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크고 작은 신호들의 전조증상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 내일] 크고 작은 신호들의 전조증상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 승인 2021-06-20 10:15
  • 신문게재 2021-06-21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신동철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며칠 전 집으로 돌아가던 때의 일이다. 걸려온 전화를 블루투스로 받으며 운전을 하다가 바뀐 교통신호에 대한 판단이 늦었는데, 사거리를 막 통과하기 직전 머리 위에서 황색등에서 적색등으로 신호가 바뀌었다. 과태료가 부과될까봐 노심초사 하면서 며칠 동안 경찰청 교통민원24(이파인)사이트에 접속해 보았다. 내 느낌과는 달리 결과 신호위반에 해당하지 않았는지 다행히 단속내용에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 다음 번부터 같은 위치를 지날 때 바뀌는 황색등을 보고는 여유 있게 정차선에 정차한다. 마음 조리는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통신호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신호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신호들을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가볍게 여기다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에 대한 신호이다. 요즘 인터넷에 넘치는 정보로 통증에 대해 알아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대응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위암이나 뇌졸중과 같은 증상은 전조증상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하는데, 반복되는 소화불량이나 두통 등을 대수롭지 여기지 않다가 나중에 손을 쓸 수 없는 응급상황을 맡기도 한다. 평상시와 달리 몸이 이상반응을 보인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병의원을 찾아 의사에게 확인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사람 사이에서 전해지는 이상 신호도 있다. 직업상 수많은 상담을 하다보면, 당사자들은 일어난 잘못된 결과만을 문제를 삼지만, 사람 관계라는 것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어서 잘못된 결과가 일어나기 전에 수많은 전조증상들이 보이곤 한다. 사랑하던 부부 사이에 일어난 문제들도 서로에게 보내는 신호를 잘못 인식하고 방치하여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키우게 된 일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극단전인 선택을 하기 전에 지인들에게 여러 가지 신호를 보냈음에도 그에 대한 반응을 얻지 못하고 결국 공감 받지 못한다는 괴로움을 안고 자살하게 된다고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신호들도 유의해야 한다. 소위 동업이라고 말하는 관계들이 깨지는 많은 이유도 덮어 놓고 믿는 부주의함 때문이거나 서로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시키려는 잘못된 태도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일들이 처음부터 드러나지 않는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어도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고 방치하면 사람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지게 된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동업하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면, 덮어 놓고 믿거나 확대해석하여 다투지 말고 사업을 점검하고 진지한 대화를 통해 문제가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필요하다면, 사전에 전문가들과 상담해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게을리 하다가 결국 사람도 잃고 사업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최근 광주 재개발 현장의 건물 붕괴사고의 경우에도 수차례 민원신고와 사고 직전 특이 소음 등이 있었다고 한다. 애초에 잘못된 철거방법을 선택하고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것 자체가 문제이지만, 이러한 전조 증상이 발견된 이후에라도 신속히 대처했더라면 무고한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크다. 이번 사고에 상품백화점 붕괴사고가 오버랩 된다. 1995년 6월 삼풍백화점이 붕괴될 때도 한 달 여부터 전조증상이 보였고, 당일 날도 대규모 돌출, 균열 등의 급작스런 신호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들이 이러한 신호를 묵살하고 영업을 계속하다가 붕괴가 시작된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5층 건물이 내려앉고 1천 5백여 명의 무고한 사상자가 발생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우리는 점점 바빠지고 우리에게 요구되는 일들도 많아진다. 그럴수록 여유를 갖기 어렵고 주위를 돌아볼 여력도 없다. 하지만, 신호가 바뀌는 것을 느낀다면,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반복되는 실수를 막을 수 있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밀양시 홍보대사, 활동 저조 논란
  2. [2025 국감] "출연연 이직 대책 마련 시급… 연봉보단 정년 문제"
  3.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4. 대전에서 날아오른 한화 이글스…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
  5.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1.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2.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3.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4. 박경호 "내년 지선, 앞장서 뛸 것"…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도전장
  5.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충청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1%, 국민의힘은 29%를 기록했다. 이어 개혁신당 4%, 조국혁신당 2%, 진보당 1%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4%에 달했다. 전국 평균으론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진보당 1%, 기본소득당 0.2%, 사회민주당 0.1%, 무당층 25%로 조사됐다. 충청권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