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2021년 영화 회고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2021년 영화 회고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1-12-30 15:57
  • 신문게재 2021-12-31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영화를 보는 일이 쉽지 않았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늘상 우리 곁에 하늘처럼, 바람처럼 가까이 풍경으로 머물던 영화가 만들기도, 개봉하기도, 관람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전보다 훨씬 드물고 어렵게 다가온 한 작품, 한 작품이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진 한 해인가 합니다.

돌아보니 2018년, 2019년 각기 다섯 편의 영화로 한 해를 추억했었습니다. 올해는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올 한 해 제 마음에 아름답게 새겨진 작품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저처럼 해 보시면 어떨까요? 일기장에 쓰시든,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을 통해서 다른 분들과 나누시든 분명 의미 있는 일이 될 겁니다.

제 마음속 첫 번째 영화는 '자산어보'입니다. 맨 처음 개봉된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제 오래된 좋은 영화의 기준에 딱 맞습니다. 많은 생각,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으레 실학, 서학 하면 정약전보다는 동생인 다산 정약용을 칩니다. 그런데 영화는 더 멀리 바다까지 가서 높디높은 하늘이 아니라 낮게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또한 그들이 기대어 생계를 꾸리는 바다를 궁구하는 자산의 생을 흑백으로 재구성합니다. 삶의 자리와 위치를 성찰하게 합니다.

'모가디슈'는 류승완 감독의 오랜 영화적 흐름과 닿아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과 온몸으로 부딪쳐 살아남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30년 전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내전 통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남북한 외교관들의 절박한 공조와 협력은 이미 냉전 시대가 끝났음에도 분단 상태로 있는 우리 민족의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냉전의 산물인 한반도 분단의 해결이 그 누구도 아닌 우리 민족 스스로의 몫임을 생각하게 합니다. 전기도 끊겨버린 늦은 저녁 지친 사람들이 조촐한 밥상을 함께 하던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됩니다.



'크루엘라'는 대단히 신선했습니다. 소위 장르 비틀기, 캐릭터 비틀기를 보게 합니다. 액션 영화인가 했는데 여성 영화적 면모가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악당의 전사(前史)인가 했더니 여성 주체의 통쾌한 삶의 선언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어머니인 남작 부인을 없애거나 극한으로 보복하지 않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내처 생각해 봅니다. 크루엘라는 장차 엄마가 될까? 된다면 자기 어머니와 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흑과 백으로 분명히 나뉜 그녀의 머릿결과 도발적인 눈매가 강렬하게 떠오릅니다.

'기적', '생각의 여름'도 즐거웠습니다. 새해 더욱 새로운 영화의 기쁨을 기대합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