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⑧] "낙엽이 떨어지니 세상이 보인다"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염홍철 칼럼 ⑧] "낙엽이 떨어지니 세상이 보인다"

  • 승인 2023-02-23 13:00
  • 수정 2023-03-15 15:16
  • 신문게재 2023-02-24 18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물리학자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는 자신이 꿈꾸는 노년을 정리한 바 있습니다. 이 분은 자신의 노년을 세 가지로 요약했는데, 첫째 '마지막 날까지 더 보람된 하루를 보낸다', 둘째 '마지막 날까지 건강을 유지한다', 셋째 '마지막 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이제 떠나는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노인에 대한 정리보다도 노인의 쇠락을 극복하는 열쇠로 '지혜'를 강조했다는 점을 더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노인이 되면서 좋아지는 것은 이렇게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나이가 들면서 누구와 싸우거나 경쟁하기 싫어졌습니다. 저도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싸우거나 경쟁할 만한 열정이 없어진 것이지요. 두 번째는 상대에 대한 적개심이 있어야 싸움을 시작하는데 특별한 적개심을 갖지 않게 됩니다. 웬만하면 이해하거나 포용하고 넘어가지요. 세 번째는 다른 사람과 굳이 견줄 필요가 없으므로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장회익 교수님의 강의에 꽃과 잎은 경쟁하지만, 단풍과 나목(裸木)은 경쟁하지 않는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단풍과 나목은 오로지 자신의 열매를 맺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입니다. 빼앗으려고 발버둥 치지도 않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염려할 필요도 없습니다. 장회익 교수님은 자신 있게 말합니다. "낙엽이 떨어지니 세상이 보입니다. 쓸데없는 것이 떨어지니 소중한 것만 남는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지혜입니다.

나이가 들면 무척 진실해 보이는 것이 진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것은 상식이다',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상식과 과학이 상호 모순적 관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청장년들에게 싸움과 경쟁은 성장의 동력이지요. 그러니까 싸움과 경쟁을 피하라고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젊은이들은 꽃과 잎에 해당하기 때문에 싸우고 경쟁하는 것이 바로 존재 이유이지요. '이것이 상식이다', '이것이 과학이다'라고 주장하며 싸우십시오. 싸움은 토론이고 소통이기 때문에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의 장점이 수렴되고 각자 보완이나 보정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젊은이에게는 지혜 대신 열정이 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젊은이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은, 나이 든 사람들이 싸우거나 경쟁하지 않는 것은 나약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싸우고 경쟁해서 얻는 것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나이 든 사람들에게 자꾸 시비를 걸지 마세요. 그들이 싸움을 피하는 것은 두려워서가 아님을 분명히 인식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싸우고 경쟁하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시달리게 하는 것인지요?.

나이 든 사람들에게도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경쟁하면서 자라는 세대가 아니라 어떤 열매를 맺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나는 어떤 존재이며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 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소소하게 경쟁하고 싸울 필요는 없지요.

그래서 제가 새마을운동중앙회장으로 있을 때 '대학생 새마을 동아리'를 만들면서 '세대교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그 대신 '세대 보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특정 세대가 맞거나 틀린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경험과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그것을 상호보완하자는 의미입니다. '교체'라는 말은 '물러나거나 버리고', '새로 들어오거나 고친다는' 뜻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슬픈 얘기입니다. 청장년들의 열정과 나이 든 사람들의 지혜가 결합해야 완전체가 되는 것이지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2.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3.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4.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5.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1. "르네상스 완성도 높인다"… 대전 동구,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2. 코레일, 겨울철 한파.폭설 대비 안전대책 본격 가동
  3.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4. 대전권 14개 대학 '늘봄학교' 강사 육성 지원한다
  5. '대덕특구 사이언스센터' 딥테크 혁신성장 허브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정부의 노동 안전대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과 제재 중심의 정책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기업들의 인식과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73%(222곳)가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27명 전원이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25일 국제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직위원회가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 절차가 복잡해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가 제한되고, 국제경기대회 재정 운영에 있어 유연성이 낮다..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역인 충남에서 치사율 100%(급성형)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충남도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도내 양돈농가 등에 상황을 전파하고, 이동 제한 등 긴급 차단 방역에 돌입했다. 25일 도에 따르면, 총 463두의 돼지를 사육 중인 당진시 송산 돼지농가에서는 지난 17∼18일 2마리가 폐사하고, 23∼24일 4마리가 폐사했다. 농장주는 수의사의 권고를 받아 폐사축에 대한 검사를 도에 의뢰했다. 도 동물위생시험소는 폐사축에 대한 ASF검사를 진행, 이날 오전8시 양성 판정을 내렸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