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며칠 전에 공동모금회의 2021년을 결산하는 이사회가 있었는데 모금 결과가 놀라웠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고 장래가 너무 불투명하기에 2021년 모금 목표를 2020년과 같이 보수적으로 320억원으로 잡았는데 409억여원을 모금해서 목표액 대비 128% 달성한 것이다.
개인과 법인 모두에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개인들의 삶이 특히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일이다.
지역별로 볼 때 충청남도의 인구 1인 당 기부액이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은 자랑스럽다. 인당 기부액이 19,310원으로, 2위인 제주도보다 무려 20% 이상 차이 나는 독보적 1위이다.
충남 지역에서는 공주시가 인당 기부액 24,302원으로 1위이고, 내가 살고 있는 금산군이 22,074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어려운 시기에 힘든 사람들이 많은 만큼이나 그들을 돕기 위한 따뜻한 손길의 온도가 높아진 것은 두레와 십시일반으로 표현되는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전통의 연장일 것이다.
공동모금회 기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기부액보다 지급되는 지원액이 더 많은 마술을 보여준다.
세상에 존재하는 기부를 독려하는 모든 단체는 모금액보다 사업실행 액수가 적다. 그럴 수밖에 없다. 모금에 들어가는 비용이 있고, 직원들 인건비, 운영비도 있어서 아무리 투명하게 운용하고 아무리 절약하려고 노력해도 모금액의 6-70% 이상은 사업을 시행할 수 없다.
미국에서 봉사단체의 재정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채리티 내비게이터'가 10년 넘게 가장 효율적인 봉사활동을 하는, 세계 최고라고 공인하는 국제로타리도 모금액의 8-9%는 비용으로 사용한다.
그렇지만 공동모금회는 기부금보다 더 많은 기금을 지원하는 거의 유일한 단체이다. 단체를 운용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제반 비용 발생이 적고, 중앙회 차원에서 기부 받는 자금 중 일부를 지역 공동모금회에 배분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면 지난 해에 금산군에서 모금한 기금이 11억원 가량 되는데, 적어도 15억원 이상의 지원이 공동모금회를 통해 금산 지역의 취약계층에게 배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모금회와 국제로타리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바로 '지속 가능한 변화'라는 것은 흥미롭다.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는 목표를 공유한다는 것은 삶이 팍팍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에서 세상의 변화를 인지한 봉사단체가 나아가고자 하는 옳은 방향이다.
덧붙여서 한국로타리가 2년 전 모금한 기부액이 1,974만$이었는데, 코로나로 힘들었던 지난 해에는 2,270만$을 모금할 수 있었다. 회기년도가 7월부터 6월까지이기에 금년 모금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거의 400만$ 가까운 증가를 보이고 있어 적어도 지난 해 모금액보다는 증가될 것으로 짐작된다.
로타리도 삶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을수록 기부도 늘어난다는 공통점을 공동모금회와 공유하고 있다.
금년 7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국제로타리 회장으로 지명된 제니퍼 존스 차기 회장은 당신 임기 중 활동방향을 가리키는 테마로 'Imagine ROTARY'를 제시했다. 이 테마를 접하고 처음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로타리를 상상하라니...'
그리고 생각했다. '로타리가 실천하는 봉사활동으로 변하는 세상을 상상하라,' '우리의 봉사활동으로 글을 못 읽고, 물부족으로 고생하고, 환경파괴로 힘들게 사는 어려운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는 모습을 상상하라.'
나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지만 함께 힘을 합치면 조금씩이나마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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