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비관론은 낙관론을 구축(驅逐)한다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비관론은 낙관론을 구축(驅逐)한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3-01-10 17:46
  • 신문게재 2023-01-11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뀔 만큼 산아제한이 엄격하던 시절에 딸만 둘 낳은 우리 부부는 고민에 빠졌다. 장남 집안의 장남인 나에게 손주 보기를 고대하시는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와 머리 맞대고 고민한 끝에 한 명만 더 갖기로 했다. 30여년 전, 서울의 한 종합병원 소아과장 재임 시절이었다. 국가 시책에는 반하는 결정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득한 옛날 얘기다.



아내가 임신 6개월 산전 진찰을 받는 중에 우리 부부 사정을 잘 아시는 방사선과 과장님은 '한 달만 더 지나면 아들 딸을 구별해 주겠다'고 하셨다.초음파 영상 해상도가 좋지 못하던 시절이었기에 아직은 확답이 어렵다고 했다.

이제 와서 그걸 안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기에 사양했지만, 막내가 태어날 때까지 태아 성별이 정말 궁금하기는 했다. 그리고 아들을 보았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태아 성별의 구별이 대단히 중요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 태아 성별 구별을 잘 한다는 용한 사람이 있었는데, 소문에 의하면 일단 '딸'이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아들을 낳은 뒤에 '왜 딸이라고 했는가?' 하는 항의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반대라면 욕 먹을 각오를 해야 했다.

부동산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정신없이 올라가더니 이제는 정신없이 떨어지고 있다 보니 각광받던 낙관론자들은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반면에 비관론자들은 상승기에는 많은 욕을 먹었지만 이제 기세 등등한 모습으로 매스컴에 자주 출연하고 있다.

상승기에 비관론자들이 받던 비난보다 하강기에 낙관론자들이 받는 비난이 더 크다 보니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 때에는 일단 비관론을 펼치는 것이 유리할 것 같다. 이렇게 비관론은 낙관론을 구축하며 언론의 주목을 더 많이 받는다.

호랑이 해가 지나고 토끼 해가 열렸다. 오랜만에 제야의 종도 울렸고, 해맞이 행사도 재개했지만, 새해 벽두부터 들리는 소리는 비관론이 훨씬 우세하다. 경기가 나빠지고 삶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힘들어질지 까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한다.

새해에는 새로운 희망을 얘기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자꾸 마음이 움츠러 든다. 어디까지 내려갈지 모른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조금씩 더 힘들어지는 삶을 피부로 느끼면서 비관론이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믿어지면서 걱정은 점점 더 커진다. 그렇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 우리 역사에는 좋았던 시절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하던 세월이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엄청난 발전을 한 나라다. 북한 위정자가 얘기했든이 '이밥에 고깃국'만 먹을 수 있어도, '등 따숩고 배부르기'만 해도 행복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다만 사회 양극화로 몸은 상대적으로 편해졌지만 마음이 힘들어진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가 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작년, 코로나가 3년째 지속되고, 물가, 환율, 유가가 폭등하면서 어렵고 힘들었던 호랑이해에 내가 책상 오른편에 써 놓은 좌우명(座右銘)은 호시우보(虎視牛步)였다. 올해 토끼해에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을 좌우명으로 삼기로 했다.

어렵고 힘든 시기가 언제나 다가올 수 있겠지만 호시우보 하면서 교토삼굴의 지혜만 잊지 않는다면 어려움을 헤치고 다시 도약할 힘을 비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기로 했다.

너무나 많이 들려오는, 너무나 많은 전문가들의 비관적인 예측보다는 조금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믿고 싶다. 아무리 공부 많이 한 전문가라도 비관적인 관점을 얘기하는 것이 낙관론을 펴는 것보다 부담이 덜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새로운 희망을 꿈 꾸는 것이 당연하다. 움츠리지 말고, 고개 들고 가슴 펴자. 그리고 다가올 시간의 운명과 마주할 기개를 세워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4.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5.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1.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2.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3.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4. [부고]김창세 세무사 빙모상
  5. 대청호 조류경보 발생 139일만에 전부 해제

헤드라인 뉴스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간) 통합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가 사실상 전폭 지원사격을 약속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