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문화도시 프로젝트] ④‘건축은 공간’인데... 허가제 도입·현상변경 강화로 활용보존 높여야

  • 문화
  • 문화 일반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프로젝트] ④‘건축은 공간’인데... 허가제 도입·현상변경 강화로 활용보존 높여야

<사라져가는 대전의 근대건축물>

  • 승인 2021-09-04 10:23
  • 수정 2021-09-10 14:23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소유주 보호의지 치중한 신고제 ‘허가제’로 변경해야

등록문화재법 도입 후 일부개정, 실질 해결책 안돼

공공매입 위한 시 마스터플랜 수립 보존의지 높여야

 

 

멸실과 훼손을 반복하는 대전 근대건축물들의 가치를 되살리려면 활용에 강점을 둔 등록문화재 제도에 따른 보존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등록절차와 조건, 현상변경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등록문화재의 제도적 보완과 함께 남아있는 근대건축물들의 제대로 된 활용을 위해 공공매입에 따른 시의 마스터플랜 수립으로 '근대도시 대전'의 명성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등록문화재 제도를 도입한 2001년 이후 몇 차례의 부분 개정이 있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면서 철거와 훼손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옛산업은행-전경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현 다비치안경원) 전경. <사진=한세화 기자>
먼저, 소유자의 자발적 보호의지에 초점을 둔 신고제를 '허가제'로 강화하고, 현상변경 범위의 유연한 허용지침을 보완해 공간적 의미 보존과 함께 등록문화재 건축물 반경에 거리제한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제33조 '국가등록문화재의 관리자 선임 등 신고'에 따르면 국가등록문화재에 해당하는 소유자나 관리자가 행정단체장을 거쳐 문화재청장에게 15일 이내에 직접 신고해야 한다. 제33조의2 '국가등록문화재의 현상변경 신고 대상 행위'는 건축물 지붕을 포함해 면적의 4분의 1 이상 디자인, 색채, 재질 또는 재료 등을 변경할 때만 신고하도록 명시했다.



문제는 대전의 근대건축물 중 민간소유 비중이 60%가 넘는 데다가, 등록지정을 반대하는 이유로 '재산권행사' 유형이 절반이 넘어 공공매입률이 높은 타 시도보다 보존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유연한 보호조치 탓에 내·외부의 심각한 훼손으로 보존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동양척식주식회사대전지점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 지난해 씨앤시티에너지가 매입한 후 갤러리 형태의 문화공간 리모델링을 준비중이다.<사진=한세화 기자>
실제로 국가등록문화재 19호인 옛 한국산업은행 대전지점(1936년, 현 다비치안경원)은 10여 년 전 지역 문화계와 시민단체에서 공공매입을 촉구했으나, 시의 소극적인 대처로 때를 놓치면서 지금은 3배 가까이 시세가 올라 손대기가 더 어려워졌다.



1922년에 지어진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등록문화재 98호)은 1984년 이후 철강회사와 타일매장 등으로 민간매각을 전전하면서 외벽 손상과 함께 내부공간은 본래 형태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됐다. 지난해 또다시 손바뀜이 이뤄지면서 개보수 국가지원금 여부 등에 따른 향후 추진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대흥동성당-내부
대흥동성당-내부벽면
대흥동성당 내부모습.<사진=한세화 기자>
한국 모더니즘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대흥동성당(1962년, 등록문화재 643호)는 지난해 성당 앞 고층 주상복합건물 공사 여파로 제의실 벽 4m가량 균열이 발생한 데 이어 바닥과 돌계단도 틈이 벌어지는 등 손상을 입었다.

최근에는 대전부청사(1936년) 건물을 대전시가 매입하려 했지만, 감정평가액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다. 미군정청과 대전시청으로 사용하며 대전의 행정중심지 역할을 해오던 상징적인 건물이지만, 철거 후 상업시설로 활용하겠다는 민간소유주의 입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문화자원 보존을 위해 만든 '대전 원도심 근대문화 탐방로'의 프로그램 부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2000년대 초 대구를 시작으로 인천과 부산, 군산 등에 이은 후발주자인 만큼, 시행착오를 보완한 효율적인 추진이 가능했음에도 오히려 선발지역보다 활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원도심 근대문화 탐방로는 2019년 17억8000만 원을 투입해 보행네트워크 취지로 5.17㎞이며, 대전역을 시작을 옛 충남도청과 옛 관사촌, 옛 대전여중 강당, 조흥은행 대전지점 등 근대건축물 9곳을 포함한다.

대흥동성당-근대문화탐방로표지판33
대전 원도심 근대문화 탐방로 안내판(왼쪽)과 바닥 동판(오른쪽).<사진=한세화 기자>
안여종 문화유산울림 대표는 "근대건축물들이 1㎞ 이내에 포진돼 밀집도를 확보한 대구나 군산과 달리 대전은 원도심에서도 가장 번화한 위치에 드문드문 있어 지점 간 거리가 멀고, 민간 상업시설 건물이 많아 개방성이 떨어진다"라며 "바닥의 동판과 표지판, 핑크길 등 막대한 예산을 들인 만큼, 전담해설사를 양성하고 적극적인 홍보 등 소프트웨어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상희 목원대 교수는 "근대문화유산의 보존을 놓고 대전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졌고, 근대건축전문가도 절반 이상 포진됐지만, 오히려 대전의 근대건축물 보존과 활용이 가장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등록문화재 근대건축물을 소유자가 무단으로 철거해도 현행법상 벌금조차 없는 상황에서 국가등록문화재 제도의 전반적인 보완책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베일 벗은 대전역세권 개발계획…내년 2월 첫삽 확정
  2.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 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놓고 '설왕설래'
  3. 전국 학교 릴레이 파업… 20일 세종·충북, 12월 4일 대전·충남
  4. [기고] 디지털포용법과 사회통합
  5. 어기구 의원, ‘K-스틸법’ 후속 국가재정법 개정안 대표 발의
  1. 양상추 가격 급등 현상에 대전 소상공인도 직격탄... 높아진 가격에 한숨만
  2. '사건 25%↑' 대전경찰, 우수부서 찾아 시상…서부署·중부署 등
  3.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4. 대전상의-국정원 '기업 기술유출 예방 설명회' 개최
  5. 설동호 교육감 시정연설 "모두 균등한 기회 누리는 든든한 대전교육 만들 것"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부동산 가격이 지역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전과 충남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세종은 오름폭을 키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충북은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셋째 주(1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격은 0.07% 올랐다. 전주(0.06%)보다 0.01%포인트 오른 수치인데, 서울과 수도권, 지방 모두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충청권에선 대전의 집값은 0.02% 내렸다. 올해 들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누적 하락률이 2.11%를 기록했..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국회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대표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장찬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교안 전 총리와 나경원 의원,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 등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벌금 2000만원,..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사상 첫 직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한 대전 대덕구 법동 으뜸새마을금고가 불법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경찰은 최근 사전 선거 운동 혐의 등으로 올해 7월 당선된 이사장 A씨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선출된 A씨는 공식 선거 운동 예정일 전부터 실질적인 선거유세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2021년 제6대 선거까지 간선제로 진행됐지만, 올해 치러진 제7대 선거는 금고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체 회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