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현실의 맨 얼굴, 마음 속 풍경 '당신얼굴 앞에서'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현실의 맨 얼굴, 마음 속 풍경 '당신얼굴 앞에서'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1-11-04 16:15
  • 신문게재 2021-11-05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46428acd35c209d0e006b8dd227b3787a48ebae4
홍상수의 영화는 특이합니다.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이렇다 할 사건이 없습니다. 어쩌면 일상의 연장이라 할 만합니다. 대단한 사건이 없으니 그 속의 문제를 해결할 영웅도 필요치 않고, 갈등의 해소라 할 것도 없어 보는 이가 큰 쾌감을 얻지 못합니다. 거의 모든 그의 영화가 그러함에도 새 작품을 계속 만들어 낸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칸 영화제를 비롯한 유럽의 유수한 영화제가 그의 작품을 초청해서 대서특필한다는 것도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이 그렇듯 이 작품의 인물들 역시 평범합니다. 그러나 그 인물들을 다루고 보여주는 방식이 일반 영화들과 다릅니다. 카메라는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팬, 달리, 트래킹, 크레인 숏 등도 거의 없습니다. 가끔 줌인, 줌아웃이 있습니다. 그냥 한 자리에서 오래도록 인물을 관찰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인물들에게 중요한 것은 대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사를 하는 동안 관찰되는 인물들의 표정과 그 속에 담긴 감정의 미묘한 변화가 또한 중요합니다.

제목처럼 이 영화는 인물들의 얼굴을 주목합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정면 클로즈업 숏이 많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측면 숏이나 두 사람을 함께 보여 주는 투 숏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당신얼굴 앞에서'의 카메라는 감독의 주관적 정서를 담지 않습니다. 관객들의 시선인 것도 아닙니다. 프레임 속 인물들이 서로에게 집중하고 감정을 교환하고, 그 과정 끝에 자기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감독은 카메라가 아니라 페르소나와 같은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합니다.

오랜만에 귀국한 상옥과 동생 정옥. 그리고 상옥과 함께 영화를 찍으려는 감독과의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는 이 영화. 그런데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통해 영화는 이 이야기들이 과연 현실인지 아니면 꿈인지를 분명히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인물과 그 인물이 마주하는 다른 인물의 정서와 정황을 보여줍니다. 현실을 닮았지만 현실과 다른 반추상의 모습입니다. 흡사 몬드리안의 추상 그림을 닮은 아파트 베란다 창틀의 풍경이 오묘합니다. 나뉜 듯 이어진 마음 속을 비유하는 듯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서로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발견하고 확인하듯이 관객들은 홍상수 영화를 통해 현실의 맨 얼굴과 마음 속 풍경을 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