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G7 정상회의가 엘마우 성에서 열린 까닭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G7 정상회의가 엘마우 성에서 열린 까닭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 승인 2022-07-04 15:03
  • 신문게재 2022-07-05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한국은 초열대야와 물폭탄으로 휘청거린다. 서유럽은 허리케인 급 폭풍우로 도시가 초토화되고, 러시아는 천연자원으로 유럽의 에너지와 세계의 곡물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런 마당에 지난주에 독일 남부 알프스 산자락의 엘마우 성(Schloss Elmau)에서 G7 정상회담이 열렸다. 뮌헨 남쪽으로 100여 킬로미터나 떨어진 꽤나 외딴 곳이다. 8코스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9개나 있지만 에어컨이 없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열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G7 정상 회담은 매년 가입 7개국을 돌며 개최되는데, 2015년에도 이곳 엘마우 성에서 열렸다. 이 호텔은 세상의 다른 어떤 호텔에서도 볼 수 없는, 행사에 특화된 공간인 듯하다. 1914~16년에 지어진 이 낭만적인 성은 지금은 호텔로 변신했지만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건축가 요하네스 뮐러와 그의 세계관이다.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던 그는 나치 정권과 양면적인 관계에 있었다. 반유대주의에 반대하였는가 하면, 아돌프 히틀러를 '신이 보낸 지도자'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제2차 대전 후, 뮐러는 "말과 글로 히틀러를 미화"한 혐의로 연합군의 탈나치화 과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그의 성은 미군에 몰수당했다.

1945년 독일 주둔 연합군이 설립한 탈나치화 위원회의 판결에 대한 항소에 성공한 이후, 1961년 뮐러의 자녀가 이 성의 소유주가 되었는데, 현재는 그의 손자인 디트마르 뮐러-엘마우(Dietmar Muller-Elmau)가 소유주다. 그는 옛날부터 독일-유대인 교류와 탈대서양 관계에 전념해온 터라 이 성에서 수많은 정치 회담이 열린 사실은 놀랄 것이 못된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은 그런 사실을 거의 모른다.

이전에 한 번 개축한 이 호텔은 2005년 8월 큰 화재로 거의 소실되다시피 했다. 재건축은 2007년 중반에 완료되었다. 세계 최고의 호텔 중 하나로 등극하며 많은 상도 수상했다. 그럼에도 소유주 디트마르 뮐러-엘마우는 여전히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G7 정상회의에 최적화된 호텔이기를 바란 것이다. 그래서 기존 호텔 옆에 또 다른 호텔을 건축했다. 더 작으면서 보다 친밀감 있는 호텔로, 거대한 스위트룸은 동일하면서도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들이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설계하였다. 실제로 그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독일 연방 정부는 새 호텔을 최적의 공간으로 판단하고 2015년 G7 정상 회담에 맞춰 개장했다.



본관에는 115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이 있다. 그래서인지 곳곳의 공공장소에 꼭꼭 숨기가 쉬워서 "Hideaway"로도 불린다. 2015년에 문을 연 두 번째 호텔은 본관에서 약 100미터 떨어져 있는데, 47개의 스위트룸을 보유하며 "Retreat"로 명명되었다. 혼자 있을 수 있어서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에게 이상적인 곳이다. 아무튼 누구나 이곳에서 최상의 식도락을 누릴 수도 있다. 미식가라면 9개의 레스토랑에서 249유로에 8코스 정찬을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이 호텔에는 에어컨이 없다. 휴양림에는 친환경 냉각장치가 설치되어 있지만 최대 8도의 온도 차이만 발생한다. 저녁 산자락의 맑은 공기를 제외하면 어떤 냉각 시설도 없다. 에어컨이 없는 이유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객실에는 플라스틱 포장지도 없다. 과자, 견과류 등은 재활용 가능한 유리잔에만 사용 가능하다. 이 유리잔은 독일의 모든 유기농 시장에서 재활용 가능하다.

전력 수요의 20%는 대지 위로 흐르는 개울의 수력 발전소에서 충당되고 나머지는 유틸리티에서 제공하는 친환경 전기다. 열병합 발전소도 있는데, 대부분 목재 폐기물로 가열된다. 올해 말에 두 번째 열병합 발전소가 추가되면 러시아산 천연가스 없이도 변통 가능하다고 한다. 대체 에너지의 상징적인 단면을 엿보게 한다. 7년 만에 다시 이곳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렸으니, 엘마우 성은 이제 한층 더 푸른 환경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일만 남았다.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세종시, 전국 최고 안전도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