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32강 귤중지락(橘中之樂)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32강 귤중지락(橘中之樂)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8-09 11:0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132강: 橘中之樂(귤중지락) : 감귤 열매 속에서 나누는 즐거움

글 자 : 橘(귤나무 귤), 中 (가운데 중), 之(갈 지/어조사 지), 樂(즐거울 낙)



출 처 : 당(唐)나라 우승유(牛僧孺)의 현괴록(玄怪錄). 술이기(述異記) 망우청락당집 (忘憂淸樂堂集)

비 유 : 어떤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는 상황에 비유함.



중국 내륙 쪽 깊숙이 들어앉은 파촉(巴蜀)지방의 어느 농가 울타리에 수백 년 묵은 커다란 감귤나무가 있었는데 어느 해 유난히 큰 귤 한 개가 매달려 있어 그 집주인이 한여름 동안 조심스럽게 잘 가꾸었더니 세 말 들이 단지만큼이나 크게 자랐다.

대대로 착하게 살아왔던 이 집 식구들은 필시 무슨 길조일 것으로 짐작하고 다 익었을 때 조심스럽게 큰 귤을 반으로 쪼개니 이게 웬일인가.

귤 속에는 좌우 두 쌍의 노인 네[四]사람이 두 틀의 바둑판을 놓고 오로(烏鷺/검은색과 흰색으로 바둑을 일컬음)삼매경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노인 한 분이 큰 귤을 갈라놓아 신선놀음의 무르익은 경지를 깨뜨려 버린 것을 심히 질책하면서 땅으로 껑충 뛰어내리더니 별안간 분출하는 샘물의 안개 속에 하얀 용(龍)으로 돌변하여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일은 과연 이들 네 노인들이 누구였느냐는 의문이었는데, 후세 사람들이 그 유명한 상산사호(商山四皓)라고 주석을 붙였다.

상산(商山)은 중국 섬서성 상현(陝西省 商縣) 동쪽에 위치한 명산이다.

어지러운 난세를 피하여 숨어살기에 알맞은 험준한 산으로 진(秦) 나라 말기 정치가 혼란하고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시대에 상산 깊숙이 은둔하여 바둑 두는 일로 낙을 삼던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 (夏黃公), 녹리선생(?里先生) 네 사람이 모두 머리카락, 수염, 눈썹이 하얀 백발노인이었으므로 이들을 가리켜 '상산사호'라 불렀는데 진나라가 멸망하고 한고조(漢高祖)가 무력으로 천하를 다스리게 되어 이들 원로를 중용하려고 했으나 끝내 고사한 채 여전히 깊은 산중에서 바둑으로 소일 하며 난세를 피하여 숨어살았다.

간혹 나무꾼이 나무하러 입산했다가 풍신 좋은 백발노인 네 사람이 나무그늘 아래 넓은 바위에 둘러앉아 바둑 두는 광경을 보고 돌아와서 그 들의 고상한 이야기를 전했을 뿐이었다.

또 다른 전설은 진(晋)나라(265∼420) 때 절강(浙江)상류인 구주의 석실산(石室山) 아랫마을에 왕질(王質)이라는 나무꾼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평소에 가보지 못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두 동자(童子)가 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

왕질이 재미가 나서 옆에 앉아 정신없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구경을 하고 있으려니 한 동자가 주머니에서 귤 비슷한 것을 꺼내주면서 먹으라고 하였다. 왕질은 그것을 받아먹고 나니 배고픈 줄 모르고 바둑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맛있는 열매였다.

바둑이 한 판 끝나자 한 동자가 도끼자루를 가리키며 자루가 썩었다고 하였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왕질은 그제 서야 자루 없는 도끼를 들고 황급히 마을로 내려와 보니 전에 살던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마을사람 들이 그의 집을 들락거리고 있었으며 집 안에서는 제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였다. 이상하게 생각되어 물어보았더니 이 집 주인의 증조부인 왕질이 라는 사람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아 이 날을 제삿날로 삼았다고 하였다.

두 동자는 신선이어서 바둑 한 판 두는 데 수 백 년의 세월이 흘렀던 것이다. 이렇듯 왕질의 전설에서 유래한 난가(爛柯)는 그 후 바둑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흔히 어떤 재미있는 일에 몰두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는 것을 일컬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한다. 이때 신선놀음이란 바둑을 뜻한다.

