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27강 단장지애(斷腸之哀)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27강 단장지애(斷腸之哀)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6-22 19:2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27강 : 斷腸之哀(단장지애) :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슬픔

글 자 : 斷(끊을 단), 腸(창자 장), 之(~의 관형격 조사), 哀(슬플 애)로 구성됨



출 전 : 세설신어(世說新語) 출면(黜免)편

비 유 : 창자가 끊어질 정도의 큰 슬픔을 비유



사람이 살면서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인간의 타고난 네 가지 감정(喜, 怒, 哀, 樂)이 있다. 그 중 가장 인간에게 가혹한 것이 슬픔[哀]인 것 같다. 슬픔에도 정도(定度)가 있다. 가령 우리는 주위에 함께 있던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가장 크게 슬픔을 느끼게 된다.

옛말에 최고의 슬픔을 천붕지통(天崩之痛/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라 했다. 이는 부모님이나 임금이 돌아가셨을 때의 슬픔을 표현한 말이다.

다음은 고분지통(叩盆之痛/물동이를 두드리는 슬픔)라고 한다. 이는 아내가 곁을 떠나는 슬픔을 말한다.

다음은 상명지통(喪明之痛/밝음을 잃은 슬픔)으로 자식을 잃었을 때의 슬픔을 말하며 그리고 할반지통(割半之痛/몸의 반을 잃은 슬픔)으로, 형제의 죽음을 맞은 슬픔이다.

아마 한자를 해석해보면 그대로 그 뜻을 이해 할 수 있다. 다만 고분지통만이 장자(莊子)의 고사에서 인용한 것이므로 다소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사람에게 당하는 슬픔 중 가장 가혹한 슬픔을 우리는 단장지애(斷腸之哀 혹은 母猿斷腸/모원단장 곧 원숭이 어미의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로 표현한다. 이는 좁은 의미로는 글자 그대로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이겠지만, 넓은 의미로는 이 세상 무엇보다 가장 가슴 아픈 처절한 슬픔을 뜻한다.

진(晋)나라의 환온(桓溫)이 촉(蜀)을 정벌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들은 전함(戰艦)을 타고 장강(長江/양자강)을 거슬러 가는 수로 중 나무가 우거지고 강폭이 좁았던 한 지역에서, 병사 한 명이 숲 속에서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잡았다. 이 병사는 지루한 항해에서 잠깐의 여흥거리로 삼을까 해서 이 원숭이를 별다른 생각 없이 잡았던 것인데, 장강을 거슬러 가는 삼협(三峽)의 길목에서 내내 어미 원숭이가 새끼 원숭이를 구하러 슬피 울며 따라 오고 있었다.

병사도 그걸 보고 놀라서 새끼 원숭이를 돌려주고자 했으나, 이미 전함(戰艦)은 출발해 움직이고 있었고 강폭은 넓어서 새끼 원숭이를 던질 수도, 어미 원숭이가 거기에 뛰어들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일개 병사가 그런 이유로 전함을 정지하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백 여리를 지나고 나서야 겨우 수로가 좁아지는 길목에 이르자, 이때 어미 원숭이는 죽을힘을 다해 몸을 날려 배로 뛰어들어 새끼를 구하려고 했으나 이미 체력이 소진된 어미 원숭이는 곧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다.

병사들이 딱하게 여기던 중 어미 원숭이의 배가 뭔가 이상해서 갈라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기에 다들 매우 놀랐다.

배 위에서 소란이 일어나자 환온(桓溫)은 자초지종을 듣고는 분노해서 병사의 목을 베려 했지만, 그가 곧바로 새끼 원숭이를 돌려주려다 그러지 못했다는 걸 듣고는 "내가 자네를 죽이면 자네의 어머니 역시 창자가 끊어지듯이 슬퍼하다 죽을 것이니 앞으로 다시는 이러지 마라."라고 하며 살려주었다.

며칠 전 모 일간지에 한 사람의 아내와 아들이 절규하는 기사가 실렸다. 권력이 사람의 감정까지도 통제하려고 한 있을 수 없는 언론기사이다.

지난 2020년 9월에 월북(越北)했다고 발표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아내와 아들의 절규함이다. 무슨 이유인지 조사가 이루어져야 드러나겠지만 이씨의 사인(死因)과정의 잘 못된 발표 때문이다.(조선일보 6월 18일 보도기사)

남편을 잃은 아내, 아버지를 잃은 아들, 이들의 절규를 못 본체한 것만으로도 분노가 치솟는 일인데 왜곡(歪曲)된 발표로 아내와 아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한을 남겼다니…….

