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25. 세계 최고의 커피 문화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25. 세계 최고의 커피 문화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06-29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우리나라 사람들은 커피를 얼마나 마실까요? 한국경제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1인당 연간 353잔을 마시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평균 하루 0.9잔꼴이지요. 세계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132잔인데, 그보다 2.7배 높은 수치입니다. 커피 전문점의 시장 규모도 약 7조 원에 달하여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입니다. 작년도 커피 (생두와 원두) 수입액은 13억 달러(1조 5990억 원)로 전년 대비 42.4%가 증가한 것을 보면 급속도로 커피 소비가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2020년 기준 커피 브랜드 매출액은 스타벅스가 1위로 1조 8695억 원입니다. 2위인 투썸플레이스의 3288억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요. 스타벅스는 1999년 1호점으로 이화여대점이 개점한 이래, 작년 현재 1700개의 점포로 확장되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와 같은 브랜드 커피점을 제외하더라도 지역의 구석구석에까지 대규모 커피 전문점이 나름대로 특색을 가지고 문을 열어 멋진 '커피 문화 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최초로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으나, 최근의 뿌리는 70~80년대의 음악 DJ가 신청곡을 틀어주던 청바지 세대들이 만들어 낸 '다방문화'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 봐도…'로 시작되는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의 노랫말에서도 그 당시 커피가 젊은 층 문화를 대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커피와 관련하여 몇 가지 장면을 소개하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 빌딩 앞에는 커피 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출근하는 무리를 발견할 수 있고, 점심시간에도 점심 식사를 커피 전문점에서 브런치 세트로 대신합니다. 저녁 귀갓길에 차를 타고 도심을 지나다 보면 불이 환히 켜진 길가의 커피숍 안에 젊은이들이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앉아있거나 MP3를 귀에 꽂고 독서 중인 사람들을 투명 유리창을 통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피스족 (커피 전문점을 사무실로 삼아 업무를 보는 사람), 카페맘 (자녀를 학교에 보낸 뒤 커피 전문점에서 교육 정보를 교환하는 엄마들), 카페브러리족 (커피점을 도서관처럼 활용하는 사람) 등의 신조어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커피값은 외국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면서 누리는 효용은 단순한 커피 원가로 계산될 수 없습니다. 커피의 맛을 보는 소비 행위 자체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정도 직장도 아닌 제3의 공간인지라 해방감과 색다른 긴장감을 동시에 누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파노플리 효과 (Panoplie Effect, 개인이 소비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통해 특정 집단에 소속된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에 꽂히면 종주국보다 더 깊고 넓게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성리학도 중국이 종주국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더 깊이 연구되어 중국 송(宋)대의 성리학을 능가하게 되었지요. K-컬쳐의 하나인 팝, 클래식, 영화, 음식은 물론이고 여자 골프 같은 스포츠도 종주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커피의 과소비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커피를 통해 창의적인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커피 종주국에서 마시지 않는 '아이스커피'를 겨울에도 마셔대는 한국 젊은이들의 당당한 모습에서 오히려 희망을 느낍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국혁신당 세종시당, '내홍' 뚫고 정상화 시동
  2.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3.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4.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5. [문화人칼럼] 쵸코
  1.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2.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3.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4.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5.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헤드라인 뉴스


트램 1900억 세종의사당 956억…충청 성장판 놨다

트램 1900억 세종의사당 956억…충청 성장판 놨다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에 대전 트램 1900억원, 국회 세종의사당 956억원, 대통령 세종집무실 240억원 등 충청 현안 추진을 위한 국비가 각각 확보됐다. 또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사업 547억원, 청주공항 민간활주로 5억원, 세종지방법원 10억원도 반영됐다. 충청권 각 시도와 여야 지역 의원들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728조원 규모의 2026년 정부예산안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충청권 현안 사업이 포함됐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예산 국회 속 충청권이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대한민국 호(號) 신성장 엔진 도약..

[르포] 일본의 가락시장 도요스, 유통 시스템은 정반대?
[르포] 일본의 가락시장 도요스, 유통 시스템은 정반대?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동해를 사이에 둔 지리적 특징으로 음식과 문화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 모두 기후 위기로 인해 농산물의 가격 등락과 함께 안정적 먹거리 공급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유통시스템 개편을 통한 국가적 공동 전략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도일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4박 5일간의 일본 현장 취재를 통해 현지 농산물 유통 전략을 살펴보고, 한국 전통주의 새 활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도요스 중앙 도매시장의 정가 거래..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지방소멸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남 금산군이 '아토피자연치유마을'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국 인삼의 80%가 모이며 인구 12만 명이 넘던 금산군은 산업구조 변화와 고령화, 저출산의 가속화로 현재는 인구 5만 명 선이 무너진 상황이다. 금산군은 지방소멸 위기를 '치유와 힐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아토피자연치유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아토피·천식안심학교' 상곡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금산에 정착하고 있는'아토피자연치유마을' 통해 지방소멸의 해법의 가능성을 진단해 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