 술을 마시고 숲의 육포를 뜯어 먹는 것을 기분 좋게 바라보다가 드디어는 말희와 음란한 행위를 즐기곤 했다.

이와 같은 사치생활의 연속은 곧 국고를 바닥나게 했으며, 민심의 이탈을 불려 일으켜 하(夏)나라의 멸망을 재촉한 필연적인 원인이 된다.

연이어 상(商)나라(은(殷)나라라고도 함)의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 역시 여자의 색향에 눈이 어두워 결국은 망국의 길을 걷게 된다. 주왕(紂王)도 걸왕(桀王)과 말희의 관계처럼 주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유소씨(有蘇氏)의 나라에서 바친 세상에서 보기 드문 미모와 음분(淫奔)을 함께 갖춘 독부 달기(?己)에게 빠졌다. 주왕은 달기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우선 가렴주구(苛斂誅求/세금을 가혹하게 거둬들여 국민을 고통에 빠지게 함)를 강행하였다.

녹대(鹿臺), 거교(鋸橋)의 창고에는 백성들에게서 거두어들인 전백(錢帛)과 미속(米粟)이 산같이 싸이고, 은(殷)나라의 진수기물(珍獸奇物)은 속속 궁중으로 몰려들고 또 막대한 물자와 인력을 소모하며 호화스러운 궁전원지(宮殿園池)가 조성되었다.

연못에는 술이 가득 부어지고 연못가의 언덕에는 고기를 매달아 숲으로 삼았다. 악사에 명하여 새로 지은 북리무(北里舞). 미미악(靡靡樂) 등 몸도 혼도 녹아버릴 듯한 음란한 음악에 맞추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의 집단이 그 근처를 좇고 좇으면서 광무(狂舞)하고,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망아(忘我)의 황홀경에 젖으면서 연못의 술을 마시고 숲의 고기를 마구 뜯어 먹는다. 그런 광태를 지켜보면서 주왕의 무릎에 몸을 기대고 있는 달기의 뺨에도 음탕한 만족의 웃음이 떠오른다. 더구나 이와 같은 광연(狂宴)은 백이십 일(120일)이나 주야를 불문하고 계속되었으므로 후세사람들은 이것을 장야지음(長夜之飮)이라 부르게 되었다. 호사(豪奢)와 음탕의 그 광태(狂態)는 일찍이 상궤(常軌)를 벗어났고. 왕은 이미 뜻있는 사람들의 간언(諫言)도 듣지 않게 됨은 물론 도리어 제왕의 행동을 비방한다는 죄를 씌워 잔인한 형벌을 가했다.

이래서 폭군음주(暴君淫主)의 이름을 떨친 주왕(紂王)도 이윽고 걸왕(桀王)의 전례 그대로 주(周)나라 무왕(武王)의 혁명 앞에 힘없이 굴복하는 운명의 길을 걸었다.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사치(奢侈)와 향락(享樂)은 자신은 물론 집단, 나아가 국가(國家)까지 멸망케 하는 정치적 독소(毒素)로 작용되어 왔다. 역사를 고찰하건데 군주의 사치와 향락이나 대토목(大土木)공사를 벌여 국민의 노역(勞役)과 혈세(血稅)를 가혹하게 거두어들이고 망하지 않는 나라는 없었다.

사치와 향락으로 멸망한 대표적인 나라는 로마제국이다. 또 토목공사로 국민의 노역과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어들여 멸망한 나라는 진시황(秦始皇)의 만리장성(萬里長城)이나 수양제(隋煬帝)의 대운하(大運河)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반대로 백성의 평안함을 위하여 세금을 탕감하고 필요할 때만 노역을 부과해서 국민이 자기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정치를 펼친 군주는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그 정치의 표본이 전설상의 요. 순(堯. 舜) 시대이며 주나라의 문. 무왕(文. 武王)시대이다.

요즈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 공기업의 자기 멋대로의 행태는 공기업이나 공무요원이 백성들을 업신여기고 마구잡이로 자기 이익을 독식하는 도둑질에서 비롯 되었다. 이 요란했던 사건도 높은 사람들이 연루되었는지 벌써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하는 식으로 옛날의 일로 돌리려 한다. 순진한 국민과 비교해 볼 때 그들은 정말로 나쁜 사람들이다. 아마 자기 대(代)에서 그 업보를 받지 않으면 그 자손 대(代)에서도 반드시 그 업보의 굴레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공기업의 국민을 기만하는 옳지 못한 행태가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지금처럼 몰염치 한 적이 드문 듯하다. 운영에 흑자가 나면 자기들끼리 이익을 분배해서 뱃속을 채우고 적자가되면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주면서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도리어 큰 소리를 치면서 오히려 도적질을 못하는 순진한 국민들이 바보 취급을 받는 희한한 세상이 대한민국의 공기업이나 공무요원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 수사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 되어가고 있다. 서경(書經)의 한 구절을 주목해 본다.

'位不期驕 祿不期侈 恭儉惟德 無載爾僞 作德心逸日休 作僞心勞日拙(위불기교 녹불기치 공검유덕 무재이위 작덕심일일휴 작위심노일졸) 곧 지위는 교만함과 기약하지 않아도 교만해지고, 녹은 사치함과 기약하지 않아도 사치해지니 공손과 검소함을 덕으로 삼고 너의 거짓을 행하지 말라. 덕을 행하면 마음이 편안하여 날로 아름다워지고 거짓을 행하면 마음이 수고로워 날로 졸렬해진다.'

이는 위정자들과 공공분야 종사자들이 목숨 걸고 지켜내야 할 덕목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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