듣는 국민들도 분노를 느낀다. 하찮은 짐승(원숭이)도 창자가 갈갈이 찢어지는 슬픔으로 죽어갔는데 인간의 마음이야 평생을 두고 잊겠는가? 권력이 무엇이길래…….

한국에서 단장(斷腸)이란 표현은 6.25 전쟁 당시 이산가족(離散家族)이 크게 늘어나면서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특히 "단장의 미아리 고개"라는 노래 덕분에 단장(斷腸)이라는 표현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 노래는 6.25 전쟁 당시 철사(鐵絲)줄로 꽁꽁 묶인 채 북한으로 끌려가던 남편과 애달프게 이별하며 평생의 한을 담은 모든 아내들의 노래이다.

이제 곧 민족의 최대 비극이었던 6. 25(72주년)날이 다가온다. 새삼스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6월 호국의 달을 단장(斷腸)의 슬픔을 생각하며 오랫동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의료원 응급실, 전문의 6인 체제로 24시간 상시운영
  2. [그땐 그랬지] 1990년 설연휴 대전 시민의 안방 모습은?… TV 앞에서 명절의 추억을 쌓다
  3. 대전시 공기관 직원, 평가위원 후보 610명 명단 유츨 벌금형
  4. 천안박물관, '붉은말과 함께하는 설날 한마당' 개최
  5. 20일 세종시의원 예비후보 등록...경쟁구도 눈길
  1. 한국타이어 '나만의 캘리그라피' 증정 이벤트 성료
  2. 대덕산단 입주기업 대부분 설 연휴 ‘5일 이상’ 쉰다… 5곳중 1곳 이상 상여금 지급
  3. 노은.오정 농수산물도매시장 설 휴장
  4. '보물산 프로젝트'공공개발로 빠르게
  5. 백석문화대, 천안시 특산물 활용 소스·메뉴 개발 시식회 및 품평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학교급식법` 개정, 제2의 둔산여고 사태 막을까… 새학기 학교는?

'학교급식법' 개정, 제2의 둔산여고 사태 막을까… 새학기 학교는?

학교 급식종사자의 근무환경과 인력 부족 문제를 개선해 안정적인 급식 공급을 도모하는 '학교급식법'이 개정된 가운데 대전에서 매년 반복되는 급식 갈등이 보다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 논란이 된 둔산여고 석식 재개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1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학교급식법' 개정에는 학교급식 인력 기준에 대한 내용 등이 담겼다. 학교급식종사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 안정적인 급식 환경을 조성한다는 게 법 개정 취지다. 그동안 급식조리사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조리사 한 명당 식수인..

초등 졸업때 미래 나에게 쓴 편지 20년만에 열어보니…대전원앙초 개봉식 가져
초등 졸업때 미래 나에게 쓴 편지 20년만에 열어보니…대전원앙초 개봉식 가져

초등학교 졸업 20주년이 되는 날 학교 운동장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풋풋한 마음이 실제로 결실을 맺었다. 13살에서 33살이 된 그들은 20년 만에 교실로 돌아와 13살 과거의 자신이 33살 현재의 나에게 쓴 편지를 수신했다. 대전 원앙초등학교는 2월 14일 오후 2시 20년 전 제1회 졸업생들을 초청해 당시 졸업을 앞두고 '20년 후의 내 모습은'이라는 주제로 쓴 편지의 개봉식을 가졌다. 원앙초는 서구 관저동에서 2005년 3월 31학급으로 개교했고, 2006년 2월 16일 1회 졸업식에서 168명이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이 다가오면 골목부터 달라지던 시절이 있었다. 대문은 누구를 환영하던 활짝 열려 있었고 마당에는 전 부치는 냄새가 가득했다. 아이들은 설빔을 차려입고 골목을 뛰어다녔으며 어른들은 이웃집을 오가며 덕담을 나눴다. 그러나 2020년대의 설은 사뭇 다르다. 명절은 여전히 달력 속 가장 큰 절기지만 그 풍경은 빠르게 바뀌며 이제는 사라지거나 점점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늘어나고 있다. 먼저 귀성길을 준비하는 모습과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1990~2000년대만 해도 명절 열차표를 구하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일이 흔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 누가 누가 잘하나? 누가 누가 잘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