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37. 고대 로마인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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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37. 고대 로마인의 지혜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09-21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고대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에게 특별히 개선식을 갖도록 허락하였습니다. 백마가 이끄는 전차를 타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카퍼레이드를 하게 한 것이지요. 그런데 특이한 것은 개선장군 옆에 노예 한 명이 같이 탑승을 하는 것입니다. 그 노예는 개선식을 하는 동안 계속적으로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라고 속삭였다는 것이지요. 개선장군 옆에 천민인 노예를 탑승시킨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메멘토 모리를 속삭인 것은 개선장군에게 우쭐대지 말라고 하는 일종의 경고였습니다. 우리 같으면 '잔칫상에 재 뿌리나?'라고 크게 나무라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그 당시 로마인들은 항시 공손해야 한다는 사실을 경각시켰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개선장군에게 수여되는 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져 있다고 하지요. "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하늘을 찌를 듯한 승리의 기쁨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개선장군에게 어울리지 않는 경고일 수도 있지만, 이 경고를 명심하여 실천한다면 그 장군은 두 번 세 번 개선장군에 오를 것이며 주위로부터 존경받는 장군이 될 것입니다. 세상의 확실한 이치입니다.

중국 고전에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시 구절이 나오지요. 직역을 하면 '열흘 이상 붉은 꽃은 없다'라는 것이지만 권세나 영화는 영원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젊은 아름다움은 찰나이고 한 번 흥한 것은 반드시 쇠하기 마련이라는 의미도 있지요. 메멘토 모리와 상통하는 얘기입니다. 이것을 항상 경구로 삼으면 권세나 금력을 가지고 있을 때 실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성경에도 "재물은 오래 가지 않고 면류관은 대대로 물려지지 않는다. (잠언 27장 24절)"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동서양, 고대나 현대를 막론하고 세상의 이치는 같다는 것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메멘토 모리나 화무십일홍의 의미를 알고 있거나, 설명을 하면 바로 이해를 합니다. 그러나 막상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욕심이나 욕망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만 보고 달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삶에는 간이역 같은 휴게소가 필요합니다. 잠시 쉬면서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며 성찰해야 합니다.

물론 욕심이나 욕망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 자체로써는 선하거나 악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욕심이나 욕망을 억압한다기보다는 그것을 통해 창조적이고 능력적인 일과 결부시킨다면 만족감을 얻을 수 있지요. 결국 죽음을 기억하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한편 메멘토 모리라는 외침은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시간적 개념과 인간의 한계성을 깨우쳐 주는 것이지만, 현재를 좀 더 명확하게 함과 동시에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삶을 경솔하게 낭비하지 말고 존중하라는 역설적인 외침일 수도 있습니다. 로마인들은 메멘토 모리를 외치면서 동시에 당시 유명한 시인이었던 호라티우스가 말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 이 순간을 잡아라)'도 강조하였지요. 그런데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은 일견 상충하는 개념인 것 같지만 사실은 통하는 말입니다.

그것은 '우리는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으니 우쭐대지 말고, 너무 자신만만해하지도 말며 지금 이 시간을 충실히 잡아라'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로마인들이 우리에게 주는 큰 교훈이자 지혜입니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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