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70강 인면도화(人面桃花)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70강 인면도화(人面桃花)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3-07-11 14:31
  • 수정 2023-08-02 10:0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70강 : 人面桃花(인면도화) : 복숭아꽃처럼 어여쁜 얼굴

글자 뜻 : 人(사람 인) 面(얼굴 면) 桃(복숭아 도) 花(꽃 화)

출전 : 孟棨(맹계) 本事詩(본사시) 情感(정감)

비유 :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 경우.



지금 우리는 가정과 사회가 매우 메말라 있다. 그래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당(唐)나라 때 박릉(博陵)사람 최호(崔護)는 생김새가 멋있고 고결하였으며 세상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청명절(淸明節)을 맞이하여 홀로 장안(長安)의 남쪽 교외를 유람하다가 어떤 사람의 정원(庭園)을 발견했다. 넓은 집에 꽃과 나무가 무성했는데, 적막하기 짝이 없어 마치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문을 두드리자 어떤 여자가 문틈으로 내다보면서 누구냐고 물었다. 최호는 성명을 알려 주고는 말했다.

"봄을 찾아 홀로 거닐고 있는데, 술을 마신 후라 갈증이 나서 물을 좀 얻어 마실까 하오."

여자는 들어가더니 이내 물을 가지고 나와 문을 열고 의자를 내놓고 최호(崔護)를 앉게 하고, 자신은 복숭아나무에 비스듬히 기대어 우두커니 서 있는데, 최호를 바라보는 모습이 그윽했으며, 그 자태가 심히 아름다웠고 가냘프면서도 고왔다.

최호가 말을 걸어 보았으나 여자는 대꾸도 하지 않고 오랫동안 쳐다보기만 했다. 최호가 작별을 고하자 여자는 문 앞에까지 배웅을 하고는 마치 미련이 남은 듯한 표정을 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최호도 아쉬운 마음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그 후 발길을 끊고 다시 찾아가지 않았다.

이듬해 청명절에 최호는 홀연히 그 여자가 생각나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어 그 집을 찾아갔다. 문과 담은 여전했지만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최호는 왼쪽 대문에 시를 한 수 적었다.

去年今日此門中(지난해 오늘 이 문 안에서)

人面桃花相映紅(그대 얼굴 복사꽃처럼 붉었네)

人面不知何處去(그대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桃花依舊笑春風(복사꽃은 그때처럼 봄바람에 웃고 있구나)

며칠 후 우연히 남쪽 교외에 간 최호는 다시 그 집을 찾아갔는데, 그 집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두드리고 묻자 그녀의 아버지가 나와서 말했다.

"그대는 최호가 아닌가?" 최호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아버지는 계속 울면서 말했다. "그대가 내 딸을 죽였소" 하면서 아버지가 말했다.

"내 딸은 시집갈 나이가 되어 글을 익혔는데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소. 그런데 작년부터 마치 무엇을 잃어버린 것처럼 정신을 놓아 버렸소. 어느 날 같이 나갔다가 돌아와 왼쪽 대문에 있는 글을 보고 읽은 후, 집에 들어와 식음을 폐하고 수일 만에 죽고 말았소. 나는 늙었소. 내 딸이 시집을 가지 않았던 것은 좋은 남자를 찾아 애비인 나의 몸을 의탁하려고 함이었는데, 오늘 죽었으니 그대가 내 딸을 죽인 게 아니겠소?" 말을 마치고 또 대성통곡을 했다. 최호도 슬퍼하며 들어가 곡(哭)하기를 청했다.

그녀는 침상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최호는 시신의 머리를 들어 자신의 팔을 베게 한 후 곡을 하면서 말했다.

"최호가 여기에 있소. 최호가 여기에 있어." 그러자 갑자기 그녀가 눈을 뜨며 반나절 만에 살아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크게 기뻐하여 딸을 최호의 배필로 허락했다

젊을 때 찍은 부부 사진을 보면 대개 아내가 남편 곁에 다가서서 기대어 있다. 그런데 늙어서 찍은 부부사진을 보면 남편이 아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젊을 때는 아내가 남편에 기대어 살고, 나이가 들면 남편이 아내의 도움을 받으며 생을 살아가게 됨을 의미한다.

그래서 서로를 향하여 '여보', '당신' 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여보'(如/같을 여, 寶/보배 보)라는 말은 "보배와 같다"라는 말이고, '당신'(當/마땅 당, 身/몸 신)은 "내 몸과 같다"라는 말입니다. 마누라는 "마주보고 누워라"의 준말이고, 여편네는 "옆에 있네"에서 왔다고 한다.(여보, 당신의 진정한 의미/인터넷)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귀한 보배요 끝까지 함께 하는 사람인 것이다.

세월이 가면 어릴 적 친구도, 이웃들도, 친척들도 다 곁을 떠나게 된다. 마지막까지 내 곁을 지켜줄 사람은 아내요, 남편이요, 자녀들이다.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며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귀한 보배요 끝까지 함께하는 사람이다. 살다보니 돈이 많은 사람보다, 잘난 사람보다, 많이 배운 사람보다, 마음이 편한 사람이 훨씬 좋다고 한다.

내가 살려니 돈이 다가 아니고, 잘난 것이 다가 아니고, 많이 배운 것이 다가 아닌, 소박함 그대로가 제일 좋더라.

사람과 사람에 있어 돈보다는 마음을, 잘남보다는 겸손을, 배움보다는 깨달음을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은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그리고 나를 대함에 있어 이유가 없고, 계산이 없고, 조건이 없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은 물 흐름의 한결같음으로 흔들림이 없는 사람은 평생을 두고 함께 하고픈 사람이다.

가슴에 눈빛이 아닌 뜨거운 시선을 보여주는 그런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고, 살아오는 동안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그 마음을 소중히 할 줄 알며, 너 때문이 아닌 내 탓으로 마음에 빚을 지지 않으려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한다.

내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맑은 정신과, 밝은 눈과, 깊은 마음으로, 가슴에 눈빛이 아닌 뜨거운 시선을 보여주는 그런 사람이 절실히 필요함을 빨리 깨닫는 자는 부부사랑에 성공하는 사람이다.

세월이 흐르고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도 ' 人面桃花(인면도화)'로 보이는 사람이 내 곁을 지켜주는 아내인 것이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 파기환송…유죄 취지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 파기환송…유죄 취지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받아야 한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기속되므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월 1일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국민의 관심이 지대하고 유력 대권 주자인 이 후보의 피선거권 여부가 달려있다는 점을..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