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다양한 세계의 화해와 공존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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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다양한 세계의 화해와 공존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11-10 17:04
  • 신문게재 2022-11-11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시네레터1109
이 영화는 극명하게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를 연상하게 합니다. 패러디이면서 나아가 사태를 더욱 다양하게 변주합니다. 아울러 거울의 이미지와 미국으로 이주한 외국인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어스'(2019)도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너구리 캐릭터를 쓴 셰프가 라파구리라고 음식을 부를 때 너무도 분명히 '기생충'(2019)를 떠올리게 됩니다. 영화는 이 밖에도 스탠리 큐브릭의 전설적인 SF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성룡 주연의 홍콩 액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영웅들의 분열된 캐릭터와 각각의 캐릭터가 구현하는 대립적 세계를 다루는 데 비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오히려 루저에 가깝습니다. 미국으로 이주한 화교인 데다 하는 일도 세탁업입니다. 기계는 종종 고장이 나고, 진상 손님들의 행패와 각종 영수증을 모아 세무서 담당자가 제기하는 탈세 의혹을 해결해야 하는 등 주인공은 정신이 나갈 정도입니다. 여기에 세상 물정 모르는 남편과 문제아인 딸, 끼니를 수발해야 하는 늙은 친정아버지까지 어느 것 하나 녹록한 상황이 없습니다.

영화는 그녀를 위해 판타지를 동원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영웅의 자아 분열을 통해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현대인의 무거운 상황과 심리를 그려냈다면, 이 작품은 극한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주인공을 구원해 내는 데 여러 세계를 활용합니다. 각각의 세계에 또 다른 모습을 지닌 딸과 남편, 아버지, 세무공무원이 등장함으로써 주인공이 자기 자신뿐 아니라 갈등과 괴로움을 안겨주는 타자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화해하는 계기가 됩니다. 물론 그 하나하나의 과정은 코미디와 호러, 드라마가 뒤섞인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는 장면들의 연속이지만 영화는 마침내 구원과 화해를 그려냅니다.

상반된 역할 수행에 임해 분열과 모순을 드러내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달리 이 영화는 인물들의 전사(前史)와 실현되지 않은 꿈까지 각각의 세계로 그려냄으로써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가 대단히 복잡하게 뒤얽혀 있습니다. 영어와 중국어, 표준 중국어와 광동어가 혼재하는 언어 역시 이런 다양한 세계의 표지(標識)로 드러납니다. 할아버지, 부모, 딸 그리고 그녀의 친구까지 다양한 세대도 또한 그러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 갖가지 요소들이 만들어낸 관계가 화해에 이르면서 다른 세계들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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