그 신선들이 바둑을 둔 산을 난가산(爛柯山)이라 하였고, 왕질이 본 신선들이 둔 바둑을 기록한 난가도(爛柯圖)가 송(宋)나라 기사인 이일민 (李逸民)이 지은 망우청락당집(忘憂淸樂堂集)에 수록되어 오늘날까지 전한다.

우리는 통상 우연한 이익을 얻고자 요행을 바라거나 노리는 것을 사행성(射倖性)이라고 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복권(福券)도 사행성에 속한다. 이는 노력 없이 요행을 바라는 놀이로 옛 어른들은 상당히 경계했던 대상이기도 했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힘든 일을 기피하려는 현상이 뚜렷하다.

몇 년 전만하더라도 잘살아보겠다고 별별 일들 마다않고 해보았던 기성세대(旣成世代)들의 삶의 모습이 우리를 가슴 아프게한다. 기성세대들은 잘살아보려고 열사(熱沙)의 중동(中東)에서, 망망(茫茫)의 원양어선(遠洋漁船)에서, 황량(荒凉)한 미개척지인 외국에서의 피와 땀의 결실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발전되어왔다고 자부한다.

요즈음 청년들은 간혹 지원금에 의지하여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대체의 자생능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망국(亡國)을 초래하게 되니 하루빨리 도려내야할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202206070100031920000928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의료원 응급실, 전문의 6인 체제로 24시간 상시운영
  2. [그땐 그랬지] 1990년 설연휴 대전 시민의 안방 모습은?… TV 앞에서 명절의 추억을 쌓다
  3. 대전시 공기관 직원, 평가위원 후보 610명 명단 유츨 벌금형
  4. 천안박물관, '붉은말과 함께하는 설날 한마당' 개최
  5. 20일 세종시의원 예비후보 등록...경쟁구도 눈길
  1. 한국타이어 '나만의 캘리그라피' 증정 이벤트 성료
  2. 대덕산단 입주기업 대부분 설 연휴 ‘5일 이상’ 쉰다… 5곳중 1곳 이상 상여금 지급
  3. 노은.오정 농수산물도매시장 설 휴장
  4. '보물산 프로젝트'공공개발로 빠르게
  5. 백석문화대, 천안시 특산물 활용 소스·메뉴 개발 시식회 및 품평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학교급식법` 개정, 제2의 둔산여고 사태 막을까… 새학기 학교는?

'학교급식법' 개정, 제2의 둔산여고 사태 막을까… 새학기 학교는?

학교 급식종사자의 근무환경과 인력 부족 문제를 개선해 안정적인 급식 공급을 도모하는 '학교급식법'이 개정된 가운데 대전에서 매년 반복되는 급식 갈등이 보다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 논란이 된 둔산여고 석식 재개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1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학교급식법' 개정에는 학교급식 인력 기준에 대한 내용 등이 담겼다. 학교급식종사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 안정적인 급식 환경을 조성한다는 게 법 개정 취지다. 그동안 급식조리사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조리사 한 명당 식수인..

초등 졸업때 미래 나에게 쓴 편지 20년만에 열어보니…대전원앙초 개봉식 가져
초등 졸업때 미래 나에게 쓴 편지 20년만에 열어보니…대전원앙초 개봉식 가져

초등학교 졸업 20주년이 되는 날 학교 운동장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풋풋한 마음이 실제로 결실을 맺었다. 13살에서 33살이 된 그들은 20년 만에 교실로 돌아와 13살 과거의 자신이 33살 현재의 나에게 쓴 편지를 수신했다. 대전 원앙초등학교는 2월 14일 오후 2시 20년 전 제1회 졸업생들을 초청해 당시 졸업을 앞두고 '20년 후의 내 모습은'이라는 주제로 쓴 편지의 개봉식을 가졌다. 원앙초는 서구 관저동에서 2005년 3월 31학급으로 개교했고, 2006년 2월 16일 1회 졸업식에서 168명이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이 다가오면 골목부터 달라지던 시절이 있었다. 대문은 누구를 환영하던 활짝 열려 있었고 마당에는 전 부치는 냄새가 가득했다. 아이들은 설빔을 차려입고 골목을 뛰어다녔으며 어른들은 이웃집을 오가며 덕담을 나눴다. 그러나 2020년대의 설은 사뭇 다르다. 명절은 여전히 달력 속 가장 큰 절기지만 그 풍경은 빠르게 바뀌며 이제는 사라지거나 점점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늘어나고 있다. 먼저 귀성길을 준비하는 모습과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1990~2000년대만 해도 명절 열차표를 구하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일이 흔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 누가 누가 잘하나? 누가 누가 잘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